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강의실 앞쪽에 등장했다. ‘드디어 시작인가?’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새 학기, 첫 강의를 기다리던 나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하지만 이내 다시 느슨해진다. 빛바랜 청바지에 허름한 후드 티셔츠 차림으로 마이크를 이리저리 점검하던 그의 행색 때문이다.
‘아, 교수님은 언제 오시지….’ 수업 개시를 기다리는 시간이 슬슬 지루해졌다.
“안녕하세요. 이 강의를 맡게 된 사회정책학 교수입니다.”
잠시 멍 때리던 찰나, 목소리 울림의 주인공에게 시선을 돌렸다.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까 마이크를 점검하던 그 허름한 후드 티셔츠였다.
‘뭐라고, 저 분이 교수라고???’
학문적 권위는 뛰어나지만, 실생활은 오히려 굉장히 수수한 게 이곳 교수들의 또 다른 특징이다.
이 사회정책학 교수님의 허름한 행색은 한 학기 내내 변함이 없었다. 어쩌다 한번 입는 청바지가 아니라 교복처럼 청바지를 입고 강단에 서는 모습은 충격이었다.
물론 고지식하게 양복을 고집하는 교수님들도 있다. 하지만 40대 중반의 비교적 젊은 교수들은 자유분방했으며, 복장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여름이면 파란색 남방에 청바지를 고수하는 대머리 통계학 교수님, 허름하다 못해 남루한 티셔츠에 색 바랜 청바지를 즐겨 입는 계량 경제학 교수님, 그리고 앞서 말한 사회정책학 교수님이 바로 그런 부류였다.
그런 옷차림으로, 어깨엔 배낭, 머리엔 헬멧을 갖추고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굴리며 학교로 향하는 분들이 바로 이곳 대학 교수들이다.
‘이 분들은 왜 이리 체통 없이 청바지에, 자전거로 출퇴근을 할까? 차비를 아끼려고? 아님 지구환경과 에너지를 생각해서?’. 추측컨대, 연구할 시간이 부족한 그들에게 자전거는 하나의 운동수단이 아닐까 싶다.
격식을 따지는 사람들은 어느 곳이나 있기 마련이지만, 그런 것에 매이지 않고 자기의 길을 열심히 걸어가는 교수들이 멋져 보인다. 옷차림이나 출퇴근 도구는 실력을 중시하는 그들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생머리 질끈 동여 맨 여대생
개인적으로 화장을 잘 안하는 편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색조화장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런 쪽에 별 관심이 없고, 쌩얼에 대한 자신감도 나름 있었으니까. 실제로 젊을 땐 맨 얼굴로 나가도 ‘피부 좋다’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 물론 지금은 “이젠 화장 좀 해야지?”라는 말이 솔솔 들려오긴 하지만.
이런 내게 이곳 여대생들의 모습은 큰 동질감을 주었다. 대부분 생머리 질끈 동여맨 헤어스타일에 청바지 차림이 전부이다. 화장도 하지 않는다. 학교 다니는 동안 색조화장을 진하게 하고 다니는 여학생은 거의 보지 못했다.
‘예쁜 얼굴에 좀 꾸미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파마하는 경우도 보기 어렵다. 무언가 인위적인 것을 머리든, 얼굴이든 갖다 대지 않았다.
복장은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100% 청바지 차림이다. 책가방도 다양하지 않다. 학생들 대부분이 비스무리한 백팩을 맨다. 핸드백에 잔뜩 멋을 부리고 다니는 것은 대도시에서 온 중국 여학생들뿐이다. 그런 화려한 차림은 이곳 대학교 분위기에서는 오히려 어색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