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와는 다른 불편함이 있다. 매일이 새로운 여행자의 삶을 두고 지루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아쉬움이다. 물론 익숙한 공간으로 돌아가는 편안함과 안도감도 함께한다. 여행을 떠날 때도 설렘과 불안, 피로가 같이였던 것처럼.
집으로 돌아가면 내려놨던 삶의 고민도, 해야 할 일도 다시 다 내 몫으로 돌아온다. 딱히 즐거울 일도 없고. 벌써 한숨부터 쉬어지지만, 그럼에도 나는 여기저기를 떠돌며 살거나 해외에서 살 자신은 없다.
어쨌든 내 나라는 대한민국이고, 내가 마음 편히 읽고 쓰고 뱉을 수 있는 언어는 단연코 한국어밖에 없다. 한국의 모든 것은 내 뼈에 새겨져 있고, 어떤 산해진미를 먹어도 일주일이면 빨간 라면에 김치가 땡기는 한국인이니까. 특히 한국인의 급한 성질머리를 버릴 수 없는 나로서는 한국의 행정 체계를 절대 벗어나고 싶지 않다.
다만, 오히려 해외에 있을 때 외로움은 잊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타향살이의 고독에 대해 언급하지만 사실 그 부분은 잘 모르겠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도 외로우니까, 딱히 해외로 나온다고 더 외롭지는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외로운 건 당연하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지만, 아는 사람이 많은데 외로운 건 아픈 일이지 않나. 아는 사람은 계속 더 늘어가니까 더 힘이 든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일 자체가 버겁고.
도쿄의 도심은 별천지 같았고 후지산의 절경은 황홀했다. 스시 오마카세와 야키토리, 야키니쿠, 커피와 디저트들까지 어느 것 하나 훌륭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조용한 거주 지역들의 분위기도 너무 좋았고. 가깝지만 또 어디보다도 먼 이 일본이라는 나라는 지금껏 찾지 않은 것이 아쉬울 정도로 좋았다.
도쿄가 아닌 다른 곳도 방문해보고 싶어졌다. 홋카이도나 오사카, 교토 등 일본에는 다른 아름다운 곳도 많으니까. 혼자서 자유롭게 다녀봐도 좋고, 친구 하나 데리고 즐겁게 다녀도 좋고. 뭐든 다 좋다. 돈과 시간만 허락한다면.
그리고 그때에도,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돌아와야 한다. 내가 있던 한국으로. 또다시 일상을 살아내야 하며 다시 숨을 고르고 뛸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예전에도 다가올 미래에도 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해야지 어쩌겠나. 이게 내 삶인 걸. 그게 없다면 여행은 여행으로, 즐거움으로 존재할 수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