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보면 학교를 다니면서 자격증도 따고 자소서도 쓰면서 취업 준비를 병행하고 알바도 하고 다양한 일을 잘 해내는 것 같다. 근데 나는 한 번도 그것들을 병행해 본 적이 없다. 학교를 다닐 땐 정말 학교만 다녔고, 알바할 때는 휴학했고 졸업유예한 지금도 한 번에 한 가지밖에 안 한다.
이쯤 되면 얼추 예상이 가겠지만, 당연히 학교만 다녔을 때 매번 4점대 학점만 받은 것 아니고, 휴학하고 알바했을 때 월 백만 원 이상씩 벌어온 것도 아니다. 직업 훈련받고 있는 지금도 그거 하나 하는 것도 벅차다. 토익 본다, kbs 한국어 능력시험 볼 거다 생각만 했지 몇 개월째 밍기적거리기만 하고 있다. 내가 이 세상을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긴 한가?
하나라도 제대로 해내는 게 중요한 거라는 듣기 좋은 핑계가 있지만, 그래서 제대로 했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당당히 그렇다고 말할 자신은 없다. 유튜브에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것도,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다 성과라고 할 수 없는 수준들이니까. 나는 정말 이 영상이 좋다고 생각해서 며칠을 고생해서 만들었는데 아무도 관심을 안 가진다. 처음엔 자기만족으로 시작했지만 그래도 좋은 성과가 있었으면 하는 게 사람 욕심이지 않나.
다만 글 쓰는 일에 대해 성과가 없는 건 하나도 안 억울하다. 그건 맹세코 심혈을 기울인 적이 한 번도 없다. 글쓰기 전에 기획 같은 거 해본 적 없고, 당연히 퇴고도 안 한다. 그냥 떠오르는 대로, 뱉고 싶은 대로 지껄이는 것뿐이지. 나의 글은 최소한의 정제를 거친 배설에 가깝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통일된 주제 따위 없이 생각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하고 있잖아. 잠이 쏟아지고 있는 건 덤이고.
윤동주 시인은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겠다는 말을 남겼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기도한 적도, 죽어가는 모든 것들에 사랑을 보내보려 한 적도 없는 내가 「서시」의 위대함에 감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그거 하나다. 주어진 길을 그냥 걸어가는 거. 복잡한 머리와 아픈 마음은 잠시 뒤로 두고, 나는 그냥 내 길을 가야겠다. 느리고 어설퍼도 그냥, 어떻게 가다 보면 어디든 나오겠지.
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어디로 가든 상관없다고 했지만 길을 잃었다고 했다. 그런 앨리스를 보며 챗셔 고양이는 어디에 도달해도 상관없다면 어느 길로 가도 괜찮은 거라고 했고. 그래, 어느 길로 가도 어디론가는 닿을 수 있겠지. 그게 지옥으로 향하는 가시밭길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뭐 가봐야 아는 거고. 가만히 서서 굳어가느니 가시에 찔려 피칠갑이 되는 편이 조금은 더 산 사람 같지 않겠어? 어쨌든 내가 아직 죽지는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