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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호준 Sep 21. 2024

헤드폰과 이어폰의 기원

음악을 걸으며 듣게 된 역사

헤드폰의 탄생

Source : Headphonesty, AccessoryHouseGlobal

헤드폰이라고 칭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헤드폰의 개념이 시작된 곳은 바로 과거 전화국이었다.


1880년대 에즈라 길리랜드(Ezra Gilliland)가 전화국에서 근무하던 전화 교환원들을 위해 헤드폰을 하나 발명하게 되는데, 전화국에서 사용하던 헤드폰은 무게가 무려 10파운드 4kg나 되었기 때문에 머리 위가 아닌 어깨에 얹어놓은 상태로 사용해야 했다.


헤드폰 한쪽으로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마이크가 위치하고 있었다.

Source : Museum Crush

그러다 1890년대, 최초로 음악 감상을 위한 헤드폰이 등장하게 된다.


Electrophone이라는 이름을 가진 영국 회사에서 출시한 청진기 형태의 헤드폰은 손에 든 채 사용해야 했는데, 연간 5파운드를 지불하면 런던에 있던 극장과 오페라 하우스 공연에서 진행되는 라이브를 집에서도 헤드폰을 통해 들을 수 있던 신박한 서비스를 제공했었다.


당시로선 극장과 오페라 하우스를 가지 않아도 집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혁신적인 물건이었기 때문에
오늘날 스포티파이와 애플 뮤직과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느낌이 나기도 한다.

Source : [Headphones Addict] Peter Susic 

비슷한 시기인 1891년, 신기한 물건이 또 하나 발명된다. 바로 헤드폰이 아닌 인이어 방식의 헤드폰이었다.


프랑스의 엔지니어였던 어니스트 메르카디는(Ernest Mercadier)는 "머리에 착용할 수 있을 만큼 가벼워야 된다"라는 내용이 담긴 인이어 헤드폰의 특허를 미국에 등록하는 데 성공했고, 이 인이어 헤드폰에게 '바이텔레폰(Bi-Telephone)'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가 만든  바이텔레폰의 모습은 오늘날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이어폰과 굉장히 흡사한데, 귀 구멍과의 마찰을 줄이고, 외부 소리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고무 커버를 사용한 모습은 오늘날 이어폰의 형태와 굉장히 유사하다.

Source : [Etsy] Vintage 1910 Headphones

시간이 지나 1910년.


미국 유타주 수력발전소에서 근무하던 나다니엘 볼드윈이라는 사람에 의해 오늘날 헤드폰의 생김새와 가장 유사한 헤드폰이 발명되게 된다.


볼드윈은 자신의 집 부엌에서 헤드폰을 제작한 뒤, 헤드폰의 샘플을 미 해군 관계자에게 보냈는데, 해군에서는 처음 보는 헤드폰의 생김새에 우습다고 판단했지만, 막상 청음을 해보니 볼드윈이 부엌에서 만들어낸 헤드폰의 성능은 꽤나 뛰어났었다.


볼드윈의 헤드폰이 마음에 들었던 미 해군 측은 볼드윈과 헤드폰 납품 계약을 정식으로 맺게 되고, 이후 해군에서는 볼드윈에게 헤드폰의 특허 등록을 하라고 제안했지만, 막상 볼드윈 본인은 자신이 발명한 헤드폰이 별거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특허 등록은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등장하는 헤드폰의 형태가 모두 볼드윈의 헤드폰 형태를 따라갔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헤드폰이다.

BEYERDYNAMIC 'DT-48' | Source : [Head - Fi] shamu144

1927년에는 아주 중요한 사건이 발생하는데, 바로 최초의 유성영화인 <재즈싱어>가 개봉된 것이다.


이 재즈싱어의 개봉 이후 당시 극장용 스피커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게 되는데, 이 극장용 스피커를 제작해 판매하던 베이어 다이나믹스에서 1937년에 'DT-48'이라는 헤드폰을 출시하게 된다.


'DT-48'은 최초의 다이내믹 헤드폰으로 진동판에 코일을 부착한 뒤 전기 신호로 진동판에 진동이 일어나게 하는 헤드폰이었다. 오늘날까지 생산되고 있는 수많은 헤드폰들이 1937년에 선보인 'DT-48'의 헤드폰 구조를 따르고 있을 정도이니 헤드폰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제품이다.


'DT-48'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헤드폰이라는 물건은 군부대에서 주로 사용하는 물건으로 취급받아왔지만, 이제는 대중들에게도 개인 청취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방향을 보여준 제품이었다.

Source : KOSS

시간이 조금 더 지나 1958년에는 세계 최초의 상업용 스테레오 헤드폰이 발명되기에 이른다. 바로 KOSS사의 'SP-3' 헤드폰이었다.


