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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 [41]

by 허은실

by 낭고

[0712] #042 이마 by 허은실

타인의 손에 이마를 맡기고 있을 때

나는 조금 선량해지는 것 같아

너의 양쪽 손으로 이어진

이마와 이마의 아득한 뒤편을

나는 눈을 감고 걸어가보았다

이마의 크기가

손바닥의 크기와 비슷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가난한 나의 이마가 부끄러워

뺨 대신 이마를 가리고 웃곤 했는데

세밑의 흰 밤이었다

어둡게 앓다가 문득 일어나

벙어리처럼 울었다

내가 오른팔을 이마에 얹고

누워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 자세 때문이었다

#1일1시 #100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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