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조금씩 달랐던 밤

by 권권우

늦은 시간임에도 집에 누워 있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 유난히 크고 밝은 달이 떠있었다. 달을 올려다 보니 나뭇잎이 보였고, 그것들의 색깔이 눈에 들어왔다. 달빛보단 가로등 불빛에 밝았던 것 같지만. 붉게 물들어 가고는 있지만 푸른 빛이 남아있는 단풍은 아직 가을이 다 익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제법 차가운 공기에선 겨울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11월 초의 밤은 산책하기에 완벽하다고 할 순 없는, 조금 과한 추위를 동반했다.

느리게 걸었다. 오른발과 왼발이 맞닿을 정도의 좁은 보폭으로, 아주 느리게. 귀에 꽂은 이어폰에선 몇개월 전까진 전혀 듣지 않았던 제이팝이 흘러나오고 있다. 모든 것이 평소와 조금 다른 밤이었다.

급한 성격 탓에 과하게 걸음이 빨라 같이 걷는 이를 늘 당황케 했는데, 왠지 최대한 느리게 걷고 싶었다.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다는 이유로 제이팝을 멀리했었는데,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 것도 아니면서 최근에는 제이팝이 좋아졌다. 일과가 끝나고 집에 오면 체력이 방전되어 쓰러지곤 하는데, 집을 나서서 걸었다. 하루만에 책도 두 권이나 읽었고, 평소보다 1시간을 늦게 일어나 지각도 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나는 나를 모르겠다. 너는 대체 누구니. 어떤 사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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