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며. 외모와 공부

26년이 되어 어느덧 네가 훌쩍 자라 이제 청소년이라는 인생의 새로운 계절 앞에 서 있구나. 요즘 부쩍 네 입에서 나오는 질문들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낀다. "아빠, 우리는 왜 살아요?", "세상은 왜 이렇게 복잡해요?" 같은 질문들을 던질 때면, 아빠는 대견함과 동시에 묘한 긴장감을 느낀단다. 이제는 단순히 사탕 하나로 달랠 수 있는 어린아이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조각해 나가려는 한 명의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겠지.


아빠도 네 나이 때 참 많은 질문이 머릿속을 떠다녔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때 내 곁에는 이런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어른'의 시선에서 방향을 제시해 주는 사람이 없었어. "공부해라", "단정하게 입어라"라는 결과론적인 지시는 많았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따뜻한 설명은 부족했지. 그래서 아빠는 네가 겪을 그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구나. 오늘은 네가 살아가며 마주할 가장 근본적인 두 가지 질문, '공부'와 '자기 관리'에 대해 아빠의 진심을 담아 이야기해 보려 해.


왜 공부할까?


그래, 왜 공부할까. 이 질문은 이제 너무 식상해서 유튜브에 검색해 보면 수많은 전문가들이 왜 공부해야 하는지 설명해주고 있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이었기에 또 많은 대답이 있는 것 같다. 아빠도 그들의 대답과 크게 다르진 않지만 그래도 나와 비슷한 멘탈리티를 가지고 있는 너이기에 이 글에서만큼은 내가 살아온 과정에서 느낀 것을 말해주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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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라고 우리는 크게 이야기하지만 사실 여러 가지가 있어. 아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수와 논리를 다루는 학문, 언어와 문화를 다루는 학문 그리고 외워두고 써먹는 학문이 있다고 생각해. 수와 논리는 말 그대로 수학과 철학이 되겠고 언어와 문화는 국어, 영어 그리고 역사 같은 학문이 있고 외워두는 건 사실 그 외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쉬운 격언 중에 '인생은 BCD, B. Bitrh와 D. Death 사이 C. Choice의 연속이다.'라는 말이 있지. 태어나면서 죽는 순간까지 선택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뜻인데, 나는 정말 저 말이 맞다고 생각해.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물부터 먹을지 화장실을 먼저 갈지부터 시작해 아침은 뭐부터 먹을지 (혹은 뭐 먹을지) 나가서 무엇을 할지 모두 선택의 연속이지. 어떤 선택은 쉬운 선택이 있어. 편의점에서 뭐 사 먹을까? 오늘은 무슨 옷을 입을까? 하지만 한 번 정하면 쉽게 돌리지 못하는 선택도 있다. 이 주식을 살까? 저 사람과 결혼할까? 같은 선택들.


최근 이란 전쟁으로 인해 주식이 폭락하고 있는데, 첫 전쟁 날 급격하게 떨어지는 주식을 급하게 팔았다가 다음 날 또 갑자기 오르는 주식을 보며 올라가려고 다시 사는 사람들은 '아 어제로 시간이 돌아갔으면' 하는 생각이 엄청나게 들 거다. 결혼할 때 정말 콩깍지가 씌어서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고 결혼했는데 몇 가지 트러블로 이혼까지 고민하는 사람은 정말 결혼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테지만 우리는 시간을 절대 돌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지. 이렇게 무거운 선택은 결코 쉽게 해서는 안 된단다.


그나마 선택을 잘하는 법


생각이라는 것은 많이, 깊이 한다고 잘하는 걸까? 아니야. 바둑 격언 중에 '장고 끝에 악수 둔다.'라는 말이 있어. 보통의 사람은 편향이라는 것이 있기에 어느 정도 마음이 기울어지게 되면 그 길이 옳다고 스스로를 설득하하고 결국 처음 했던 선택을 하게 돼. 오히려 타이밍만 잃어버리지. 고민은 배송을 늦출 뿐과 비슷한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우리는 편향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벋어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 최대한 객관화하고 논리적인 툴을 만들어서 선택해야 하지. 바로 이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수학과 논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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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원초적이지만 정말 쉬운 예를 들면 아까 말한 것처럼 지금 전쟁 때문에 유가가 많이 올랐는데, 우리는 코 집 앞에 1,900원/l 짜리 SK 주유소를 가느냐 8km 떨어진 1,700원/l 짜리 S-Oil 주유소를 가느냐 고민을 할 때가 있어. 넌 어떻게 할래?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선택하면, 귀찮으니까 집 앞을 선택할 수도 있지. 뭐 그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라고 봐. 두 번째로 여기서 좀 더 숫자에 밝은 사람이라면 진짜 계산을 해보겠지? 보통 차량에 60L 정도 넣을 수 있으니 200원 차이로 계산하면 12,000원 차이가 나지. 8km면 도심 연비 6km/l로 잡고 넉넉하게 왕복 5,100원이니까 실질적으로 6,900원 정도 이득을 볼 수 있으니 이 사람은 1,700원/l로 갈 수도 있어. 하지만 일반적인 성인의 경우 최저 시급으로 따져도 10,000원이 넘어. 왕복하는데 40분 정도 소요될 수 있다면 하고 있던 일이 있다면 시급을 생각해서 오히려 또 가까운 곳에 가는 게 좋지.


