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 때 노 저으면 이미 늦었다

물은 언젠간 차오른다

by 권휘석

언젠가부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이 싫었다. 기회가 왔을 때 미친 듯 전력질주하라는 그 말은, 마치 기다리면 언젠가는 큰 물줄기가 내게도 흘러들 거라는 얼빠진 소리처럼 들렸다.


문제는, 물은 늘 조용히 들어왔다가 조용히 빠져나간다. 아무도 방명록을 남기지 않고, 인기척도 없이 몰래 다녀간다. 정작 지나가고 나서야 ‘그게 기회였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그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아마도 노를 들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다. 보트에 앉아 있지 조차도 않았을걸. 그저 물이 안 찬다며 하늘만 바라보고 원망하고 있었겠지.


과학 유튜버 궤도가 한 말이 마음에 남았다.


“나는 평생 노를 젓고 있었어. 물이 없었으니까 제자리에 있었던 거지.”


그 말이 이상하게 내 마음을 울렸다. 준비라는 건 대단한 계획이 아니라, 바삭하게 마른땅을 벅벅 긁어서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행위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러다 물이 차면, 그저 방향만 틀어주면 되는 거고.


궤도는 물이 들어오든 말든 계속 노를 젓고 있었다. 물이 빠져도 또 그 자리에서 계속 젓고 있을 거라고. 그 말은 곧, 기회는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는 행위라는 말처럼 들렸다. 또는, 운은 준비된 자만이 누리는 특권이라는 말로 느껴지기도 했다.


한동안 나는 기다리는 사람처럼 살았다. ‘언젠가 물이 차겠지.’ 하지만 지금은 안다. 물이 없을 때 젓는 노질이 진짜다. 쟤는 왜 저기서 허튼짓 하냐 욕해도 상관없다.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 움직이지 않는 보트 위에서 혼자 팔을 젓는 그날들이, 진짜 방향을 만드는 날들이었다는 걸.


지금은 내게 물이 차올랐을까?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 하지만, 보트 위에 앉아 노를 손에 쥐고 있다. 그게 내가 오늘 할 수 있는 전부이자, 가장 멀리 가는 방식이라는 걸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