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네 이야기의 시작

잔소리는 끝났으니, 이제는 널 믿으며 살아가야겠다.

와 여기까지 오다니. 아빠가 진짜 마무리를 짓긴 했구나. 이 에세이도 중간에 그만두면 어쩌나 고민이 많았는데, 그래도 마무리를 짓게 되니 기쁘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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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 적었다시피 네가 태어났을 때 아빠는 너에게 해주고 싶은 게 많았단다. 매 년 같은 장소에서 포트레이트 사진도 찍어주고 싶었고, 매 년 네 사진을 주제로 앨범도 만들어보고 싶었지. 하지만 몇 년간 하다가 대부분 포기하게 되거나 잊거나 현실과 타협하게 된 것들이 많았단다. 그래서 뭐라도 이 시점에 너에게 남겨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했었단다.


사실 어릴 때부터 가장 궁금한 게 있었어. 대변을 닦는 건 누구한테 배우는 것이었을까? 사회생활을 잘하는 친구들은 그들의 부모님에게 특강이라도 받는 걸까? 글씨 잘 쓰는 법은 누구에게 배우는 거지? 하는 것들 말이야. 앞서 적은 것처럼 아빠도 맞벌이 가정에서 컸고 어릴 때 집에 혼자서 뒹굴뒹굴했던 시간이 많았다 보니 뭐든 척척 해내는 친구들, 나보다 센스 있는 친구들을 보며 저건 도대체 누구한테 배운 것일까 궁금했단다.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아빠는 그런 세세한 것까지 너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었었어.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요즘 말로 전형적인 꼰대의 길이기도 했단다. 아마 이 주제의 하나만 골라서 지금 아빠 옆에서 꽁냥꽁냥하며 놀고 있는 널 붙잡고 이야기하면 넌 또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며 화내고 네 방으로 들어가겠지, 그럼에도 너에게 꼭 전달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었어. 그래서 이렇게 글이라는 형태를 빌어 적어보고 싶었단다.


첫 문장을 생각하고 키보드로 글을 옮겨 적기 시작했을 때, 아빠는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더구나. 그만큼 아빠도 아직 배우고 있고 더 많은 실패가 남았으며 그것들을 너보다 먼저 겪고 곱씹어 너에게 교훈으로써 말해줄 수 있는 성인이 되기까지 더 먼 길이 남았구나를 알게 되었단다. 아직 이렇게 인생의 가르침을 논하기엔 너무 젊고 또 아는 것이 적다는 것을 지금 이 에필로그를 적으며 많이 느끼게 되었단다.


오늘부터는 다시 프롤로그부터 글을 다듬고 분량도 조절하고 중간에 계속 틀리던 톤 앤 매너도 맞춰보면서 서점에 깔리지는 않더라도 아빠가 너에게 줄 수 있는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다듬을 예정이란다. 지금이야 이 책 내용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언젠가 네가 이해하게 되었을 때 너에게 부끄럽지 않은 한 권의 책을 건네어 줄 수 있다면 그것이 아빠의 인생에 가장 큰 결실이자 보람이 되지 않을까 싶구나.


자, 에필로그로써의 글은 여기에서 마무리하기로 하고 이제 아빠의 잔소리는 모두 끝났다.


아빠도 위에 말한 것처럼 아직 젊고, 인생을 논하기엔 쪼랩에 불과해서 사실 아직도 회사라는 길드에서 비슷한 레벨을 가진 사람들끼리 보스몹을 레이드 하며 아직 레벨을 키우고 있고 너 또한 이제 네 친구들과 레이드를 다니며 보스 몹을 잡기 시작한 모양이다. 너에게 '버스' 태워주는 아빠보다는 네가 아빠와 비슷한 보스몹을 잡을 때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는지 뒤에서 지켜봐 주며 힐을 쏴줄 수 있는 그런 아빠가 되어 줄 수 있도록 노력할게.


사실 여기에 적은 내용들의 대부분은 나에게 하는 소리이기도 했단다. 내가 항상 나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 나의 기록. 나의 지침서이기도 하지. 너의 지침서는 나의 지침서보다 훨씬 정교하고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으면 좋겠다. 아빠는 좀 부족하고 낡았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지침서로 너에게 먼저 선례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으로서 열심히 살아볼게. 너는 아빠의 지침서를 읽어보고 보다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란다.


진짜 마지막으로 2026년 3월 27일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아빠의 옆에 있는 소파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꽁냥 거리고 있는 네 모습, 네 솜털, 네 미소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빠의 가장 큰 행복이란다. 잊지 말렴. 아빠는 세상에서 너를 가장 많이 사랑한단다.


- 집에서,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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