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떠나 제주로 돌아가는 법

by 해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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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시 제주로


본사로 온 지 2년도 되지 않아 다시 제주로 발령이 났다. 제주만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아쉬웠지만 방법이 없었다. 영업적 성과가 뛰어나지 못했던 나를 받고 싶은 팀장이 없었던 것일 수도 있었다. 제주에서 나는 예전과 비슷한 거래처를 담당하게 되었고 업무는 똑같았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일부 바뀌었지만 회사 생활이 너무 재미없었다. 매너리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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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팀장님과 면담을 했었는데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다고 말하자 팀장님은 ‘매너리즘은 일을 잘하는 사람이 쓰는 말’이라며 나를 돌려깠다. 아니 그럴 거면 면담은 왜 하자고 한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팀장님은 우스갯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자기만한 팀장도 없다고 스스로를 평하곤 했다. 내가 볼 때는 욕을 안 할 뿐 이전에 만났던 최악의 팀장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팀장님이 가장 싫을 때는 매출 실적이 좋지 않을 때마다 “이렇게 할 거라면 회사에 너는 필요 없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쓸모없는 사람인가 자책했던 것 같다.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해지는 날이 늘어났다. 그렇게 꾸역꾸역 하루하루를 버티던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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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짧았던 진주 생활

2024년 3월, 진주지점으로 발령이 났다. 나는 별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내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진주는 태어나서 처음 가보는 것 같은데 걱정이 되었다. 나이도 적지 않은 편이라서 그냥 제주에 정착하고 싶었다. 진주로 가자마자 새로 배치받은 부서에 적응함과 동시에 제주와 진주를 오가며 이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서울로 이직을 할까도 고민해 봤지만 가족들이 있는 제주에서 사는 것이 내 정서적 안정에 더 좋을 것 같았다. 진주에서는 그리 긴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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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을 하기 위해 최종 면접이 있던 날은 진주지점에서 행사가 있어서 바쁜 날이었다. 포기해야 하나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가족들에게 의견을 구하니 작은누나가 “너 후회 안 할 자신 있어?”라고 물었다. 솔직히 자신 없었다. 이곳을 벗어나지 않으면 나는 어차피 지금과 똑같이 살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나는 더 이상 숨기기 어려워서 팀장님께 솔직하게 말했다. “제가 고향에서 살고 싶어서 제주로 이직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며칠 뒤에 면접날인데 그날 행사가 있어서요. 근데 지금 포기해버리면 후회가 될 것 같습니다. 면접을 보러 가고 싶은데 연차를 써도 될까요?” 팀장님께서는 생각보다 흔쾌하게 그러라고 말씀해 주셨다. 정말 눈물 나게 고마웠다. 감사한 마음을 뒤로하고 금요일 면접을 보러 갔다. 엄청 떨렸지만 내가 준비한 것들을 최대한 어필했다. 며칠 뒤, 면접 전형 결과를 확인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실눈을 뜨면서 조심스럽게 링크를 클릭했다. 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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