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불러도 꾸역꾸역 먹는 유일한 생물, 인간
오늘, 살면서 처음으로 인간의 모습이 징그럽다고 느꼈다.
뷔페에서 혼자 식사를 하던 중 우연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접시에 음식을 가득 쌓아놓고, 입가에 음식을 묻힌 채 우걱우걱 먹는 사람들이 보였다. 웃고 떠들면서도 그들의 손은 끊임없이 음식을 집어 올리고 있었다. 내 옆에 앉은 한 아저씨는 이미 다섯 번째 그릇을 비웠음에도 배가 부르다고 떠들면서 다시 새 그릇을 채우러 갔다. 돌아와서는 “오늘 축의금 뽕 뺐다”며 자랑스럽게 앞사람에게 이야기했다.
그 순간, 그의 불룩한 배 위로 보이는 얼굴이 탐욕스러운 돼지처럼 보였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면서, 누구의 얼굴이 인간이고 누구의 얼굴이 돼지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사람들과 돼지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그 탐욕스러움에 속이 울렁거렸다. 배가 이미 부른데도 꾸역꾸역 더 먹으려는 그 모습은 분명 단순한 식욕에 의한 행동이 아닌, 인간이 가지고 있는 탐욕, 그리고 그로 인해 일어나는 인간성과 도덕성의 상실의 원천처럼 보였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배가 부름에도 불구하고 더 먹는 것은 인간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동물들은 배가 부르면 더 이상 먹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배가 불러도 끝없이 더 많은 것을 원한다. 이 모습은 음식뿐만 아니라 자본, 권력, 그리고 명예를 쫓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그대로 반영한다.
탐욕은 인간을 본래의 이성적 존재에서 일탈시키고, 사회적 동물로서의 균형을 깨뜨리며, 인간성을 상실하게 만든다. 문명화된 사회 속에서 우리는 이성적인 존재로 살아가길 원하지만, 돈과 권력 앞에서는 여전히 탐욕스러운 동물로 변모한다. 우리는 끝없이 더 많은 것을 원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 자신을 잃어가게 되는 것이다.
과연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이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하는 삶이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나는 오늘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욕망을 마주하는 나 자신에 대해도 질문을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