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없다

김선정 『물 없는 수영장』 리뷰

by 권인

아이 학교 겨울방학 추천도서여서 읽어 봤는데요, 재미도 있고 생각할 거리도 던져 주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기현, 진호, 영리 세 학생이 방치되어 있는 학교 내의 수영장에 얽힌 비밀을 풀어 나가는 이야기인데요, 오랫 동안 꽁꽁 감춰 뒀던 비밀이 드러나기까지의 과정이 흥미진진했고, 다른 작품에서 흔히 보기 힘든 소재를 다룬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비밀을 풀어나가는 재미가 큰 작품이어서 줄거리는 생략하겠습니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가 무거운 마음으로 책장을 덮게 되는 작품이고요.

인간의 잔인함에 대해 다시 한번 죄책감을 느끼고,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더 강하게 느끼기도 했습니다.




책갈피+생각


* 책에서 나온 구절을 읽은 후 떠오른 생각과 감정은 초록색으로 표시했습니다.


서로의 시시한 농담에 웃음이 났다. 호흡도 한결 가벼워진 것 같다. 따로 떨어져서 누군가의 미움을 견디거나 혼자서만 일을 도모할 때와는 확연히 다른 공기를 다들 느끼는 것이다.

연대의 힘과 안정감을 잘 묘사한 부분입니다.

혼자 미움을 받거나 어려운 일을 꾸역꾸역 감당하고 있을 때 느끼는 소외감과 막막함은 크나큰 고통이죠.

그럴 때 한 사람만이라도 옆에 있어 주면, 심지어 지지까지 해주면 없던 힘까지 생길 정도로 큰 의지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나보다는 나았으면 나처럼 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내가 겪은,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그 모멸감의 시간들을 그들은 느끼지 않기를 바랐다.

내 뒤에 오는 사람들이 내가 겪은 것과 똑같은 어려움을 겪거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겪지 않아도 될 일을 피해 가길 바라는 마음은 대부분 갖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 선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이런 길은 피해 가라고 경고를 해주기도 하지만 그 둘 다 잘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 애석하고 씁쓸합니다.


이제껏 어렴풋이 알고 짐작했던 일을 직접 듣고 보는 것은 또 달랐다.

짐작하는 것과 직접 겪는 것은 차이가 정말 크죠.

아무리 예상했다 하더라도 실제 내 일이 되면 체감 강도는 훨씬 큰 것 같아요.


나를 알아 달라는 구슬픈 외침. 진호가 알기로 슬픔은 남을 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 오래 묵은, 너무 큰 슬픔은 좀 다를지도 모른다.

'너무 오래 묵은, 너무 큰 슬픔'이라고 하니 '한(恨)'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네요.

오랫 동안 방치된 슬픔과 억울함은 점점 더 단단하게 뭉쳐지고 농축돼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터져 버리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 왜 뭐든 한참 뒤에 알게 되는 거지."


대개 우리는 고통의 시간을 통과한 후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후에야 말을 하고 따져 묻고 진상을 밝히고 비로소 억울한 이에게 사과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내놓지 않고 묻어 버린 것들은 어떤 식으로든 비집고 나오니 더 큰 화가 나기 전에 세상에 보내야 한다 [...]


묻힌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 이것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그래서 그 다음은.....'을 그려 보는 과정은 내 옆의 다른 이들과 손을 잡아야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 출처: 『물 없는 수영장』, 김선정, 사계절,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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