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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교사 Aug 17. 2019

역사수업, 자료를 찾으며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엄마, 소원이 하나 있어요. 크리스마스 때 독일에 보내주면 안돼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작은 아이는 이런 볼멘 소리를 해댔다. 다시 독일로 가고 싶다고. 친구들이 보고 싶다며 울기도 했다. 돌쟁이 때 한국을 떠나 초등학생이 되어 돌아온 아이에게 한국은 낯설기만 했고, 독일이 오히려 고향처럼 편하게 느껴졌던 게다.       

딱한 마음에, 그리고 독일어를 잊어버릴까 싶어 겨울방학을 이용해 한 달간 독일을 다녀왔다.       

한국 겨울방학시즌에 독일 아이들은 단기 크리스마스 방학을 치르고 학교에 등교한다. 그래서 두 아이 모두 친구들이 다니는 학교에 양해를 구해 독일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받게 하고, 배운 것이 도적질이라고 그 참에 나 역시 학교수업을 참관할 기회를 얻었다.      

그렇게 방문하게 된 학교는 게레어튼쉴레 김나지움(Gelehrtenschule, Gymnasium). 그곳에서 9학년 역사 수업을 참관하였다.     

참관 수업 주제는 ‘비스마르크와 프로이센의 독일 통일’이었다. 선생님은 몇 주간 다룰 학습주제에 대해 설명해주고 관련 자료를 나눠주었다. 학생들은 주어진 자료에서 핵심내용을 찾으며 자기들의 생각을 적고 그 적은 내용을 조원들과 함께 나눴다. 수업 중간 중간, 모르는 내용이 있거나, 조별모임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생기면 그때마다 손을 들어 선생님에게 질문하며 조별 탐구 방향을 구체화시켰다. 수업이 끝남을 알리는 종이 울릴 때쯤, 조별로 탐구할 내용을 정하고 각자의 역할을 부여하는 것으로 수업은 마무리 되었다.      

수업에서 크게 요란한 것도, 다양한 것도 없었다. 수업 중 선생님의 역할은 적었고, 학생들끼리의 참여와 활동이 대부분인, 학생중심 수업이었다.


수업이 끝난 후 선생님은 역사교과의 특성상 지식전달이 중요할 것 같지만, 학생들 스스로 자료를 찾으며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설명해주었다. 주어진 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관련된 사료들을 직접 찾고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교사의 역할은 학습주제와, 그 주제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소주제를 설정해 주고 기본적인 자료를 제공하는 선까지며, 찾은 자료와 정리된 스토리를 가지고 발표와 토의를 거쳐 사건을 주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학생들의 몫이었다.      

배움의 주체가 누구이며 그 주체들을 어떻게 배움의 과정에 참여시킬지는 이곳에서도 교사의 몫이고 고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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