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며. AI와 함께할 너에게

지금도 알 수 없는 내일의 우리

아빠가 최근 가장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인류의 특이점이 곧 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란다. 세상엔 몇 가지 인류의 역사를 바꾼 발명품이 있지. 증기기관, 전기, 인터넷 같은 것들말야. 그게 바로 AI가 될 것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지만 그래서 인류가 어떻게 바뀔 것이냐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논쟁이 오가고 있단다.

긍정론자들은 AI가 질병을 정복하고, 기후 위기를 해결하며, 가난과 불평등을 줄여 모든 인류가 번영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지. 반대쪽에 있는 비관론자들은. 터미네이터 같은 영화에서 묘사된 것처럼 AI가 인간을 지배하거나, 적어도 일자리를 빼앗고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해. 아빠도 솔직히 어느 쪽이 맞는지 아직 모르겠어. 세상은 어떻게 변해갈까? 너가 이 글을 읽을 때는 어떤 시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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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구글이 알파고를 출시해 이세돌을 이겼을 때 아빠는 별 감흥이 없었단다. 바둑에 한정된 부분이기도 했고, OpenAI라는 회사가 ChatGPT를 공개했을 때도 솔직히 말해 대단하다 수준이었어. 하지만 내가 점차 놀라워했던 것은 기술의 발전 수준이 아니라 바로 그 속도였단다. 옛날엔 기술이 발전한다해도 그 속도가 빠르지 않았어. 예컨데 Windows 3.1이 나오고 Windows 95가 나올 때까지 약 3년이 걸렸고 그 이후로 Windows 98도 3년 정도 걸렸단다. 이후에도 출시까지 걸리는 시간은 조금씩 변화는 있었지만 아무튼 1년 사이에 세상이 변하진 않았어.


또 혁신이라 불리웠던 스마트폰 조차 아이폰, 안드로이드 합쳐서도 점유율 100%을 달성하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어. 일반적으로 시장의 수용주기라고 해서 아이디어의 확산과 주류 시장의 편입 과정을 혁신가들이 먼저 받아드리고 얼리어답터가 그 다음, 초기 다수, 후기 다수가 받아드리는 과정이 있는데 지금은 누구나 쓰고 있는 스마트폰도 얼리어답터까지도 3~4년은 걸렸던 것 같지만 AI는 채 2년도 걸리지 않았던 것 같아. 처음 코파일럿이 나오고 월 구독으로 판매할 것이라는 MS의 언급에 많은 사람들이 살까? 했지만 이제는 구독을 하지 않으면 실제로 실제 퍼포먼스에서 떨어지는 사회가 되어버렸어.


이렇게 ChatGPT가 나오고나서부터는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무섭게 빨라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GPT가 나오고 그 대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든 걸 얻으리라 생각했지만 구글에서 Gemini를 만들고 바로 추격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또 Claude가 무섭게 따라가고 있지. 또 AI의 지능도 예전엔 미리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화가 가능해서 일주일 전 뉴스는 AI가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거의 어제 나온 뉴스를 가지고 이야기가 가능할 정도가 되었어. 이게 불과 1~2년 만에 변화하고 있는 것이란다. 옛날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우리의 삶이 변화되는 정도에 호기심과 설렘이었다면 지금은 호기심과 두려움이 섞여 있단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것을 키워야 할까?


우리는 실력과 능력이라는 말을 사용하곤 한단다. 사전적인 의미도 크게 다르지 않단다. 실력은 "실제로 겪어 온 이력" 이라고 나와 있고 능력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힘. 또는 어떤 일에 대한 재능" 이라고 나와있지. 실력과 능력은 여러 사람이 여러 정의를 내리지만 보편적으로 능력을 좀 추상적인 것을 의미한다고 보는 사람이 많고 실력은 현실적인 것을 의미한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단다.


