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 外 『큐리어스』 리뷰
과학자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를 두었기에 갈수록 과학 관련 책들만 눈에 들어옵니다.
이 책은 유명한 과학자 26명의 짧은 에세이 (자서전 형식) 모음으로, 어떤 계기 또는 이유로 그들이 과학자가 되었는지 과학자 스스로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작품이어서 보자마자 읽고 싶었습니다.
『이기적 유전자』를 쓴 리처드 도킨스는 알고 있었지만 다른 과학자들의 이름은 생소해서 사전 지식 없이 읽어도 되나 살짝 걱정했는데, 어려운 과학 지식을 알지 않아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어떤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할지 참고할 만한 내용이 있나 열심히 읽었는데 의외로 부모의 영향으로 과학자가 된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부모와 집안의 영향을 크게 받은 앨리슨 고프닉, 니컬러스 험프리, 메리 캐서린 베이트슨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어릴 때 접한 책이나 시트콤, 친구나 이웃 등을 통해 우연한 계기로 과학자의 길에 들어섰다는 점이 의외였고, 유독 독서광이 많은 걸 보니 역시 책의 힘은 위대하구나 느꼈습니다.
그리고 유대인 집안 출신의 과학자들 (스티븐 핑거, 로버트 새폴스키, 앨리슨 고프닉, 머리 겔만, 재너 레빈, 하워드 가드너)이 많은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과학자이면서도 글까지 잘 쓰는 사람들이 많아서 부러웠습니다.
특히 J. 도인 파머의 글은 재미있어서 웃음을 자아냈고, 주디스 리치 해리스의 글은 역시 작가가 쓴 글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아이 영재원 수업 하시는 교수님들께서 과학자는 글쓰기도 잘해야 하고, 영어도 잘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이 과학자들의 글을 읽으면서 수긍이 되었습니다.
과학자들의 머릿속에서 아무리 놀라운 생각들이 펼쳐지고, 아무리 기가 막힌 실험 결과가 나온다 해도 그 내용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할 수 없으면 무용지물이겠지요.
보통 사람들도 다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게 눈높이에 맞춰 잘 설명하고 글로 쓸 줄 아는 것이 과학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자질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리처드 도킨스가 읽고 또 읽었다는 『두리틀 박사의 모험』을 읽어 봐야겠습니다.
다른 과학자들이 영감을 받았다는 책들도 정리해 두었다가 찬찬히 읽어 봐야겠고요.
작가 이름이 나오지 않은 작품도 일부 있었습니다.
휴 로프팅-『두리틀 박사의 모험』 (리처드 도킨스 편)
데카르트-『방법서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편)
칼 포퍼-『과학적 발견의 논리』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편)
조지 가모-『하나, 둘, 셋, 무한』 (스티븐 핑거 편)
『톰 스위프트 시리즈』 (레이 커즈와일 편)
파블로프-『파블로프의 마지막 유언』 (니컬러스 험프리 편)
『과학적 방법 발견하기』 (앨리슨 고프닉 편)
칼 세이건-『에덴의 용들』 (재너 레빈 편)
윈프리-『생물학적 시간의 기하학』 (스티븐 스트로가츠 편)
프레드 호일-『검은 구름』 (J. 도인 파머 편)
아이작 아시모프-『파운데이션』 3부작 (J. 도인 파머 편)
어린이 백과사전 『지식의 책』 (프리먼 다이슨 편)
쥘 베른-『헥토르 세르바다크』 (프리먼 다이슨 편)
에릭 템플 벨-『수학자들』 (프리먼 다이슨 편)
카미유 조르당-『해석 강의』 (프리먼 다이슨 편)
프란체스코 세베리-『대수 기하학』 (프리먼 다이슨 편)
『진화』 (팀 화이트 편)
클라크 하월-『초기 인류』 (팀 화이트 편)
아인슈타인-「자전적 비망록」 (리 스몰린 편)
* 책에서 나온 구절을 읽은 후 떠오른 생각과 감정은 초록색으로 표시했습니다.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습관은 책이나 교사가 과학자가 되려는 젋은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재능 중 하나이다. 남들이 말하는 것을 전부 받아들이지 마라. 스스로 생각하라. (리처드 도킨스)
- 출처:『큐리어스』, 리처드 도킨스 外, 페이지2북스, 2024. 21쪽
시카고 대학교에는 독특한 점이 또 하나 있었는데, 교과서가 없고 대신 위대한 학자들의 저서를 직접 읽게 했다는 것이었다. (린 마굴리스)
- 출처:『큐리어스』, 리처드 도킨스 外, 페이지2북스, 2024. 120쪽
교과서 대신 위대한 학자들의 저서를 직접 읽게 했다니, 참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수업이 많아지면 좋을 것 같아요.
