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덕질도 스펙으로 인정해주시죠.

조직생활 훈련은 팬덤하면서 종결했습니다.

by 권혜린

학창시절 친구들은 보이스카우트, 걸스카우트, 아람단, 해양소년단 같은 단체활동이나 멋들어진

동아리 경험으로 스펙을 쌓았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활동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대학생때 조차도 동아리에 가입하지 않았다.

학교자체가 부실하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동아리까지 들면 더 부실해진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는 소위 말하는 강남 8학군

매해 SKY 합격생을 배출하였고, 또한 선생님들도 SKY 아니면 상중위 대학교 출신이다.

하지만 대학교의 경우에는 인터넷 검색만 해도 부실대, 학과 폐쇄논란이 따라붙어 다녔다.

같은 노선버스를 타도 기사님들은 다른 대학 학생들만 태우거나, 정류장을 지나쳐 가는 일이 많았다.

심지어 역 부기명도 정하는데 논란이 아주 말들이 많았다.

아파트 주민들 VS 학교 재학생 VS 랜드마크 관계자

아주 삼파전이 일어났다.

또한 빨간버스로 등교하려고 하면 다른학교 학생들이 자리들을 다 차지해서 앉을공간이 없었을뿐더러

심지어 다니면서0도 많이 넘어지고 그랬다.(피해 보상? 그건 안해줬다)

그럴때 마다 내가 다닌 대학이름을 말하는게 부끄러웠고, 숨고 싶었다.

면접장에 가면 다른 지원자들은 자기소개 해보세요 라고 하던데.. 나만 "저기 학교이야기좀 해보세요."

라는것이 첫 질문이었다.

그래서 스펙을 채운것도 대학졸업이후, 자격증도, 대외활동도, 수상경험도..

그럴때마다 속으로 외쳤다.

"없는 걸 어떻게 할까? 내 진짜 스펙은 팬덤 활동인데.. 신화창조 8기, 뷔아피 3기, 인스피릿 5기야

이게 내 스펙이지, 뭐가 문제야???"

(신화창조 - 신화 팬덤이름, 뷔아피 - 빅뱅 팬덤이름, 인스피릿 - 인피니트 팬덤이름)

사실 따지고 보면 덕질만큼 빡센 훈련 과정은 없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기다림은 더위와 추위 극복 시험, 티켓팅은 수강신청보다 소리없는 전쟁,

굿즈구매는 MD학개론, 단체 응원법은 조직형 인간 훈련, 외국어는 해외팬들과 소통

이처럼 덕질은 나의 MBA

취업 부트캠프도 울고 갈 커리큘럽이다. 하지만 취업 면접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낼수가 없었다.

결국 병풍처럼 조용히 들어가야만 했다. 그게 인사담당자들이 원하는것이니...

그래서 지금도 나는 진심으로 바란다. 아이돌 팬덤활동도 스펙으로 인정해달라고

남들처럼 토익 점수, OA자격증은 그저 C&P(Copy, Paste)일 뿐...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덕질밖에 안 해서 그거밖에 눈에 안들어 옵니다. 대신, 아이돌 팬질은 10년 이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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