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했던 내가 책에게 배운 것들
사장님과 도시락을 먹는 날이었다. 취임 기념으로 직원 네 명이 초대된 간담회였다. 식사 도중 사장님은 질문을 던졌다. ‘자네들의 멘토는 누구인가?’ 나는 당황했다. 내겐, 멘토가 없었기 때문이다. 젓가락을 잠시 내려놓고 먼저 듣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이야기를 시작한 동료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다방면에 박식하고, 삶의 여러 지혜를 건네주는 존재라고 했다. 다음 동료는 학교 선배 이야기를 꺼냈다. 서로 의지하며 성장해 온 관계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내 차례가 되었다.
누구를 말해야 할까. 부모님도 훌륭하지만, 멘토라 부르기엔 어딘가 어색했다. 나는 독립적인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그랬고, 누구에게 조언을 구하고 기대는 일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제 멘토는 책입니다.”
이번엔 내가 사장님을 당황하게 했다.
책은 내가 질문할 때 대답해 주고 길이 헷갈릴 때 가이드가 되어준다고 말했다. 그제야 사장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떤 책을 읽느냐고 물었다. 나는 경제서를 시작으로 자기 계발서를 거쳐, 요즘은 철학과 인문학 책을 읽는다고 답했다. 요즘엔 이북 리더기로 읽는다. 물리적인 거리와 상관없이 언제든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생각해 보면, 나는 오래전부터 멘토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길을 잃고 헤매는 순간이 많았고, 조언을 구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장남이라 형도 없었고, 그저 익숙한 태도는 스스로 판단하고 감당하는 방식이었다.
책은 그런 나의 성향을 서서히 자기편에 기대도록 만들었다.
《돈의 속성》 김승호는 돈에 대해 가르쳐줬고, 데일 카네기는 사람 사이의 기술을 알려주었다. 《슈퍼노멀》 주언규는 평범한 삶을 비범하게 만드는 길을 보여줬다. 그들이 내 멘토였다.
누군가 실존하는 멘토를 곁에 둔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길을 잃었을 때도, 길을 잘 가고 있을 때도, 그의 조언은 방향을 바로잡아줄 수 있다.
하지만 책도 멘토가 될 수 있다. 책은 먼저 다가오지 않지만, 언제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필요한 순간, 조용히 곁에 앉아 함께 걸어주는 존재. 내 멘토는 그렇게, 말없이 나를 키워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