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차 대학교 직원의 일상
예전에 모두 "Yes"라고 할 때 혼자 "No" 라고 하는 용기를 강조하는 광고가 있었던 게 기억납니다.
선천적으로 현실에, 부모님이나 선생님, 선배 등 손윗사람에게 순응하는 게 훨씬 더 익숙한 편이라 그 광고를 보며, "No"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사람이 부러웠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학생일 때까지만 해도 이런 성격 때문에 크게 불편하다거나 손해를 본다는 느낌은 별로 받지 못했는데,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점점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업무분장 회의 때도 그렇고, 2020년 업무분장 때도 그렇고, 더 거슬러 올라가 전 직장에서 업무분장을 할 때도 저는 왠지 직장 상사나 동료들에게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뭔가 새로운 일이 생기거나 업무를 나눠야 하는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제게 물어보고, 제가 '내가 조금 더 바쁘고 말지' 하고 수락하면 그 일은 이상하게도 처음 제게 왔을 때보다 덩치가 커지고, 범위가 커지곤 하더라고요.
이제 저도 곧 반백 살인데, 언제까지 이렇게 쉬운 대안으로 여겨져야 하나 회의가 들었고, 제 마음의 병도 "No"라고 하지 못해 감당하기도 힘든 일들을 여기저기서 떠안다가 생긴 것이라는 자각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큰 용기를 내서 업무분장 회의 전 제 입장과 생각을 네 장의 자료로 정리해서 교수님들께 전달했습니다.
그 자료를 만들고 전달하기까지 계속 망설였지만 일단 전달하고 나니 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 것 같아 속 시원하고 뿌듯한 느낌도 들었어요.
교수님들께서 그 자료를 보고 비협조적이라거나 일하기 싫어한다고 생각하실까 걱정도 됐지만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작성하려 노력했는데요, 고심한 보람이 있는지 그 자료를 보시고는 교수님들의 생각도 조금 바뀌어서 제 입장을 더 이해해 주시는 느낌입니다. 물론 정세상 제게 새로운 일이 더해질 가능성이 90% 이상이지만요.
지난주 의사 선생님과 상담할 때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씀드리니 불리한 상황이었겠다며, 그래도 교수님들의 이해를 이끌어낸 건 좋은 변화라고, 결론이 잘 나면 좋겠다고 응원해 주셨습니다.
타고난 성격을 바꾼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 건 알지만 아닌 것에는 아니라고 말할 줄 아는 용기를 조금씩 더 키워 나가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