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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교사 Jul 19. 2018

딸을 위한 축구, 신의 한 수 였다

여자 아이에게 축구를?    


 “축구 같이 할래요?”    

한나 엄마의 뜻밖의 제안이었다. 한나는 큰 아이의 유치원 친구이자, 초등학교 친구이다. 매사에 소극적이고 쉽게 포기하는 딸 아이의 성격을 운동을 통해 고쳐보고자 하는 한나 엄마의 바람이었다. 또 그때까지 곁에서 지지할 친구가 필요했던 게다.    

사실 별로 내키는 제안은 아니었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운동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자 아이에게 축구를?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망설임이 길어졌지만 한나 엄마 역시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의 설득은 성공했다. 축구교실이 집 근처인 것과, 월 2만 원의 저렴한 회비가 마음을 굳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참에 작은 아이까지 한번에 엮었다.     

축구를 배운 지 두어 달이 지날 무렵, 이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가르치길 참 잘했다’라는 생각을 넘어, ‘왜 좀 더 일찍 시작하지 않았을까’하는 후회까지 들었다.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마음껏 에너지를 발산했다. 큰아이는 배운 기술을 팀 속에서 적용해 보고자 분주했다. 작은 아이는 성격대로 언니들 틈바구니에서 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댔다. 두 아이 모두 요령이 부족해 연신 헛발질을 하고, 힘과 기술이 없어 공을 원하는 곳으로 날리지도 못했다. 하지만 드넓은 운동장에서 공을 쫓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아이들의 모습은 참으로 건강해 보였다. 넘치는 에너지를 운동장에서 저렇게 마음껏 뿜어댄다면, 심신이 두루 건강하게 잘 자라줄 것이란 믿음이 들었다. 그동안 은근히 공부에만 급한 마음을 먹고 아이들을 그쪽으로 몰아 세웠던 것이 후회스러웠다. 몸이 약한 큰 아이와, 에너지 넘치는 작은 아이에게 축구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취미생활로 바쁜 부모와 아이들     


한나와 함께 축구를 배운 것처럼, 독일 아이들은 방과 후에 다양한 취미에 도전하고 그 속에서 적성과 흥미를 발견해 나간다. 

독일 초등학교는 저학년은 11시 반, 고학년은 12시 반에 끝난다. (일찍 끝나는 대신 1교시가 8시에 시작한다.) 그 이후에는? 자유다. 나머지는 부모와 아이들의 몫이다.     

초등학생의 경우는 주로 놀이와 취미활동으로 방과 후 시간을 메꾸어 간다. 어떤 아이는 매일 친구와 오가며 놀기에 바쁘다. 또 어떤 아이들은 주말을 제외한 요일마다 색다른 취미활동으로 분주하다. 예를 들어 월요일은 플롯레슨, 화요일은 승마, 수요일은 발레, 목요일은 댄스, 금요일은 수영 등.    

초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오후시간은 자녀들의 이런 놀이와 다양한 취미활동으로 버겁다.     

집을 오가며 노는 경우에, 아이를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일이 부모 몫이다. 또한 아이들끼리만 집에서 놀게 하지 않는다. 부모 중 누군가가 아이들과 함께 있어 주어야 한다.     

취미활동도 마찬가지이다. 각 분야별 취미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까지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일, 모두 부모의 몫이다. 활동적인 내용이 많은데다 아이들을 태워가는 학원 버스가 일체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중학생 정도만 되어도 혼자 버스나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지만, 그전까지는 부모가 이 부분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자녀들의 건강하고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자녀와 함께 오후시간을 바쁘게 보낸다.        


‘모두가 다 피아노를 쳐야 하는 건 아닙니다.’    


독일 사람들은 음악을 참 좋아한다. 살던 도시 키일(Kiel)에는 매 달 한번, 극장에서 오페라가 공연되고 그것을 감상하기 위한 사람들로 티켓은 빠르게 매진된다. 오페라를 사랑하는 민족임에는 분명하다.     

그런 음악적인 관심에 비해, 아이들의 음악교육에는 관심이 덜하다. 취미활동에 열을 올리는 이곳의 문화를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실제로 큰아이 반에서 악기를 배우는 학생 수는 전체 25명 중 6명 정도에 불과했다.    

음악에 관심이 있는 집에서는 아이가 여섯, 일곱 살 정도 되면 시립 음악학교에 보낸다. 음악학교에서 2년간의 기초과정을 거친 후 아이와 의견을 조율하여 악기를 정한다. 하지만 연습을 놓고 아이와 실랑이 하지 않는다. 연습을 소홀히 하면 아이가 그 악기에 흥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가르치는 일을 쉽게 접는다. 부모가 원하는 것과 아이가 원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음을 일찌감치 인정한다. 한번 시작했으니 어느 정도 기본은 익혀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방학에는 숙제가 없다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얘기가 조금 달라지지 않겠냐고? 그렇지 않다. 독일 중학생 저학년의 경우는 오후 1시, 고학년의 경우 오후 2시면 수업이 끝나고, 고등학생의 경우는 오후 4시면 모든 수업이 종료된다. 그 이후에 학교에서 이뤄지는 일체의 방과 후 수업은 없다. 이것은 인문, 실업 계열의 모든 학교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방과 후 시간은 개인 몫이다. 인문계열 학교는 그룹과제가 많은 편이라 주어진 과제 해결을 위해 관련 책도 읽어야 하고, 그룹미팅도 자주 할 필요도 있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시간은 개인 몫이다. 읽고 싶은 책도 실컷 읽고, 체육, 음악, 미술 등 자기 관심분야의 취미생활을 하며 시간을 보낼 뿐이다.    

그럼, 방학엔? 숙제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그나마 아이들이 다니던 음악 학원조차 방학 기간만큼 쉬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방학은 그야말로 자유인 셈이다.        


※ 이 글은 더퍼스트미디어와 오마이뉴스에 연재된 기사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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