여기서 아빠는 이 두 단어의 정의가 뭐냐가 중요하기 보단 적어도 두 단어를 별개로 해석하고 구분지어 사용해보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아빠는 실력과 능력의 차이를 이렇게 생각한단다. 실력은 악기나 엑셀, 파워포인트 같은 것을 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고 능력이란 어떤 ‘주제’를 해결하는 것, 예컨데 수 많은 악기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팔아야 하는 임무 같은 것이지. 이 둘을 가지고 사람마다 어떻게 말하건 간에 우리는 두 가지, 어떤 것을 "잘"하는 실력과 주제를 잘 관통해서 "해결"하는 능력 두 가지의 기술을 구분해야 한단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제 우리들은 AI의 세상에 살기 시작했어. 네 시대에는 지금보다 더 당연하고 더 뛰어난 AI 혹은 지금 막 나오고 있는 피지컬 AI까지 함께하는 세상이 될 꺼야. 우리는 이제 버티컬한 것을 자세히 배울 필요가 없어. 이 글을 쓰는 시점에도 아빠 시대에 전도유망한 직업있었던 동시통역과 입학생이 줄었다는 기사도 나오기 시작했단다. 즉 이제 실력은 크게 필요없는 세상이 올꺼야. 특히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당연한 게 될꺼고 실 생활에서 필요한 요리, 도구 제작 같은 건 모두 피지컬 AI가 담당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대신 우리에겐 제법 큰 능력을 요구하는 세상이 올꺼야. 오로지 주제를 해결하는 능력에 필요한 정도의 지식이 필요한 세상이 왔어.


주제의 함정


옛날에는 엑셀을 잘 다루기 위해 각 함수를 알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아야 했지만 이제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만 AI에 입력하면 단순한 차트를 넘어 통계적 분석과 그에 따른 인사이트까지 제공해주는 시대가 왔단다. 더 이상 Vlookup이니 Index니 Match 같은 복잡한 함수를 여러 개 섞어 표현할 필요가 없어지고 있단다. AI에 파일을 올리지 않고도 지금 구글 스프레드 시트는 =ai 라는 함수를 지원하고 있지.


그래서 이제는 사람들에게 단 건의 업무가 아니라 주제를 던져주게 되었고. 신입사원이 해야 할 일들이 사라지고 있어. 옛날에는 팀 단위나 2~3명이 의견을 교환해가며 주제를 해결하고 그 방향이 맞는지 점검하며 진행했지만 지금은 AI의 의견도 물어볼 수 있고 프롬프트에 따라 사람보다 더 객관적이고 다양한 관점의 해석 또한 들을 수 있어. 개발자 커뮤니티는 어느세 개발을 물어보는 곳이 아니라 자신들이 짠 앱들에 대한 평가를 요청하는 글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단다.


아빠도 최근에 앱을 하나 만들었는데, 코틀린이라는 것을 통해 안드로이드로 만들었단다. 변수의 이름을 정하는 규칙을 비롯해 폴더 구조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제품 정의서만 똑바로 정의하면 이제 AI가 대부분의 코딩을 도와주더구나. 정말 너무 신기했어. 특정 기술을 익히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의 비용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단다. 이렇게 우리는 해결해야 하는 주제를 이해하고 그것들에 필요한 기술이 뭔지 찾는 것이 필요해. 그러면 우리는 능력만 키우면 끝일까? 사실 이건 너희에게 더 큰 어려움이 될 수 있단다.


누구나 실력보다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대부분 실력부터 키우기 시작하지. 그 이유는 바로 실력은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아닌지 바로바로 피드백이 올 수 있어. 실력은 피드백이 빠르단다. 엑셀에서 함수를 잘못 입력하면 바로 에러가 뜨고, 피아노 연주자가 음을 틀리면 즉시 알 수 있어. 하지만 능력, 즉 방향성의 피드백은 늦게 온단다. 오케스트라가 지휘자의 방향성에 따라 몇 달을 연습했는데, 공연 날 청중이 싫어하는 방향이었다는 걸 그때서야 알게 된다면? 그 많은 노력을 다시 돌리기란 쉽지 않아. 앱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야. 기능 하나하나가 내가 의도한 것과 같은지 계속 확인하지 않으면, 나중에 한참 진척이 이뤄진 뒤에야 수많은 버그가 터지고, 처음부터 꼬인 방향을 고치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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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어릴 적에 사이버 포뮬러라는 만화가 있었는데, 거기 마지막 OVA인 SIN 이라는 만화에 보면 오거라는 머신이 나온단다. 사이버 포뮬러라는 만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기계와 사람의 공존인데, 주인공 기기는 AI와 함께 성장하는 컨셉을, 오거는 이미 완성된 AI와 그것을 따라가야 하는 사람의 관계를 표현했어.


