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외로운 시절 신화를 만나다.

혜성처럼 전진하는 신화입니다

by 권혜린

남들은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된다는 이유에서 많이 들떠 있었다.

백화점에서 교복을 입어보며 "엄마, 나 이제 진짜 중학생인가봐." 하고 자랑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하고 자랑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나는 그 시절을 기대보다는 부담과 통증으로 기억한다.

사실 중학교 입학하기전까지 이유도 알 수 없는 장염에 걸려서는..

몸도 마음도 말라 붙은 채, 나는 부모님께 이렇게 말했다.

"교복은.. 그냥 알아서.. 가방도 알아서.. 공책도 그냥 큰걸로"

나는 그렇게 무심하게 말했지만, 사실은 마음이 많이 지쳐 있었다.

왜냐하면 초등학교 시절에 친구들로 부터 따돌림을 당했다.

초등학교 4학년때쯤 내가 예전에 살던 자치구에서 지금 살고 있는 자치구로 이사오면서

전학과 동시에 시작된 따돌림, 협박 메일, 사라진 신발

심지어 전에 있던 학교에서 받았던 샤프는 전학가자마자 쓰려고 하다가 선생님께 압수

당하고.. 그래서 지금도 그 색깔을 보면 눈물이 난다.

중학교에 들어가자 과목마다 선생님이 달라졌고, 낯설고 불편한 교실은 나를 더 위축시켰다.

친구를 사귀는 법을 몰랐던 나는 쉬는 시간이 되면 늘 도서관으로 향했다.

책 속에서만 숨을 쉬던 나의 중학생 시절

그러던 어느날 저녁 영어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저녁이었다.

TV를 켜자 낯선 시트콤 하나가 방영중이었다.

'논스톱4'

대학생들의 일상들을 담은 유쾌한 내용들.

나는 그 안에서 고시생 역할을 맡은 누군가에게 눈길이 깄는데..

그게 바로 앤디.

거기에서 유명한 긴 대사 "조용히좀 해주십시오 아시다시피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해 청년실업이 40만명 육박하는 이때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없이 어떻게 살아남을수 있겠습니까?"

처음에는 그냥 연기잘하는 배우 구나 싶었다.

하지만 음악방송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무대 위에 선 앤디를 본 순간

나는 알았다. 그가 바로 '신화'라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라는 걸

그리고 그때부터, 내 인생 첫 덕질이 시작되었다.

그날 이후, 내 생활은 달라졌다.

처음으로 티켓팅을 해보고, 팬클럽에 가입하고, 대중교통을 타고 낯선 공연장을 찾아갔다.

학교와 학원 사이의 삶이 아닌 신화를 향한 길이 나의 새로운 지도였다.


다른 친구들이 교실에서 동방신기, SS501을 외칠때,

나는 묵묵히 주황색 우비와 주황색 응원봉을 흔들며 신화의 이름을 불렀다.

"문정혁, 이민우, 김동완, 신혜성, 전진, 이선호 신!화!창!조"


그 응원법을 외우던 순간은, 영어 단어를 외우는것보다, 딱딱한 의자와 책상에서 수업들을

듣는것보다 더 즐겁고 절실했다.

어쩌면 그 외침이야말로, 외롭고 나를 지켜주던 유일한 목소리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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