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by 권권우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단연코 졸업과 취업. 이 둘은 우선순위를 가리기가 모호하다. 지금 당장 실현 가능성을 보자면 졸업이고 중요도를 따지지면 취업인데, 어쨌든 둘 다 하긴 해야 한다. 되도록이면 근 시일 내에. 문제는 졸업과 취업이 서로 복잡하게 엮여 있다는 거다. 졸업 예정을 조건으로 취업하게 되면 취업이 졸업보다 먼저가 될 수도 있는데, 자칫 졸업을 놓치면 채용 취소가 돼서 둘다 조질 것이다. 정석적으로 졸업을 일단 하고 취업을 하자니 졸업과 취업 사이 공백이 너무 길어질까. 기업에선 공백을 그렇게 싫어한다던데.


하고 싶은 건 원래도 좋아했던 영상 만들기. 그리고 드라마와 예능 몰아보기. 작년에 너무 즐겁게 봤던 흑백요리사 시즌 2가 곧 공개 예정이고 최근에 일본 콘텐츠에 꽂혀서 보고 싶은 일본 드라마, 영화들을 많이 저장해놨는데 시간이 없어서 보질 못하고 있다. 시간이 없는 이유는 상기한 해야 하는 일들 때문에. 영상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건 꼭 시간 문제 때문은 아니고 아이디어와 제작 과정에서의 스트레스도 영향이 있지만.

콘서트도 가고 싶다. 한 달 전쯤에 김동률 콘서트를 너무 즐겁게 보고 왔음에도 아직 부족하다. 역시 뛰어노는 콘서트가 심장을 뛰게 하는걸. 오아시스는 록밴드한테 삶을 맡기면 분명 후회할 거라고 했지만 그걸 실천하기는 어렵다.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알겠으나 지금 당장이 문제다. 나중에 후회하는 걸 걱정할 여유 같은 게 없다. 질주하는

드럼과 심장을 파고드는 일렉기타, 묵직한 베이스와 포효하는 보컬. 이런 것들이 없으면 동태눈깔도 떠지질 않는 걸 어떡하나.


그렇다고 해야 할 일 때문에 하고 싶은 걸 아주 못하고 있지는 않다. 최근에 [언내추럴]이라는 일본 드라마를 재밌게 정주행했고, 엊그제는 일본 도쿄로 여행도 다녀왔고. 만나고 싶은 친구들과도 약속을 잡아놨다. 그리고 졸업이고 취업이고 심각하게 생각해봤자 잘 풀리지도 않을 텐데.

특정 역량을 잘 키워놓지도 않았고, 다양한 스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소위 말하는 스카이 대학생도 아닌 내가(스카이 대학생들도 취업난에 허덕이는 마당에), 이미 기업에서 사랑받을 인재와는 몇억 광년이나 떨어진 이 나한테 흠결 하나 더 생긴다고 뭐가 달라지랴. 졸업하고 공백이 생기면 그게 뭐. 그 전에는

내가 뭐 그리 훌륭한 사람이었는데.


나는 내 길을 갈뿐이다. 여러번 얘기했지만 어쨌든

내 한 몸은 건사해서 살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설사 길바닥에서 굶어죽게 돼도, 그게 내 결과라면 받아들여야지. 근데 나도 아무것도 안하진 않았는데. 나름 어떻게 해보려고 용써본 것 같은데, 잘 보이진 않네. 한 해는 또 지나가고 나이는 속절없이 먹어가는구나.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가는 건 나이와 몸무게밖에 없는 것 같다. 낮잠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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