미국 재즈 뮤지션 존 코스가 제작한 'KOSS SP-3'는 스테레오 사운드를 도입한 최초의 헤드폰이었기 때문에 모노 사운드를 들려주던 이전 헤드폰과는 완전히 다른 사운드를 들려줬고, 현대 스테레오 사운드의 시작점이라고 불리는 헤드폰이다.


당시 존 코스는 'SP-3' 헤드폰을 출시할 때 오디오 제조업체들에게 헤드폰 출력 단자를 포함시켜 출시하도록 설득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헤드폰 출력단자의 표준규격이 되는 계기가 되었다. 여러모로 현대 오디오 산업에 큰 기여를 한 제품이다.


Stax 'SR-1', KOSS 'EPS-6'

이로부터 1년 뒤인 1959년, Stax에서는 세계 최초의 정전형 헤드폰인 'SR-1'을 선보이게 되고, 1960년에는 KOSS에서 2파운드의 무게를 가진 가장 가벼운 헤드폰이었던 'ESP-6'을 공개한다.


최초의 헤드폰이 10파운드였다는 걸 생각해 보면 정말 많이 가벼워진 것이다.

Source : Sony

1979년, 헤드폰 역사에서 또 하나 중요한 제품이 등장하는데, 바로 '워크맨'이다. 이 '워크맨'과 함께 들어있던 헤드폰이 아주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부담스러운 무게를 가지고 있던 헤드폰을 이제 휴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워크맨'과 함께 걸어 다니며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헤드폰과 이어폰의 발전, 그리고 이어폰의 시대

Source : BOSE

1989년에는 MIT 교수였던 아마르 보스 박사가 설립한 BOSE의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탑재된 최초의 헤드폰,'Series I Aviation Headset'이 출시된다.


노이즈 캔슬링 기술은 애초부터 조종실의 소음을 줄이고 조종사들끼리의 의사소통을 더 쉽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종사들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었기 때문에 BOSE의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은 장시간 엔진 소음에 노출되던 조종사들에게 큰 사랑을 받게 된다.


그렇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헤드폰과 이어폰에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많이 들어가고 있지만, 애초에 노이즈 캔슬링 기술은 원래 항공 분야를 위해 개발된 기술이었다.


Source : Apple

소니의 '워크맨' 이후, 1990년도부터 2000년도까지 음악 플레이어 시장의 흐름이 MP3에게 넘어가게 되는데, 소비자들은 더 많은 곡을 담을 수 있고, 성능이 좋은 MP3를 찾게 된다.


이 시점에 혜성같이 등장한 제품이 바로 2001년 출시한 애플의 'iPod'이었다. 그리고 'iPod'에 동봉되어 있던 애플의 이어폰이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게 되는 것을 기점으로 사람들이 음악을 들을 때 헤드폰보다 이어폰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는 전환점이 되었다.


여기 이어폰과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하나 존재한다.

이어폰이라는 것은 1920년도에도 이미 존재했었다. [Science and Invention] 잡지, 1926년 5월호에는 이어폰의 모습을 한 제품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다만 당시에는 이어폰이 음악 감상용이 아닌 보청기로써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어폰에 대한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서 그리 좋지는 못했었다. 가뜩이나 1990년대까지 이어폰의 품질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음악을 듣는데 헤드폰을 사용하지, 굳이 이어폰을 애용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iPod'의 성공과 함께, 동봉되었던 이어폰을 기점으로 헤드폰보다 이어폰의 사용률이 올라가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어폰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블루투스 시대

Source : Xiaomiui

1999년에는 현재 출시되고 있는 헤드폰과 이어폰 제품들에게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 기술이 하나 등장하게 된다. 바로 블루투스이다. 1999년, 블루투스 1.0이 발명된 뒤 음향기기 회사들에서는 그동안 헤드폰과 이어폰을 끈질기게 따라다녔던 줄을 없애려는 시도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1년 뒤인 2000년, 에릭슨(Ericsson)에서는 'T36'이라는 최초로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한 휴대폰을 출시하면서 블루투스 무선 헤드폰을 기본 구성품으로 넣어주었다. 다만 당시 에릭슨(Ericsson)의 블루투스 무선 헤드폰은 음악 감상이 아닌 통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음향기기로 보기에는 어렵지만, 블루투스 기능이 탑재된 헤드폰과 이어폰이 앞으로 시장에 나올 가능성을 보여준 제품이었다.

ONKYO WB800BT, Apple Airpods 1st

2015년에 가서야 세계 최초의 완전 무선 이어버드(True Wireless Stereo), ONKYO의 'WB800BT'가 출시되었다. 드디어 이어폰에 완전히 줄이 없어진 것이다. 


1년 뒤인 2016년에는 이어폰 시장을 완전히 뒤바꿔버린, 애플의 '에어팟(Airpods)'이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면서, 현재는 무선 이어폰이 유선 이어폰을 누르고 대세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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