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군데씩 고장이 나는 중

by 권권우

빈말로도 나이가 많은 편이라고는 할 수 없는데 왜 모든 것이 예전같지 않은지 모르겠다. 성년은 훌쩍 넘겼으니까 노화가 시작되는 건 당연한 거지만, 노화의 단계로 따지자면 너무나도 극초반일텐데 왜 이러는 건지.

목 뒷편에서 느껴지는 불쾌한 건조감이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상태가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고 있는데 깔끔하게 낫지를 않는다. 목에다 뭘 뿌려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먹어도 보고 병원도 다녀보는데 잘 해결이 안된다. 술이랑 커피를 완전히 끊으면 해결되려나? 근데 그 두 가지가 없으면 내 인생의

낙은 어떡해?

체력도 날이 갈수록 줄어든다. 불과 작년 유럽을 여행할 때는 하루에 3만보씩 기본으로 걸었는데 며칠 전에 일본 여행을 갔을 때는 2만보를 조금 넘게 걸으니 죽을 맛이었다. 유럽 여행은 두 달이 넘는 장기여해이었고 일본 여행은 고작 4박 5일이었는데도 순식간에 지치더라.

피부도 예전같지 않다. 트러블이 올라와서 정말 살짝 건드렸더니 자국이 검게 남아서 몇 주를 간다. 정말 살짝 건드린 것 같았는데, 예전엔 하루만 자고 일어나면 멀쩡했는데. 가만히 내버려두면 그건 그거대로 무지하게 오래가니 죽겠다.

마지막으로, 치아까지 말썽이다. 교정을 하던 도중에 군대를 갔고, 자연히 관리에 소홀해지다 보니 몇 개의 치아가 썩어나가 어디엔 크라운까지 씌우는 대공사를 해야 했다. 그 이후론 정말 치아 관리를 조심히 한다고 하고 있는데, 방금 전 양치를 하다가 오른쪽 위의 세 번째 어금니 뿌리 부분을 건드렸더니 너무 시려서 칫솔질을 멈춰야 했다. 차가운 걸 먹거나 딱딱한 걸 씹었을 때 이가 아팠던 적은 있지만 칫솔질하다가 이런 건 처음이라 많이 당황스러웠다. 너무 아파서 그 부분은 치실만 하고 헹궜는데, 아무래도 당장 내일 치과에 가봐야 할 것 같다. 아침에 양치질을 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지금도 그 부분을 눌러보니 확실히 아프다. 일시적인 문제가 아닐 것 같다는 불길하고도 강력한 예감이 든다.


육체적 퇴색은 비가역적인 시간의 흐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쳐도 정신적으론 발전해야 할 것 같은데, 딱히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더 어린애가 되어가고 있는 것도 같다. 방금 양치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내일 이비인후과에 다시 갈 정도만 생각 중이었는데 갑자기 치과 문제가 튀어나오니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 병원을 하루에 두 탕씩 뛰고 싶지 않은데. 약 먹기도 치과 치료 받기도 다 싫은데.


좋은 일은 하나도 일어나는 것 같지 않고 고민만 쌓이는 것 같다. 짜증이 치밀어 오르지만, 나를 너무 가여워하긴 싫다. 어차피 삶의 형태는 다양한 거고, 원래 내 인생은 별로 찬란했던 적도 없고, 나만 힘든 것도 아니니까. 다 각자 자기 고통을 어떻게든 살아내는 중일 테니까. 일단 잠을 자고, 내일로 가자. 그리고 뭐든 해결책을 찾아보자. 무슨 길이든 나오겠지. 정 답이 안 나오면 이빨 그냥 뽑아버리고 임플란트 박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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