『파블로프의 마지막 유언』은 이런 경고로 끝맺고 있다. "과학은 개인에게 평생을 바치라고 요구한다는 것을 명심하라. 당신의 목숨이 두 개라도 부족할 것이다. 부디 자신의 연구와 탐구에 열정을 다해 매진하기를." (니컬러스 험프리)
- 출처:『큐리어스』, 리처드 도킨스 外, 페이지2북스, 2024. 157쪽
동생들과 나는 타고난 천재가 아니었다. 우리는 단지 배움의 기회가 많았고 우리를 돌봐준 사람들로부터 진지한 대우를 받은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 나는 운이 좋았다. 하지만 아이들을, 그리고 과학을 행운에 맡겨 두어서는 안 된다. (앨리슨 고프닉)
- 출처:『큐리어스』, 리처드 도킨스 外, 페이지2북스, 2024. 183쪽
나는 교육에 관한 글을 쓸 때마다, 두 가지 중요한 절실한 요구 사항들 간에 있는 긴장 관계를 언급해 왔다. 지식에 접근하는 방법을 터득하려면 다년간 훈련을 거쳐야 한다는 것과 기존의 사고방식을 깨뜨리고 세계에 관한 새로운 진리를 발견하고픈 충동, 즉 창조적인 정신 사이의 긴장이다. (하워드 가드너)
- 출처:『큐리어스』, 리처드 도킨스 外, 페이지2북스, 2024. 260쪽
과학은 보편적인 신념 체계이며, 일상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톰은 물리학에서 정치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과학자라는 입장에서 접근했으며, 누군가가 단지 이른바 전문가라는 이유로 그들에게 꿀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는 내게 어느 것도 당연시하지 말고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라고 격려했다.
[...]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은 한 개인의 자연적으로 전개되는 인생과 뒤얽혀서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J. 도인 파머)
- 출처:『큐리어스』, 리처드 도킨스 外, 페이지2북스, 2024. 276쪽
첫 번째 인용문과 일맥상통하는 문장이네요. "의문"을 품는 자세가 과학자는 물론 모두에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나는 강박적이고, 열정적이고, 거의 병적일 정도로 호기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곤 한다. 아니, 언젠가 피터 메더워가 말했듯이, "이해가 안 되면 몸이 불편해질" 필요가 있다. 호기심이 자신의 삶을 지배해야 한다.
과학은 자연과의 연애이다. [...] 그런데 이 갈망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아마 어느 정도는 타고난 개성일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린 시절의 인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나는 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과 열광을 보이는 사람들 곁에 있는 것이 성공을 위한 최상의 공식임을 오래전에 깨달았다.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 출처:『큐리어스』, 리처드 도킨스 外, 페이지2북스, 2024. 279쪽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는 모든 부모들도 똑같이 하기를 권하고 싶다.) 하나는 내가 선택된 존재, 그것도 최고의 존재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내가 아무리 해도 부모님이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었다. 이 둘의 조합은 아이를 성공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확실한 공식이다. 아마도 약간 신경질적인 성격이 되긴 하겠지만.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 출처:『큐리어스』, 리처드 도킨스 外, 페이지2북스, 2024. 280-281쪽
그렇다면 무엇이 그 아이에게 과학자의 삶을 선택하도록 한 것일까? 그것은 자유였다. 내 부모님은 내게 결코 어떤 분야의 직업을 가지라고 강요한 적이 없었다. (팀 화이트)
- 출처:『큐리어스』, 리처드 도킨스 外, 페이지2북스, 2024. 328쪽
아이에게 강요가 아닌 조언, 독촉이 아닌 격려를 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해야겠습니다.
그 사이에 나는 아인슈타인의 뒤를 잇는 일에 내 평생을 바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의 사상 중에 내게 깊이 와 닿았던 것 하나는 과학자가 됨으로써 일상생활의 고통과 불확실성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자연의 법칙들을 이해함으로써 눈앞의 일에만 몰두하는 인간의 삶보다 더 영구적이고 아름다운 세계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리 스몰린)
- 출처:『큐리어스』, 리처드 도킨스 外, 페이지2북스, 2024. 339쪽
아이의 꿈이 "자연을 이해하는 물리학자"인데, 리 스몰린도 자연을 이해함으로써 영구적이고 아름다운 세계와 연결된다는 생각을 했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나를 과학자이자 작가로 만들어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유전적 요인들이 관여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독서를 사랑하고 권위에 코웃음을 치는 성향을 지니고 태어난 듯하다. 하지만 환경 요인들 중에서는 무엇이 영향을 미친 것일까?
[...]
진짜 요인은 동년배 사람들과의 상호 작용이었다. 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진화 역사를 거친 결과,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끼리 무리 (아이들에게는 또래 집단)를 이루고 자신의 행동을 집단의 행동에 맞추려는 동기를 타고난다. 사회화라고 불리는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또래들과 점점 더 비슷한 행동을 하게 된다. (주디스 리치 해리스)
- 출처:『큐리어스』, 리처드 도킨스 外, 페이지2북스, 2024. 3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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