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불러오는 용서와 화해

정지아 『아버지의 해방일지』 리뷰

by 권인

초반에는 사투리 때문에 자꾸 흐름이 끊겨 이야기에 잘 집중도 안 되고 지루하게 느껴졌는데, 읽어 나갈수록 이야기에 몰입되고 후반부에서는 딸바보 아버지의 사랑과 그 사랑을 뒤늦게서야 깨닫는 딸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 속 아버지처럼 모든 사람은 누군가에게는 좋고 고마운 사람, 누군가에게는 적이나 원수, 누군가에게는 쉽고 이용하기 좋은 사람, 누군가에게는 존경스럽고 한없이 어려운 사람 등등 상대에 따라 다른 사람으로 새겨지고 추억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의 죽음 뒤에, 내 장례식장에 찾아온 이들은, 남겨진 이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지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건 그 사람의 어떤 과오나 허물도 다 별것 아니었던 것으로 느껴지게 하는, 묘하고 강한 힘을 지녔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낍니다.

그러니 생전에 망자를 그리 미워하던 사람들도 죽은 뒤에는 눈물 흘리며 그를 용서하고 그리워하는 것이겠지요.

빨치산인 부모, 연좌제로 인해 가족과 친지들이 겪는 부당한 대우, 이데올로기를 넘어서는 사람 사이의 정과 인연 등도 이 작품의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제게 더 크게 다가온 건 죽음으로 인해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용서와 화해, 죽은 이에 대한 그리움과 미화였습니다.

몇 년 전 돌아가신 아빠 생각도 많이 났고, 아빠를 많이 원망하던 엄마가 아빠 돌아가신 후 미안해하고 후회하시던 모습도 생각나고, 아빠 장례 치르며 겪었던 일들이 떠올라서 공감이 많이 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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