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의 소용돌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들
우리 사회는 지금 부패와 비리로 가득 차 있다. 정부의 인사와 시스템은 불공정함으로 물들어 있으며, 국민들은 그로 인해 무력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그러나 이 무력감과 분노가 그저 감정적으로 소비된다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문제의 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프랑크푸르트 학파는 현대 사회에서 권력과 이데올로기가 대중을 어떻게 억압하고 무기력하게 만드는지를 분석했다. 그들은 권력이 도구적 이성을 통해 대중을 조종하고, 허위의식을 심어주며 체제를 유지한다고 보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살펴보면, 여론 조작과 선동이 이러한 구조의 반복처럼 보인다. 법과 제도의 이름으로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하려는 모습은 역사에서 증명하는 권력의 부정적 본질을 보여주는 예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문화 산업이 대중의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키고 무기력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오늘날 대중 매체와 SNS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감정적 선동과 단순화된 메시지를 통해 사람들을 수동적인 상태로 만든다. 이렇게 비판적 사고가 마비되면 부패한 체제를 묵인하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그리고 무조건적인 지지의 늪에 빠지는 확증편향 사고로 고립된다.
문제는 단순히 몇몇 개인의 윤리적 결함이 아니다. 권력의 집중, 제도의 불투명성, 그리고 이데올로기적 구조가 부패의 주요 원인이다. 사법부와 입법부가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패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는 체계가 부재하고, 정치 자금의 흐름이 불투명하다면 부패는 계속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반복되는 불공정과 정의 실현의 실패를 경험하며 '아무리 해도 대한민국은 변하지 않는다'는 무력감을 느낀다. 이는 행동의 동력을 잃게 하고, 문제를 외면하게 만든다. 분노는 쌓이지만, 그것이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결국 사회적 피로감과 냉소주의만 남는다.
이 문제를 극복하려면 우리는 우선적으로 비판적 사고를 회복해야 한다. 우리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감정적 선동에 휘둘리지 않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무엇이 진실인지,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는지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력감과 분노를 개인 안에 가둬두지 말고, 공동체의 연대를 통해 함께 나누고 행동해야 한다. 지역 사회에서 작은 공론장을 만들어 대화하고,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첫걸음이 될 수 있다. 1987년 우리는 그렇게 민주주의를 지키며 극복했다. 억압과 탄압이 난무했던 그 시절도 피를 토하며 선배들은 지켜냈다. 지금의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제도적 개혁 역시 필요하다. 정부의 부패를 감시할 독립적 기구를 설립하고,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며, 공직자의 재산 공개와 정치 자금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인사체 구조의 투명성을 위한 강력한 제도 장치 또한 필히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제도가 아무리 잘 갖춰져도, 국민의 참여와 감시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교육은 장기적인 필수 해법이다. 윤리와 시민의 책임을 강조하는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부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공공선이 지배하지 않는 체제는 부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존 롤스 역시 정의가 사회의 기본 원칙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패는 결국 사회적 약자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준다. 우리가 정의와 공공선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부패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그러므로 대중은 공공선을 위해 연대하고, 정의를 요구하며 체제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정보의 진위를 가려내는 일, 지역 사회에서의 작은 참여, 그리고 끊임없는 비판과 행동이 필요하다. 대중의 작은 움직임이 모여 거대한 변화를 만든다.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부패한 체제는 민주주의 시민의 힘 앞에서 언제나 무너져왔다. 그 힘은 비판적 사고에서 시작되고, 연대와 행동으로 완성된다.
우리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역사의 한 페이지에 무엇을 남길지 고민해야 한다. 작은 행동이라도 꾸준히 이어간다면, 결국 정의는 실현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길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걸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