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자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 시즌1,2를 최근에 봤습니다.
한국 영화감독이 만든 드라마가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는데 어떻게 3년 동안 보지 않았냐고 반문하신다면-그것도 기획 PD가!- 잔인하고 무서운 작품을 못 보는 개인 사정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호러 장르들을 기획하는데 문제는 없습니다. 레퍼런스를 볼 때 화면은 작게, 사운드는 꺼두고 자막으로 봅니다.
시즌1의 성공으로 곧바로 시즌3까지 기획된 작품이다 보니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은 저뿐만 아니라 시청자분들도 비슷했으리라 생각합니다. 3년 동안 무서워서 못 본 제 호기심을 이긴 작품이기도 했으니깐요.
우선 3년이 지난 드라마를 이제서 보게 된 저의 첫 소감은, 여전히 ‘신선하다’입니다. 시즌2를 모두 보고 난 뒤에도 시즌1의 매력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 1,2의 1화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이 시리즈물이 전 세계적인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는 다층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한국인의 입장에선 어린 시절 동네에서 어린이들이 즐기던 ‘놀이’가 잔혹한 서바이벌 게임으로 돌아온 것에 대한 충격과 공포로 2화를 시청할 수밖에 없도록 했습니다. 한국사회에서만 전반적으로 통용되는 단어 중에 ‘죽겠다’와 같은 생사를 가르는 말이 어린이들 ‘놀이’에도 적용이 되는데 <오징어 게임>은 게임 룰을 통해 실제 ‘죽음’으로 시현시킨 것이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게임은 서바이벌 게임으로도 매력적입니다. 움직이면 쏘는 간단한 방식으로 2번째 게임의 참가자들의 수를 대폭 감소시킬 수 있으니깐요. 총기사용이 금지된 국가인 한국에서 그것도 놀이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참가자 절반을 죽이고 시작하는 드라마라면 다음 게임과 각 참가자들이 살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죠.
시즌2의 시작 게임이 여전히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인 것은 시즌1의 임팩트를 살리기 위함보다는 재참가한 성기훈의 목표에 맞춰진 게임룰이라고 생각됩니다. 여기서 성기훈은 자신은 알고 다른 참가자들은 모르는 진짜 룰에 대항하여 이들을 살리기 위해 한 단어를 외칩니다. ‘얼음!’
시즌1이 스토리, 즉 ‘놀이’로부터 시작된 ‘게임’이 주축이었다면 시즌2는 딱지맨의 ‘저와 게임을 하시겠습니까?’와 성기훈의 ‘얼음!’이란 대사로 이야기의 주축이 바뀌었습니다.
딱지맨의 ‘저와 게임을 하시겠습니까?’는 목숨을 건 ‘러시안룰렛’을 통해 성기훈이 더 이상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 없음을 확인시켜 주는 대사입니다. 그리고 딱지맨의 광기 어린 태도는 '딱지도 제대로 치지 못하면서 운만 좋았던 성기훈'을 자신보다 못한 존재로 보고 프런트맨과의 정면전에 앞서 자신이 그 보다 우위에 있음을 증명하고자 합니다.
또 ‘얼음’이라는 대사는 한국인들에겐 매우 익숙한 단어이자 ‘놀이’ 게임에서 뜻하는 함축적 의미까지 유추해 낼 수 있는 단어입니다. ‘멈춰!’, ‘움직이지 마!’로 성기훈이 앞으로 시즌2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게임에 임할 것인지를 명확히 보여줬다고 봅니다. ‘얼음’이라는 단어가 해외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비쳤을지, 이 함축적인 대사가 각 나라의 놀이 문화에도 대체할 만한 단어가 있는지 실은 굉장히 궁금합니다.
’STOP!’이라는 표현은 한국의 ‘놀이’ 문화의 맛을 제대로 살려주지 못하니까요.
시즌2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프런트맨입니다. 시즌1에서 게임의 설계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오는 긴장감이 컸다면, 시즌2는 게임의 실질적인 운영자인 프런트맨이 누구인지 아는 상태에서 시작하기에 안타고니스트인 프런트맨의 결정에 더욱 시선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성기훈과 같은 <오징어 게임>의 우승자지만 다른 행보를 걸어온 인물이기에 한 팀으로 참여하는 매 게임마다 성기훈의 선택에 힘을 실어줄지 아니면 다른 제안을 할지 궁금하게 하는 지점들이 많습니다.
시즌1이 성기훈을 제외한 캐릭터들 중 누가 최종 게임까지 근접하게 가는지 예상이 불가했다면, 시즌2는 시즌3까지 가는 인물들의 전사를 보여줌으로써 일정 부분 힌트를 줬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개인적으로 시즌2는 공유 배우의 재발견이라 할 만큼 1화에서 임팩트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병헌 배우의 속을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 연기, 그리고 중후반부를 장식한 강하늘 배우와 박성훈 배우의 연기는 매 화 느슨해질 수 있는 지점들을 환기시켜 줬습니다. 아무래도 시즌3까지 기획된 작품이다 보니 시즌2는 캐릭터와 스토리 모두 중간 다리로서의 역할에 좀 더 치중했다고 봅니다.
3년 만에 처음으로 연달아 본 <오징어 게임> 시즌1,2.
저는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보았고(특히 시즌1) 올여름에 공개될 시즌3에 대한 기대감도 큽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에 대한 짧은 리뷰 영상은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https://youtu.be/3-s4ZJdxvWs?si=VtpsAqJkwN8n5Y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