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를 망치는 '게으른 완벽주의'라는 이름의 자기 파괴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릴스 코치 강유정 님의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은 '내가 콘텐츠를 못 올리는 이유'. 였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내 이야기 아닌가?’
큰일 났다. 후킹에 걸려들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카메라 앞에서 유정 님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SNS에서 유행하는 밈이다. 그 안에 담긴 그녀의 메시지는 선명하다. '완벽하게 하려다 올해도 그냥 흘려보낸 이들을 위한 동기부여'다. 그녀가 설정한 타깃 안에 나는 꼼짝없이 걸려들고 말았다. 맞다. 나는 전형적인 게으른 완벽주의자였다.
콘텐츠 제작에 있어 나의 집착은 대단했다. 캐러셀 하나를 만들더라도 모든 요소를 완벽히 갖추는 데 몰두했다. 콘셉트, 디자인, 템플릿은 물론 글자 크기, 폰트, 여백, 피드 비주얼까지.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정리된 후에야 진짜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잠을 잘 시간에도 글자 크기를 고치느라 몇 번씩 시간을 소비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였다. 키보드를 두드리기 전, 생각 정리부터 완벽하게 마무리해야 했다. 맞춤법과 가독성은 기본이고 여러 번의 퇴고를 거쳐야 했다. 하나의 글과 캐러셀을 완성하는 데 약 2~3시간이 소요됐다. 솔직히 힘들었다. 마음만 앞설 뿐, 속은 답답했다. 콘텐츠 만들기는 점점 더 벅차게 느껴졌다. 결과적으로 완벽함이 오히려 장애물이 되어버렸다.
‘완벽’이란 장애물은 결국 나를 게으른 완벽주의자로 만들었다. 시작도 하기 전 예상되는 수고로움이 나를 압박했고, 그 무게감은 나를 더욱 게으르게 만들었다. 역설적이게도 완벽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완전히 놓아버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히 배웠다. 완벽을 기다리는 것보다 더 게으른 변명은 없다. 완벽한 순간은 절대 오지 않는다. 사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저 핑계로 활용해 왔을 뿐이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2024년 12월 14일
강유정 님의 릴스를 보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