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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종류의 잔

(1) 어떤 잔

by 권동규

36 이에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네라 하는 곳에 이르러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내가 저기 가서 기도할 동안에 너희는 여기 앉아 있으라 하시고

37 베드로와 세베대의 두 아들을 데리고 가실새 고민하고 슬퍼하사

38 이에 말씀하시되 내 마음이 매우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나와 함께 깨어 있으라 하시고

39 조금 나아가사 얼굴을 땅에 대시고 엎드려 기도하여 이르시되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하시고

[마태복음 26:36-39 개역개정]



마태를 포함한 복음서 기자들은 하나같이 예수님께서 겟세마네에서 고민하고 슬퍼하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예수님 당신께서 직접 제자들에게 죽을 만큼 괴롭다고 말씀하셨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리고 그건 어떤 잔 때문이었고, 예수님께서도 바로 그 잔을 두고 하나님께 간구하신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다른 질문이나 의문을 제기하기 전에 먼저 그 잔이 무엇을 의미하거나 가리키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찾아본 바에 의하면 ποτήριον, -ου, τό [포테 리온]이라는 헬라어 원문이 '잔'으로 번역된 것이었는데요, 사실 이 헬라어 표현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를 넘어 '컵에 가득 찬 것'이라는 확대된 의미, 나아가 '고난'이나 '몫', '죽음' 등의 상징적 의미도 갖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위 본문 이후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기까지의 과정을 두고 생각해 보건대, 예수님께서 겟세마네에서 말씀하신 '이 잔'이란 그야말로 가능한 이 모든 의미의 총체인 것 같습니다. 우리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와 그 대가 - 궁극적으로 '죽음'으로 수렴하는 - 가 '가득 차' 있는 잔이었을 것이며, 예수님께서 그 진노와 죽음을 우리 대신 자기 '몫'의 '고난'으로 받으셨기 때문입니다.


이 결론은 작지만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 장에서 다룰 '예수님께서 죽음을 두려워 하셨는가?' 라는 의문이 유효한 질문이나 의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려면, 먼저 예수님을 그토록 고민하시고 슬퍼하시도록 만든 잔이 '죽음'을 가리키고 있다거나 부분적으로나마 '죽음'을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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