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처럼

팀 보울러 『리버보이』 리뷰

by 권인

『해리 포터』를 제치고 만장일치로 카네기 메달을 수상했다는 책 소개만으로도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일까 읽어 봐야겠다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몇 년 전에 읽었다면 공감과 감동의 정도가 덜했을 것 같은데, 3년 전 돌아가신 아빠와의 기억을 떠올리니 주인공 제스의 상황과 감정이 훨씬 더 많이 공감되고, 깊게 감정이입이 되어 가슴 먹먹한 심정으로 작품을 읽었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인생을 강에 비유한 부분은 너무나 공감이 되었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건강하게’ 슬퍼할 만큼 슬퍼하고 다시 삶을 살아나가겠다고 다짐하는 제스의 모습을 보며 정신적으로 정말 성숙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 그녀는 괜찮을 것이다. 지금은 괜찮지 않지만, 그리고 한동안은 괜찮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괜찮아질 것이다. 그녀는 엄마와 아빠처럼, 특히 아빠가 그렇듯이 깊은 슬픔에 잠길 것이다. 그 슬픔은 깊고, 그것이 일으키는 아픔은 클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 슬픔을 원했다. 그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했다. 이 괴팍하고 위대한 노인의 죽음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처럼. 그리고 제스에게는 더 많은 내일이 놓여 있는 것처럼. 그녀는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앞으로 더 많은 내일을 살 것이고 더 성장할 것이다.
- 출처:『리버보이』, 팀 보울러 저/정해영 역, 다산책방, 2008, 227쪽
아빠 역시 슬퍼할 수 있을 만큼 슬퍼한 후에는 다시 마음을 추스를 것이다. 울어야 할 순간에 울음을 참으면 병이 난다. 그 시간을 충분히 누린다면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그녀가 그럴 것처럼. 아빠에게는 언제나 강하고 결단력 있는 엄마와 아빠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딸이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서로에 대한 추억이 있었다. 그것이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위한 힘이 될 것이다.
- 출처:『리버보이』, 팀 보울러 저/정해영 역, 다산책방, 2008, 231쪽
또다시 삶은 계속될 것이다. 고통스러울 필요는 없었다. 단지 때가 되면 누그러질, 건강한 슬픔만이 있을 뿐이었다.
- 출처:『리버보이』, 팀 보울러 저/정해영 역, 다산책방, 2008, 236쪽


요즘 부쩍 늙어간다는 것, 노후의 삶이라는 것이 참 슬픈 일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꼬장꼬장하고 고집 세고 강하기만 하던 제스의 할아버지가 붓을 들 힘조차 없을 정도로 쇠약해진 모습을 보며 너무 슬프고 안타까웠습니다.

내 몸을 내가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고, 죽음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때가 오면 얼마나 서글플지, 상상만 해도 슬퍼집니다.

몇 년 전 네덜란드에서 70대 부부가 함께 동반 안락사를 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https://www.insight.co.kr/news/472755


늙고 아픈 몸으로,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을 기다리다 요양 시설에서 다른 이들에게 짐짝처럼 다뤄지다 외로이 삶을 마감하게 된다면 정말 비참하고 허무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지는 내 의지로 선택할 수 있지만, 언제 어떤 모습으로 삶을 마감할 지는 내 의지로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 슬프기도 하고요.

내가 내 몸을 스스로 건사할 수 있을 때, 맑은 정신일 때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평화롭게 삶을 마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줄거리는 매우 잔잔하지만 리버 보이의 정체가 거의 맨 마지막에 밝혀지기 때문에 책을 다 읽을 때까지 궁금증과 긴장감이 유지됩니다.

리버 보이의 정체에 대한 저의 추측은 맞아떨어졌지만, 할아버지의 마지막 그림인 “리버 보이”에 정작 왜 소년이 등장하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은 알프레드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어릴 적 친구)에 의해 작품 후반부에서 풀렸습니다.

줄거리와 결말을 알고 읽으면 재미가 반감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사전 정보 없이 작품을 읽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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