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요!!”
어느 날, 큰아이가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외쳤다. 워낙 성실하고, 교우관계도 좋았던 아이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것이 바로 이유 없는 방황과 질풍노도의 시기로 대변되는 사춘기인가?’
그런데 그 원인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 있었다. 바로 수업시간에 이루어진 성교육 때문이었던 것. 독일에선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매주 한 시간씩 성교육이 이뤄진다. 그런데 그 수위가 굉장하다. 담임교사가 당근에 콘돔을 끼우면서 콘돔 사용의 필요성과 사용법을 일일이 설명해 줄 정도. 큰 아이가 충격을 받았을 법도 하다.
선생님의 친절하기 그지없는 성교육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성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씩 적어오라고 숙제를 내주고, 아이가 적어온 질문을 토대로 부부관계가 무엇인지, 그것을 통해 아이는 어떻게 생기고, 어떻게 낳는지 설명해준다. 본인의 경험담까지 곁들이는 수고로움까지 더해서 말이다.
그리고 나면, 사춘기의 특징과 관심을 잘 다룬 동화책을 한 권 택하여 전체 학생들에게 구입하도록 한다. 그 책을 두 달 가량 함께 읽어가면서 책의 줄거리와 책속에서 다뤄진 사춘기의 특징에 대해 집중분석한다. 아이들은 그 시간을 통해 사춘기의 의미와 특징, 자기 몸의 중요성 그리고 바람직한 남녀 관계까지 배워간다.
그런데 이런 교육을 ‘오버스럽다’고 말하긴 힘들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독일 아이들은 신체발육이 굉장히 빠르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가슴이 나오기 시작하고, 4학년 때 초경을 하는 아이도 많다. 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바로 환경이다. 그들 생활주변에선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면이 (우리나라 보다) 훨씬 자주 쉽게 목격된다.
독일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실업계 중·고등학교와 붙어 있다. 넓은 운동장과 체육관을 함께 활용한다는 면에서는 경제적이지만, 교육상 부정적인 면도 꽤 있다. 학교 곳곳에서 중·고등학생들이 서로 애정표현 하는 광경을 쉽사리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이 어린 초등학생들 눈에는 다소 민감하게 비쳐질 수 있기 때문에, 성교육의 시기도 빠르고, 교육내용도 과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