그 만화에서의 메시지는 인류는 사이버 포뮬러의 주인공 기기 처럼 공존하면서 성장하길 원하는 것 같다만 아빠가 보기엔 이미 인류는 오거와 같이 AI는 완성형에 가깝게 만들었고 사람은 거기에 맞춰서 각자도생해야 하는 단계가 된 건 아닌지 생각이 드는구나. 그렇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것은, 네가 AI가 내놓는 답을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AI를 도구로 삼아 자신이 정한 방향을 실현해가는 주체자가 되는 거야. AI는 답을 줄 수 있지만, '어떤 답을 구해야 하는가'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거든.


이미 늦출 수 없는 발전


아들아 데런에쓰모글루라는 경제학자가 지은 ‘권력과 진보’라는 책을 보면 결국 기술이 번영할 때 그 번영의 주체자로써 움직이지 못하면 높은 확율로 나의 이익은 줄어들거나 멈춰 있는다고 말했어. 더불어 지금 AI의 발전은 절대적으로 인간 중심이 아니라 효율성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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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그 자체는 결코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않아. 기술은 그것을 설계하고 통제하는 자들의 ‘비전’과 ‘권력’ 에 따라 그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이야. 세상이 정해놓은 기술의 흐름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보다, 이 기술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작동하는지, 그리고 우리 인간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질문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를 길러야 해. 기술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체적인 힘은 바로 그런 질문에서 시작된단다. 아빠는 네가 AI가 내뱉는 결과물을 단순히 소비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단다.


아까처럼 이제 방향성만 제대로 잡는다면 그에 맞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쉬운 세상이 왔단다. 그래서 AI 시대에 가장 위험한 사람은 ‘기술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철학이 없는 기술자’란다. 기술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올바른 비전이 필수적이야. 너 스스로가 어떤 소명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확고한 철학이 없다면, 너는 그저 거대 기업이 설계한 알고리즘의 부품으로 전락하고 말 거야. 공부하고 기술을 익히는 목적을 단순히 '생존'이나 '남들보다 앞서가는 것'에 두지 말거라. 그것이 아빠가 진심으로 바라는 바야. 네가 익힌 기술로 어떻게 타인의 삶을 이롭게 할 수 있을지, 이 사회의 불평등을 어떻게 완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해. 그것이 바로 기술의 주권자가 되는 길이란다.


주권자가 된다는 건 모든 기술을 다 알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야. 기술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정의하며, 내가 주도권을 쥐고 기술을 부리는 것을 의미해. AI가 답을 주는 시대일수록, ‘좋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과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는 가치관’이 네 몸값이 될 거야. 너는 아빠가 평소에 많이 이야기 한 것처럼 너는 한국이 아닌 글로벌에서 활동하게 될꺼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너가 활동할 사회는 지금과 같은 민주주의 사회가 아닐 수도 있다. 통제된 상황에서 AI가 되었던 어떤 기술이 되었던 너 스스로 확고한 소명의식과 철학이 중요해지는 시점임을 꼭 명심했으면 좋겠다.


세상엔 '빠른 것'과 '옳은 것'이 언제나 같지 않아. AI가 빠르게 답을 내놓는다고 해서 그것이 언제나 옳은 방향은 아니거든. 그 차이를 구별할 줄 아는 사람, 효율만이 아니라 가치를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 바로 아빠가 네게 바라는 모습이야.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방향성을 잡는 연습을 해라. AI가 말 한 것들을 의심해보고 검증해보렴. 그리고 그것이 네가 선택하고 가고자 하는 길인지 항상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단다. 아빠도 이 파도 앞에서 때로는 두렵고,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단다. 하지만 그 물음을 붙잡고 계속 공부하고, 질문하고, 방향을 잡아나가는 것이 지금 아빠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해.


다행스러운 것은, 아빠가 이 모든 것을 혼자 겪고 있지 않다는 거야. 네가 곁에 있으니까. 아빠도 네 곁에서 함께 공부하며 이 파도를 넘는 법을 계속 익혀나갈 거야. 너는 아빠보다 훨씬 더 높은 파도를 멋지게 타 넘을 수 있는 재능과 가능성을 가졌단다. 아빠는 그걸 믿어 의심치 않아. 네가 만드는 미래가 단순히 효율적인 세상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존엄성을 지키며 함께 번영하는 따뜻한 세상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응원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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