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고용노동부가 왜 있는걸까?

by 권혜린

"취업이 어려워? 그럼 고용정보센터에 가봐"

기성세대들은 취업이 어려운 청년들에게 이렇게 말을 한다.

고용정보센터에 가면, 뭔가 해답될 줄 알았다. 사이다 한 캔 들이키듯이 속이 뻥 뚫릴줄 알았다.

하지만 그곳에서 내가 마신건 사이다가 아닌 숙취유발제였다.


나는 단순히 한 번도 아니고, 세번씩이나 취업관련프로그램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말할 자격이 있다.

그 경험은 사이다가 아닌 삼키기 힘든 고구마였다.


취업희망프로그램

신청할 당시에는 그냥 청년들 위주이겠구나 싶었다.

막상 현장에 가보니 쌍화탕 같은 기성세대들이 있었고, 청년세대들은 나포함해서 3명정도?

이건 뭐, 청년-중장년의 통합 사우나인가 싶었다.

그 안에 진행되는건 집단상담이었다.

"취업만 하면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어요,: 라는 말을 겉포장일 뿐

실상은 무기력한 집단 공감 및 반복되는 자기소개

그리고 상담사라는 이름의 약쟁이들이 파는 건 다름이 아닌 취업 약

나는 그곳에서 아무런 해소, 동기부여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공허한 말들, 피로감만 남았다.


취업성공패키지

유튜브 광고를 보고 혹했다. '이게 인생 역전의 기회구나' 싶었다.

신청하러 간 센터에서 니트족 체크란을 보고 난 순간 "어 인피니트가 신곡 나왔나?"

생각했다.

(※진짜 몰랐다. 스펙도 대학졸업 이후로도 알았고.. 구직용어도 낯선 사람이었으니)

접수하시는분은 당황한 눈빛으로 "일하지도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구직자들을 말해요." 라고 하는데.

그러니까.. 난 그런사람이었나..?

취업성공패키지 하면서 정말 나는 부모님보다 더 한 직업상담사(나한테는 약쟁이 같은존재)분이 전화나 문자로

"서류 제출하셨어요?"

"취업하기 싫으세요?"

"오늘중에 서류 제출하시고 전화주세요."

"면접 연습하러 오세요."

"직종을 이제와서 바꿔달라고 하시면.. 알선하기 힘들어지세요."

나는 여행사에서 사무직으로 직종을 바꾼 사람이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진지했지만, 그들의 피드백은 조언이 아닌 압박


마치.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 나오는 잔소리 편지가 실제로 있다면, 아마 이런 기분일까?

그건 응원이 아닌 통제였을지도...


해외취업프로그램

국내가 안되니, 나도 한번쯤 해외를 생각했다.

그건 단순한 도피가 아닌, 고3시절과 연관이 있었다.

우리 반은 11개의 문과 중에서도 수능 안보는 유별난 문과반이었다.

뭐 취업준비 하는 애들이 있었냐고 NOPE!

운동부가 있었냐고 NOPE!

재외국민, IELTS 준비생, EJU 준비생, 영어특기자가 있을정도로 유별났다.

그래서 우리반에 들어온 선생님들마다 첫인사는 "너네반 수업이 제일 느려"가 아닌

"유별나긴 유별나, 어쩜 수능 보는 애가 왜이렇게 없어?"라는게 늘 인사였다.

특히.. 몇몇 선생님들은..

"내 과목시간에 이상한 책 꺼내면 다 압수한다." 라고 할정도로 겁을 주긴했었다.

나는 아직도 기억나는것이 영어회화 시간이었다.

그당시에 영어회화 선생님은 명예퇴직을 앞두고 있었던 분이고.. 자기 과목에 확신이 있던분이었다.

그때 우리반에서 EJU준비하는 애한명을 보자 이렇게 말했다.

"너는 왜 내 시간에 일본어공부해?" 하면서 EJU문제집를 들고 그 EJU준비하는 학생 머리를 쳤다.

(지금이야 그러면 아동학대라고 신고들어가지만...)

이어서.. "이거 압수야.. 어디서 이딴거 공부해.. 어쭈? 수능특강도 없어?"

라고 말이다.

결국 학교는 재외국민, 해외대학 입시 준비하는 이들을 위해 자습실을 만들어줬다.

그때 깨달았다.

유별 난 건 우리가 아닌, 대한민국 입시 구조 그 자체라는걸..


또한 큰아빠는 늘 아빠한테 국제전화로..

"혜린이 호주가서 공부시켜도 되잖아."

"한국에서 굳이 힘들게 살 이유가 있을까?"

사실 큰아빠식구들은 내가 초등학교 3학년때 사촌언니와 사촌동생 교육핑계로 호주이민간 사람이다.

하지만 현실은...?

"아이엘츠 점수 없음"

"비자 준비 난항"

"해외 생존에 대한 공포."

결국 남은 것은 희망이 아닌 희망고문


이쯤되면 물어보고 싶다

"고용노동부는 왜 존재하나요?

"고용정보센터는 지금도 유효한 시스템인가요?

"청년을 위한 제도라는 말, 정말 진심인가요?"

"시대는 프리워커, 인디펜던트워커, 크리에이터, N잡러, 창직을 지향하는데.. 굳이 이런곳 없어도

될것 같은데"


나는 이 세가지 프로그램들을 하면서 깨달았다.

"취업은 혼자 준비해도 힘들지만, 제도 안에서 내편은 없다"

시계는 흐르고, 난 또 취업프로그램하면서 뒤쳐졌다.

가슴에 남은것은 허탈 + 부질없는 상담


그래서 이제 나는 새정부에게 물어보고 싶다.

"제발 청년 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실적만들기 좀 그만하시죠."

"청년제도 꼭 있어야 하나요?"

"고용노동부, 고용정보센터 과연 존재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오히려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건

더 많은 취업지원제도가 아니다.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취업하지않은 크리에이터들의 공통된 목소리는

회사밖에서 살아남는 시스템을 찾아야 한다는 것.


이건 회피가 아닌, 선언이다.

나는 이제

'취업'이라는 단어 없는 인생을 선택했다.

그리고...

시대가 변화한 만큼 청년에게 전하고 싶다.

"취업말고, 너 자신을 채용해"

"너답게 살아, 그게 진짜 일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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