이렇게 그냥 아주 간단해 보이는 저 질문에도 할인 카드도 고려하고 길 밀림도 고려하고 내가 하고 있는 일도 생각하고 여러 가지 변수를 집어넣고 계산할 수 있지. 쉽게 생각해서 이 계산이 귀찮고 복잡하다 생각할 정도로 어려우면 그냥 감과 편향에 의존해 손해 보면서 사는 거고. 이 정도 계산이 머릿속에서 암기로 빠르게 돌아갈 정도면 그만큼 이득을 보는 게 아닐까?


공부를 잘하면 얻을 수 있는 이득.


아빠는 어릴 때 학벌에 대해서 굉장히 비관적이었단다. 수능이라는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사람들을 줄 세워서 가봐야 결국 그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좋은 대학에 나오던 나쁜 대학에 나오던 '내가' 잘한다면 결국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고 학교 별로 배우는 게 크게 차이가 날 것 같지도 않았어. 그래서 아빠는 실제로 대학에 진학해서 이걸 증명하고 싶었어. 앞서 말한 것처럼 연합 동아리에 있었잖니? 덕분에 여러 학교에 가서 '청강'이라는 것을 해보았단다. 그런데 그때 알았어 왜 공부를 잘해서 좋은 학교에 가야 하는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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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겪어보니까, 정말 달랐어. 뭐가 달랐는지 아니? 공부가 다르지 않았어. 바로 사람들이 달랐단다. 조금 안 좋게 말해서 티어가 낮은 학교일수록 학생들의 집중도가 달랐어. 자고 있거나 딴짓하거나 혹은 아예 안 들어오는 학생이 많았고 티어가 높을수록 학생들은 집중하고 수업이 끝났을 때 질문의 양이 달랐지. 다음 수업에 차질이 있을 정도로 밀도 높고 정제된 질문들이 오가는 수업을 통해 바로 나 자신이 얼마나 동기부여가 되는지 몰랐단다. 그래서 그때부터 아빠는 학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단다.


예전에 전현무라는 연예인이 있는데 어떤 방송에서 친구들을 공개한 적이 있었단다. 그런데 친구가 대부분 의사, 변호사, 교수 이런 사람들이더라고. 주변에 변호사 친구 한 두 명 있는 사람과 아무도 없는 사람이 어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잘 해결할 수 있는 확률은 각각 몇 프로나 될까? 혹은 잘 해결하더라도 누가 더 저렴하게 할 수 있을까? 결국 공부를 잘해서 좋은 직업을 선택하고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은 돈도 비교적 덜 쓸 수도 있기 때문에 더 유리하게 살 수 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단다.


하지만 공부는 싫지.


하지만, 누가 이런 걸 모르겠니. 지루하고 어려우니까 안 하는 거지. 위처럼 막 장황하게 말 안 해도 뭔가 공부하면 좋으니까 다들 시키는 것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겠지. 게임은 바로바로 레벨이 올라가는 게 보이는데, 공부는 레벨이 안 올라가니까 말이야. 더군다나 대학교까지 가면 그래도 원하는 과를 선택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데 초중고등학교는 재미없는 일반 수학부터 시작해 고려가요니 삼각함수니 적분이니 하는 걸 어렵게 배우고 있으니 집중이 되겠니? 아빠도 그 부분은 통감한단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건 아빠도 항상 매번 고민이란다. 너랑 같이하려고 했더니 마치 아이에게 게임을 끊게 하려면 같이 하세요라는 말처럼 오히려 네가 더 싫어하는 것 같고. 방관하자니 또 네가 안 하고. 이건 내가 어떤 가이드를 주긴 어려울 것 같아. 다만 여기서 이 글을 빌어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아빠가 너에게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것이 네가 미워서가 아니라 모두 저 위의 것들을 네가 취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하는 것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구나. 네가 미워서도 괴롭히고 싶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단다.


공부를 하렴. ㅋ


왜 외모를 꾸며야 할까?


일반적으로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좀 더 세상 이치에 좀 느리다고 해. 아들아 그럼에도 네 비슷한 나이임에도 벌써 스스로를 꾸미고 옷을 고르는 아이들이 있다는데 너는 유난히 외모에 관심이 너무 없구나. 물론 어렸을 때 네가 너무 이뻐서 꾸미지 않아도 엄마 아빠가 예쁘다는 소리를 잘해줬던 것도 있지만 아무리 본 판이 괜찮다고 해도 스스로를 꾸미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란다.


