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많은 사람들 앞에서 꿈고백

나는 내가 좋아하는것들을 말할때 웃더라

by 권혜린

학창시절, 새 학년이 되면 늘 담임선생님께 제출하는 자기소개서.

거기에는 빠지지 않고 '장래희망'을 적어야 했다.

부모님이 원하는것 + 내가 스스로 원하는 꿈.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니 그때 적었던 꿈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래되고 낡은 시스템, 이름하여 '취업'속에서 살아남는

왜냐하면 그냥 무작정 '취업' 이라는 오래되고 낡은 시스템 속에서 살아 남는 것이

전부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지금도 그 시스템이 왜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 용기 내어 내 꿈을 고백해 보려고 한다.

내꿈은 KPOP 연금술사가 되는 것.

사실 그전까지는 뮤지컬 배우, 영어선생님, 세계문화탐험가 등... 수많은 꿈이 있었지만.

중1때부터 KPOP덕질이 내 삶의 중심에 들어와서 더욱더 그런거였을지도...

게다가 고등학교 1학년때 담임선생님께 생일선물로 받은 책,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그당시에는 책을 펼쳐보지도 않았지만, 졸업 후 몇년 뒤 읽게 되었을때 깊은 울림이

남았다(쌤, 혹시 이 글을 보고 계시다면 죄송합니다.)

다시 억지로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나는 김수영작가님의 북콘서트에 간적이 있었다.

단순히 사연을 써서 당첨이 되어서 갔다고 과언이 아니다.

사연이 채택된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작가님의 조언을 받았는데,

그때 나는 속으로 '저 사람들 부럽다. 나도 내 꿈을 고백할 수 있을까?'하며 듣고만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권혜린씨 계시나요?"라고 작가님의 부름에 얼떨결에 손을 들고

작가님을 뵈러 갔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정작 무슨 사연을 썼는지 기억도 나지 안나서

"제가 뭘 적었죠?"라고 물었지만.. 다행히 작가님은 웃으시며 나를 편안하게 이끌어주셨다.

"혜린 씨가 쓴건요, 좋아하는게 있는데 취업이라는게 방해되는 기분이라고 적어주셨어요."

이어서... "그럼 좋아하는게 뭐예요?"라는 질문에 나는 3초 정도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KPOP이요."

그리고 이어진 "좋아하는 아이돌 있으세요?" 라고 묻자..

"인피니트요, 특히 동우요. 동갑이지만 멋있어보여요."

순간 정적이 흘렀지만, 그 자리는 내 진짜 마음을 꺼내놓은 첫 경험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말할때 비로소 웃을 수 있다는걸 깨달았다.

그날 작가님은 내게 '덕업일치' 라는 단어를 알려주셨다.

늘 의미도 없는 취업 면접장에서는 늘 병풍처럼 조용했던 내가 KPOP 이야기를 할때는

열정적인 사람이자 E(외향인)이 된다는 사실도 스스로 발견했다.

그때 선물로 받은 건 달력. 다른 사람들은 텀블러나 마우스 같은 걸 받았는데.

나만 달력이라니.. 조금 서운했었다. 하지만 달력 이라는 선물 덕분에.. 기록습관이

생겼고, 기록은 다시 내 꿈을 확장시켰다.

내가 품고있는 꿈들은 꽤 다양하다. 해외 팬덤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튜터 부터시작해서

아이돌처럼 다재다능한 크리에이터(팟캐스터), 글을 쓰는 작가와 작사가,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관광통역안내사와 의료통역사

이 모든것들이 합쳐져 결국 내가 되고 싶은건 KPOP 연금술사다.

연금술사 소설속 양치기 산티아고가 보물을 찾아 길을 떠났듯, 나 역시 나만의 보물을

찾아 한 걸음씩 걸어가고 있으며, 오늘도 내 연금술은 이어진다.

그리고 가끔은 이렇게 농담처럼 이야기를 한다.

"산티아고가 남자라고 가정하면, 나는 산타리나라고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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