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하지만 그 준비 과정은 결코 즐겁지만은 않다. 숙소와 교통편을 예약하고, 그러면서 최대한 경제적인 선택을 위해 고뇌하는 일만으로도 진이 빠진다. 거기다가 기껏 떠난 여행에서 시간 낭비를 할 순 없으니 최소한의 계획 정도는 짜 놓아야 한다. 적어도 어느 지역 어느 동네를 갈지는 정해놓아야 가서 멍하니 시간을 죽이지 않을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떠나는 날에는 새벽같이 일어나 시간을 아껴야 하고 중간 일정에는 본전을 뽑기 위해 최대한 빡빡하게 일정을 잡고 돌아오는 마지막 날에는 남은 촉박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해야 한다. 이게 여행인지 훈련인지 헷갈리지만, 성격 급하고 본전 의식이 가득한 한국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어쩔 수가 없다.
유럽에서 두 달 넘게 자유여행도 해봤지만 바로 옆나라인 일본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어제까지는 그랬다. 오늘 아침 난생처음 일본 땅을 밟았으니까. 일본과 한국은 너무 가까워서 공통점이 너무 많기 때문에, 모름지기 여행이라면 타국에 도달했다는 그 감각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지금껏 일본은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부모님까지도 60년 인생에서 그런 이유로 일본을 못 가보셨다. 그래서 과감히 떠났다. 네 가족이 함께.
세계 최대의 도시 중 하나이자 존재 자체가 어마어마한 상징성을 가진 일본의 수도 도쿄. 이제 첫날이지만 도쿄의 매력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쇼핑에 전혀 관심없는 나조차도 눈길이 가게 하는 수많은 가게들,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훌륭한 맛을 내는 스시 오마카세, 밤거리를 밝히는 화려한 불빛들까지. 멍하니 그 대도시의 무게감에 압도당하다 보니 벌써 하루가 끝나버렸다. 너무 맛있었던 생맥주를 계속 들이키다 보니 배가 불러 잠이 쏟아지는 건 덤이고.
너무 귀찮지만 그것을 가뿐히 상쇄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여행의 매력 아니겠는가. 복잡한 머릿속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고. 내일은 도심에서 살짝 벗어난, 현지인들의 조용한 동네로 가보고 싶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줄 선물도 찾아볼 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