아빠가 살아온 과정에도 적었다시피 사실 아빠도 그렇게 옷에 관심 있던 편은 아니었어. 사실 옷 보다 전자제품에 관심도 많았고 아빠는 옛날에 꾸미는 것에 대한 좀 선입견 같은 것들이 있었단다. 예를 들어 다양하게 베리에이션 된 이야기지만 어떤 고고한 사람이 누추한 차림으로 파티에 갔다가 입구에서 거절당하고 꾸미고 파티에 참석하니 입장을 허락하자 본인이 아닌 옷에게 음식을 먹으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지.


옛날엔 맞다고 생각했고 일견 옳은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이제 아빠는 저 이야기가 잘못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어느 정도 톤 앤 매너를 지켜주는 것은 예의라고 생각해. TPO(Time, Place, Occasion)에 맞게 자신을 꾸미는 것은 타인에 대한 예의이자, 나 자신을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걸 깨달았거든. 남의 시선은 신경 쓰지 말고 자신만의 매력을 가지라는 요소로 이야기하기에도 수더분한 것과 자기 자신을 아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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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20대 때 어차피 아빠는 외모로 안 되니까 한 번은 외적으로 꾸미기보다는 내적으로 완성된 남자가 되어보자고 했었어. 그래서 꾸미는 것을 좀 포기하고 당시에 Tiger JK라고 하는 아티스트가 있었는데 수염도 기르고 머리도 좀 수더분하게 하는 히피스러운 스타일을 추구했었어.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빠의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편이기도 했고, "더러운"것과 "관리된 더러움"은 다른 것이더구나. 아빠가 하니까 그냥 더러운 거더라고. 하하하


그래서 다시 아빠는 아빠만의 추구미를 찾기 시작했단다. 아, 여기서 꾸미는 것은 항상 그래서 유행을 따라가고 거기에 맞춰 옷을 입는 걸 말하는 게 아니야. 그냥 청바지에 흰 티를 입더라도 구겨지지 않게 입는 것. 청바지 하나를 살 때 좀 비싸더라도 품질이 좋고 좋은 것을 사는 것 같은 걸 말해. 어떤 사람은 얼굴이 수수해서 옷도 같이 좀 수수하게 입는 게 좋을 수도 있고 구두를 한 번 신더라도 깔끔하게 닦고 나가고 옷을 입을 때 더럽거나 대충 입지 않는 걸 말하는 거야. 이렇게 아빠도 조금씩 꾸미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나를 알게 되기도 했고 오히려 쓸데없이 옷을 사는 것도 줄어들었단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 꾸며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 이유는 세 가지 정도가 있다고 봐


꾸며야 하는 세 가지 이유


첫 번째는 꾸미지 않으면 나태해지게 되더라. 자기를 꾸미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면 나태해지는 것 같아. 뱃살이 나오는 것도 머리가 수북해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다 보면 멈추는 게 아니라 뒤로 밀리게 된단다.《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제자리에 머물려면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라고 했어. 지금 나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꾸며야 한다는 것이란다.


두 번째는 꾸밈으로써 자신을 알게 돼. 자신에게 어떤 것이 어울리는지, 자신이 외부에 어떻게 보이는지 관심이 없는 건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는 거야. 자신의 퍼스널 컬러 까진 아니더라도 웜톤이 어울리는지 쿨톤이 어울리는지 정도는 알고 있다면 뭔가 하나를 고르더라도 자신에 좀 더 잘 살 수 있고 점점 나를 연구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단다.


세 번째는 냉소적이 된다. 이건 아빠가 주변에서 실제로 본 케이스인데 자신이 꾸미지 않는 것에 대해 합리화를 하는 과정에서 꾸미는 것은 쓸모없는 것 -> 다른 사람들은 쓸모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이 실제로 많았었어. 물론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평생 솔로로 살게 아니라면 누군가를 만나야 할 것이고 그때 그 순간 네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항상 기회는 잃게 되겠지.


그렇다고 해서 아까 말한 것처럼 유행에 너무 따라가지는 마. 어차피 유행이라는 것은 지나가기 마련이지. 아빠도 어릴 적에 샤기컷이라는 머리에 부츠컷이라는 바지를 입고 사진을 찍은 게 있는데 순간 적으로 내 손 발이 너무 오그라들어서 죽는 줄 알았어. 하지만 그냥 간단하게 면바지에 셔츠를 입고 스프리스를 신은 사진은 손발이 무사할 수 있었지. 어차피 유행이라는 것은 돌고 도는 거니까.


이제 아빠의 긴 잔소리가 조금은 이해가 되니? 공부와 꾸밈, 이 두 가지는 결국 '준비된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이란다. 유행은 바람처럼 지나가지만, 네가 쌓아온 논리적인 사고방식과 너만의 단정한 스타일은 평생 네 곁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자산이 될 거야. 아빠는 네가 억지로 남의 옷을 입는 사람이 되길 원치 않아. 너만의 속도로, 너만의 색깔을 찾아가렴. 그 과정에서 넘어지고 실수해도 괜찮다. 아빠가 항상 네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테니까. 너의 청춘을 온 마음 다해 응원한다. 사랑한다,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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