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기 힘든 그들
한 중년 여성이 있다. 그녀는 사회적으로 꽤나 성공한 사람이다. 그녀가 활동하는 지역은 대도시인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이름과 회사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정도이니 성공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여자다. 그녀는 자신이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인생은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었으나 자신의 강한 의지로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다고 자부한다. 따로 유학을 공부한 적은 없지만 몸속은 유교의 피가 흐르고 있다. 그래서 부모가 지독한 악인이라 할지어도 자식은 그 부모를 따라야 하며, 어른을 공경하지 않는 자는 인간쓰레기라 생각한다. 그녀가 쓰레기 취급하는 사람은 그런 사람만이 아니다. 돈이 없는 자, 스펙이 부족한 자, 직업이 평범하거나 사회적으로 명성이 없는 사람 등도 포함된다. 식당 종업원에게 반말은 물론이고 작은 실수라도 저지르면 별 것도 아닌 것에 살기 어린 눈으로 깔아 뭉갠다. 자신의 힘을 발휘하는 데 있어서 시간과 장소는 제약되지 않는다.
그녀는 모든 사람에게 찬양받아야 한다. 자신을 찬양하지 않는 자를 경멸한다. 이런 그녀를 제압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믿는 전지전능한 신과 그녀보다 더 많은 돈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뿐이다. 자신 보다 강한 상대에게 무시를 당하거나 제압을 당할 때면 겉으로는 표현 못해도 속으로는 분노와 증오가 가득해진다. 그 분노와 증오는 타인을 착취하는 데 사용된다. 착취당하는 사람들 중 죽음을 기도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녀는 그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특징을 가진 그녀를 심리학에서는 B군 성격장애 중 자기애성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로 분류한다. 자신에 대한 과장된 평가로 인한 특권의식을 지니고 타인에게 착취적이거나 오만한 행동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자기애(narcissism)라는 용어는 연못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얼굴을 너무 사랑하여 연못 속에 몸을 던져 죽었다는 그리스 신화 속의 인물 나르키소스(Narcissus)에서 연유한다. 자기애성 성격장애자는 자신을 남들이 평가하는 것보다 현저하게 과대평가하여 웅대한 자기상에 집착하며 대단한 탁월함과 성공을 꿈꾼다. 따라서 자신은 주변 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이며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특권의식을 지니게 되어 매우 거만하고 오만한 행동을 나타낸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칭찬하고 찬양해주기를 바라며 그렇지 않을 때는 주변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분노를 느낀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느끼는 공감능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대인관계에서 자기중심적이고 일방적이다.
정신분석학적으로 유추해본다면 그녀는 어린 시절 부모의 과잉보호나 특이한 성장과정을 경험했을 수 있다. 웅대한 자기상은 유아기 때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특성이다. 하지만 성장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좌절감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필역적 좌절감을 부모가 회피시켜준다면 아이는 웅대한 자기상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성인의 길로 접어든다. 혹은 지나친 좌절을 경험하게 되면 강한 심리적 충격을 받게 되어 비참한 현실을 외면한 채 웅대한 자기상에 더욱 집착하게 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과 칭찬만을 추구하며 성장하게 된다. 드라마에서 가끔 등장하는 분노조절 장애가 가득한 사이코패스들의 성장배경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반사회성 성격장애(사이코패스)도 B군 성격장애로 분류되어 있다.)
치료 방법으로는 개인적 심리치료 방법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기애성 성격자 애자가 치료를 받으려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신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거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 이상심리학의 기초(이상행동과 정신장애의 이해), 권석만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