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탓하지 않는다는 것

번아웃을 겪고 난 뒤에야 알게 된 것

by 권휘석

나는 늘 실패 앞에서 누군가를 탓하고, 비난했다.


직장 생활에 찌들어 갈 때쯤 나는 극심한 번아웃을 겪었다. 원인은 분명했다. 상사와의 불화였다. 그 인간은 비합리적이었고, 감정적이었으며, 팀원 모두에게 폭력적인 언행을 일삼았다.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는 일 없이, 번아웃의 원인을 오로지 그의 탓으로만 돌렸다.


잠깐은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나와 함께 일하고, 사무실에 들어서서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날 하루는 지옥이었다. 책임을 남에게 미루니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인간은 내가 바꿀 수 없는 사람이야. 수십 년을 그렇게 살던 사람을 내가 어떻게 바꿔.’


당연하던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꽤나 오래 걸렸다. 그 대신 나는 나 자신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내 반응, 내 태도, 내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나뿐이었다. 그 인간이 아니었다.


비난의 화살을 나에게 돌린다는 건, 자책과는 다르다.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고, 통제 가능한 영역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그때부터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했다.


‘남을 탓하는 사람은 아직 갈 길이 멀었고,
스스로를 탓하는 사람은 반쯤 왔으며,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 사람은 이미 도착한 것이다.’


나는 지금 그 중간 어디쯤에 있다. 누구를 탓하기보다, 조용히 다음 걸음을 준비하는 중이다. 그리고 언젠가, 어떤 실패 앞에서도 남도, 나 자신도 탓하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란다. 과거를 고치려 애쓰기보다,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은 살 날이 살은 날보다 더 많이 남았다. 그렇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