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척이 아니라, 진짜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글을 쓰러, 스타벅스로 갔다. 한 손엔 맥북, 다른 한 손엔 텀블러를 들었다. 주문한 아이스 블론드 라테 한 잔을 받아 들고 창밖이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엄지손가락 들어 ‘까딱’ 맥북을 열고 와이파이를 연결했다.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그러고 나서 한참 동안, 아무것도 쓰지 못한 채 멍하니 있었다.
분주하게 걷는 사람들, 경적을 울려대는 자동차, 씁쓸하게 떨어진 낙엽 하나하나를 천천히 응시했다. 그렇게 나는 20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키보드에 올린 손이 무색해졌다. 글 쓰는 힘이 사라졌다.
나는, 글을 쓰며 살고 싶다. 오로지 나를 위한 기록, 나를 향한 위로의 문장을 쓰며 살고 싶다. 그 문장이 우연찮게도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들과 닿아, 그들 또한 감싸안는 글을 쓰는 작가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한참 멀었다. 20분 넘게 단 한 글자도 쓰지 못하는 내 모습 앞에서, 스스로 부족함을 절감한다. 한동안 글을 안 써서 그럴까. 관성력을 완전히 잃었다. 글쓰기를 시작하기가 힘들다. 매일 멈추지 않고 글을 써야 함을 느끼는 이유다.
브런치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에도 글을 써 올리고 있다. 덕분에 주변 비슷한 결을 가진 핫한 작가님들과 연결된다. 그래서 그런가. 나를 보고 '작가님'이라 부르는 사람이 늘었다. 나는 이게 참 감사하지만 동시에 불편하다. 내가 그런 과분한 호칭을 들을 자격이 되나?, 나는 책 한 권 출간하지 못했는데? 매일 글을 쓰지도 않는데? 글 쓰겠다는 마음 하나로 비범하게 스타벅스에 입장했음에도, 20분 간 한 글자도 쓰지 못하는 나인데? 이런 내가 작가라니. 말도 안 된다. 나는 아직 멀어도 한참 멀었다.
부끄럽게도 그간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참 많이 했다. 대부분 글쓰기를 독려하는 글이었다. 최근에도 글쓰기 커뮤니티를 열고 독자들에게 매일 글 쓰라 말했다.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습관에는 관성이 붙는다. 하지만, 이 말을 빼먹었다. 단, 반복되지 않으면 관성을 잃고 그만 멈춰버린다고. 아예 멈춰버리면 다시 시작하기 훨씬 더 힘들다고. 맞다. 나의 글쓰기 속력은 어느새 제로가 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더 힘들고 괴로운 모양이다.
스레드에 하소연했더니 많은 응원 댓글이 달렸다. '작가란 오늘 아침에 글을 쓴 사람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매일 글을 써야겠다고 느낀 결정적인 이유다. 단 한 줄이라도 좋으니 내면의 생각들을 매일 밖으로 분출해야겠다. 글쓰기를 양치라고 생각해 볼까. 밥을 먹었으면 치아를 깨끗이 닦아야 하는 것처럼. 하루 종일 보고 느끼며 생긴 생각 찌꺼기들을 뇌 주름 사이사이를 씻어내야 한다. 그게 곧 글쓰기다. 매일 글 쓰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작가인 척은 인제 그만. 쓰는 내가 작가다. 그걸 잊지 말아야지.
2025년 3월 27일, 스타벅스에 멍하니 앉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