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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교사 Aug 17. 2019

조는 학생, 자는 학생, 수업중에 없다.

‘잠이 쏟아진다, 쏟아져. 저녁에 학원 수업이 있으니 믿고 자보는 거야.’     

학원수업이 따로 없는 독일에서 학생들은 수업 중에 졸 수도, 잘 수도 없다.       

독일 중·고등학교는 보통 논술(50%)과 구술(50%)시험으로 학업성취도를 평가한다. 구술시험 평가는 과제 발표 외에 수업에 대한 참여도까지 반영한다. 이것은 수업중의 학습태도가 필기시험과 마찬가지로 중요하며, 논술에서 100점을 받아도 수업 참여도가 낮으면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이런 평가방식으로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졸 수도, 잘 수도 없다.      

학교수업이 끝나면 중학생은 오후 1시면 집으로 귀가한다. 하지만 좀 늦게까지 남길 원하면 점심식사 후 특별 방과후 활동(Arbeitsgemeinschaftsactivity)을 신청하여 오후 3시까지 남을 수 있다. 고등학생의 경우는 오후 2,3시, 늦어도 오후 4시면 모든 수업이 종료된다. 그 이후에 학교에서 이뤄지는 일체의 방과 후 수업은 없다.      

방과후 이후의 시간은 개인 몫이다. 인문계 학생들은 에세이 쓰기나 자료 조사를 위한 시간할애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런 과제를 끝낸 후에는 초등학생의 오후처럼, 정해진 요일에 따라 악기레슨, 합창단 및 오케스트라활동, 승마 등과 같은 취미 활동을 한다.  

         

학교생활의 성공여부글쓰기가 좌우한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책을 받아 오던 날, 아버지의 손놀림은 바빠지셨다. 다락방에 서 해묵은 달력을 꺼내 책을 싸주시고, 거기에 이름까지 써주셨다. 그런 분주한 손길을 바라보다 뚝딱 완성된 책을 보면 얼른 집어 드는 책이 있다. 바로 국어책이다. 책 속에 나온 시를 읽고 읽고 또 읽으며 시상을 머릿속에 떠올려보기도 하고, ‘소나기’나 ‘별’과 같은 단편 소설을 읽으며 순수한 사랑을 꿈꾸기도 했다.      

그런 국어책에 대한 관심은 이곳에서도 이어졌다. 독일 국어 책의 내용과 공부법이 궁금했다.      

독일 학교 교육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 중 하나가 에세이 형식의 글쓰기이다. 수학 과목을 제외하고 글을 많이 써야한다. 국어(독어), 영어, 역사, 지리, 종교수업의 경우는 특히 더하다.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짧은 스토리의 일부분을 제시해 주고 그 다음 전개될 내용을 상상해서 적게 한다. 그 적은 내용을 가지고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고, 친구들은 그 발표 내용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말한다.      

중학생이 되면 지문의 내용을 요약하는 활동이 많아진다.      

중학교 저학년 때는 제시문에 대한 핵심내용 파악이 많다. 주어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지문 속의 고급단어와 어휘를 익히고 논리력과 자기 표현력을 기른다. 고학년이 되면 제시문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읽어야 할 책도, 숙제도 많아진다. 예를 들어 수업 시간에 배운 주제에 대한 심화 학습, 주어진 주제에 대한 에세이 쓰기 내지는 주제탐구 등이다.      

이런 선행 작업은 수업의 형태에도 영향을 준다. 강의식 수업 보다는 그룹토의와 토론식 수업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여기서 교사는 주제에 맞게 수업을 디자인하여 학생들이 ‘자신만의 답’을 고민할 시간과, 남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주장’을 표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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