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모임 개최: 9월 0일 20:00’
‘학부모 회의를 한다고?’, ‘이 늦은 시간에?’
부모 역할은 체험 기회 제공에 그치지 않는다. 독일의 교사들은 아이의 성장과 학습을 위해 부모와 유기적으로 소통하려 한다. 대표적인 게 학부모 모임이다. 1년에 두 번, 반별로 학부모 모임을 갖는데, 모임 시간은 학부모들 퇴근 시간과 아이들의 취침시간을 고려해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다. 8시면 대부분의 저학년들은 잠자리에 든다.
이 모임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부형 전원이 참여한다. 학기 초에는 새로운 교과담당 선생님들도 함께 참여하여 그들의 한 학기 수업목표와 부모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점들을 전달하고, 학년이 끝날 땐 달성된 학습 결과물을 학부모에게 보여준다. 담임교사는 학기 초에 한 학기 학급운영 계획을 안내하고, 학기가 끝나면 진행과정과 결과를 보고한다. 만약 특별한 학습 성과물이 있다면, 이 시간을 통해 부모들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수학여행이나 요트 경기와 같은 특별한 행사활동이 있을 때, 그 과정을 동영상으로 보여주거나, 교과시간에 이뤄진 연극과 같은 활동이 있으면 학부모 회의 전에 부모들 앞에서 발표하도록 한다.
이렇게 학급 운영과 학생 개개인의 학업성취도가 반별 학부모의 참여와 관심 속에 공개됨으로써 학부모들은 이 시간을 통해 자녀들이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의 학습진행 속도를 보이며, 어떤 결과에 도달했는지를 직접 듣고, 눈으로 확인한다. 이런 소통과정을 통해 학부모는 공교육에 대한 신뢰감을 쌓아 나간다.
법과 규칙의 엄중함, 어릴 때부터 배운다
독일도 6~70년대에는 학교에서 체벌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젠 완전히 사라졌다. 가정에서도 체벌은 금기이다. 잘못이 있을 때 벌을 주거나 심한 꾸지람을 줄지언정, 매를 대지는 않는다. 아이를 심하게 때리면 당한 자녀나, 그 옆집에서 경찰을 부를 수 있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그럼 아이가 잘못할 때 어떻게 교정할까요? 독일 아이들이 어릴 때 가장 무서워하는 벌은 바로 ‘격리’이다.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보통 화장실에 가두는데, 처음에는 울고불고 난리가 나지만 익숙해지면 군소리 없이 화장실로 들어간다. 잘못한 행동에 대한 대가를 그런 식으로 치르게 하는 셈이다. 이 같은 처벌 방식에 대해선 독일 내부에서도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가혹하단 의견도 있다. 하지만 부모가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아이를 때려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멍들게 하는 것보단, 심적으로 고통을 겪으면서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더 낫지 않나 싶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아이들끼리 치고 박고 싸우면 어떻게 할까? 이 경우 양쪽 부모가 서로 중재 하거나, 심한 경우 정신과 치료를 받게 하기도 한다. 그런 폭력적 성향이 어디서 왔는지, 그것이 개인에게 국한된 것인지, 아님 부모에게 문제가 있는지 함께 고민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큰아이 반에 그런 남학생이 있었다. 늘상 반 친구들을 괴롭히고, 심지어는 담임 선생님에게도 덤비는 행동을 보였다. 결국 그 아이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한 학년 유급을 당했다. 그리고도 그 학교에서 교정이 되지 않아 그런 성향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정학교로 보내졌다.
독일 초등학교는 경찰과도 잘 협조하는 편이다. 입학 초엔 관할구역 경찰관이 모든 반을 돌며 간단한 교통 및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학부모 모임 시간엔 어떤 상황에서 경찰을 부를 수 있는지, 경찰이 어떤 문제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설명해 주기도 한다. 그들은 그것이 교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폭행이나 불건전한 일의 해결은 온전히 경찰의 역할로 여긴다. 대상이 어린 학생들이고, 장소가 학교라 해도 말이다. 때문에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법의 엄중함을 깨닫고, 법의 필요성을 배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