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묘한(?) 황당함

by 시골교사

말 나온 김에, 독일 청소년들의 성문화를 조금 더 살펴보자. 여기 학생들은 어느 정도 크면 동거에 들어가는 연인들이 많다. '어느 정도'의 시기를 고등학교 시절 정도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독일에서 가사 도우미로 잠깐 일할 때였다. 일을 돕던 집에 고3 여학생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녀 방을 청소하러 들어가려던 참에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야시시한 잠옷 차림의 그녀와 함께 트렁크 팬티 차림의 남자친구가 한 방에서 나서는 것이었다. 당황해하고, 놀라고, 민망해하는 것은 나뿐이고, 정작 당사자들은 아무런 부끄러움도, 당황함도 없었다.

얼마 후 그 둘은 지하실에 신방을 차리고 동거에 들어갔다. 그런 청소년의 개방화된 성문화도 충격이지만, 그렇게 쉽게 서로의 성적 만족을 채우도록 허락하는 부모의 태도는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웠다.

청소년이 이 정도라면, 대학생들은?

‘방금 샤워를 마친 여대생이 보무당당하게 복도를 활보한다. 젖은 머리에 달랑 수건 한 장 걸친 모습으로. 어떤 시선도, 눈치도 살피지 않는 게 영락없이 자기 집 안방에서의 몸짓으로.’

그런 그녀가 마주치는 사람들은 가족이 아니다. 또래 남학생들! 중국에서 온 왕(王)군도 있고, 이집트 유학생 모제스(Moses)도 있고, 폴란드 출신 필립(Filip)도 있다. 독일 대학의 기숙사에서 겪는 황당함이다.

이런 자연스러운(?) 모습과 황당함은 독일 대학 기숙사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이런 남녀 구분 없이 어우러져 사는 기숙사 문화에 충격을 받는 건 갓 도착한 외국인 유학생들뿐이다.

독일 유학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기숙사의 배치다. 여학생동과 남학생동의 구분이 따로 없다. 달랑 세 명이 사는 공동하우스도 마찬가지로 남녀 구분 없이 모여 산다. 고등학교를 마치면 완전한 성인이라는 인식이 강해서다. 다 큰 어른들을 두고, 성별을 구분해 방을 배치하는 것이 그들 눈엔 어쩌면 유치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러쿵저러쿵 비판할 마음은 없다. 그들이 보기엔 어쩌면 우리가 너무 보수적인 걸 수도 있으니. 사실 성에 대해 자유분방한 문화는 독일 사회 전반 곳곳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일례로 해변에 가면 탈의실도 따로 없다.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아무데서나 훌러덩 옷을 벗고 수영복을 갈아입는다. 도대체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는 것은 우리 쪽 사정일 뿐이다.

독일에서 남녀문제는 온전히 그들 몫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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