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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교사 Aug 17. 2019

성적은 있고, 석차는 없다.


“잘했네. 근데, 한나는 몇 점이야?”     

큰아이가 채점이 끝난 시험지를 들고 왔을 때 그 결과를 보고 조심스럽게, 그리고 교양 있는 어투로 그렇게 물어 본다.     

한나는 같은 유치원을 다닌 큰아이의 반 친구이자, 라이벌이다. 아이의 성적이 나오면 내심 한나의 성적도 함께 궁금했다. 너무 들이대고 물어보면 엄마를 속물로 볼까봐 넌지시 물어보는 게다.      

초등학교에서의 시험 횟수는 학기당 정규 시험 2~3회, 쪽지시험 2회 정도이다. 여기에 발표와 수업 참여도, 그리고 숙제(에세이 써오기) 등의 내용을 평가항목으로 정하고 항목별 점수를 종합하여 성적을 매긴다. 1학년부터 2학년까지는 점수를 표시하지 않고 교사의 의견만 성적표에 담는다.      

‘공지! 1회고사 시험기간 : 201*년. 5월 2일 ~ 5월 4일’


위와 같은 별도의 시험기간도 교육과정에 없다. ‘시험을 도대체 언제 보는 거야?’하고 궁금해 할 즈음에 과목별 성적결과를 간헐적으로 한 장씩 들고 오는 게 고작이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일주일 뒤에 국어 시험을 봅니다.” 뭐, 이 정도는 알려준다.      

시험은 해당 교과 수업시간에 치러진다. 그러다보면 2~3주 시험 분위기가 이어져 고학년이 되면 이것으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시험 결과는 1(수), 2(우), 3(미), 4(양), 5(가)점으로 평가되고, 보통 3까지 받아오면 잘했다고 여긴다.     

시험 후에 아이보다 부모가 더욱 기다리는 것이 있다. 바로 성적표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그런 것이 따로 없다. 부모확인용으로 보내오는 채점된 시험지가 전부이다. 그것조차 과목별로 낱장씩 학생 손에 들려 보내니 학년은 고사하고 학급에서의 석차조차 파악할 수 없는 게다.      

성적결과는 반 아이들 간의 비교를 통한 아이의 수준파악이 아닌, 교과의 이해 정도만을 확인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친구를 경쟁자로 의식할 필요가 없고,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을 일 또한 없다. 단지 이런 문화에 익숙지 않은 한국 부모만 답답할 뿐이다.      

그래도 엄마인 나는 결과가 나오면 ‘다른 친구는?’, 이 물음이 저절로 나왔고, 그걸로 반에서의 아이의 석차를 가름하곤 했다.           


저녁 8시에 이뤄지는 반팅     

‘학부모 모임 개최: 0월 00일 20:00’     

‘학부모 모임을, 이 늦은 시각에?’     

독일 교사들은 부모와의 소통을 중시한다. 대표적인 게 반별 학부모 모임이다. 학기별 최소 한 번이상인 이 모임은 학부모들 퇴근 시간과 아이들의 취침시간을 고려해서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된다.      

이 모임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부모 전원이 참여한다. 학기 초에는 새로운 교과담당 선생님들도 함께 참여하여 한 학기 교과별 수업목표와 부모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점들을 전달하고, 학년이 끝날 땐 수업시간에 이뤄진 학습 결과물을 학부모에게 공개한다. 담임교사는 학기 초에 한 학기 학급운영 계획을 안내하고, 학년이 끝나면 진행과정과 결과를 보고한다. 만약 특별한 학습 성과물이 있다면, 이 시간을 통해 부모들에게 공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수학여행이나 요트 경기와 같은 특별활동이 있을 때, 그 과정을 동영상으로 보여주거나, 교과시간에 이뤄진 연극과 같은 활동은 학부모회의 전에 부모들 앞에서 발표하도록 한다.     

이렇게 학급 운영과정과 학생 개개인의 학습결과물이 학부모의 참여와 관심 속에 공개됨으로써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학교생활과 학습의 진행속도를 때마다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생생한 소통을 통해 학부모는 공교육에 대한 신뢰감을 쌓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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