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체티의 좋은 정부와 나쁜 정부의 알레고리
아침에 데이비드 밀러의 정치철학을 읽었다. 로렌체티의 좋은 정부와 나쁜 정부의 알레고리를 기반으로 설명하는 정치철학을 읽으며, 지금 우리나라는 어떤 정치의 위치에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당연 나쁜 정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오늘은 책 <정치철학>의 글을 인용하며 현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정치철학이라는 주제를 총체적으로 부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중 권력을 지닌 사람들과 정치인들은 정치철학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데이비드 밀러,이신철 옮김, 정치철학, 2022). 정말이지 재밌는 구절이다. 국가와 국민을 이롭게 하겠다는 철학적인 말을 떠드는 정치인들이 정작 정치철학이나 윤리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권력을 추구하거나, 권력을 가진 자들은 본질적인 부분을 탐구하지 않는다. 그들은 권력을 가질 수 있는 방법론을 깨달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 방법론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일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저 거짓말을 듣고 싶은 자들에게 거짓말을 해주고, 그 거짓말과 동일한 현실을 선사해 주는 사람들이 권력을 움켜쥔다.
인간은 도덕과 윤리를 머금고 행동을 취해야 하는 동물이며, 지성과 양심으로 타인에게 진실을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지만,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그 어떤 정치적 선택도 할 수 없다는 숙명론적 견해를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단 5~10% 정도밖에 안될 것이라 나는 추정한다. 중요한 것은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주었을 때, 세상은 조금의 미동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지적 편향은 생각보다 심각한 사회적 질병이다. 사유의 기능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현재 인지적 편향 상태인지 아닌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민하지 않고 자신의 믿음을 강화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받아들인다. 즉, 권력을 움켜쥔 자들이 인지적 편향에 빠진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만 해줌으로써 더 강한 권력을 쥐게 되고, 이런 권력자들이 운영하는 국가는 나락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권력자들이 이끄는 정부가 나쁜 정부라면, 좋은 정부는 어떤 것일지, 그리고 나쁜 정부와 좋은 정부의 본성과 원인은 무엇이며 그 효과는 어떻게 현상으로 발현되는지 탐구하는 것이 정치철학이다. 이러한 정치철학을 가장 가까이 둬야 할 정치인들은 정치철학을 가장 멀리하는 집단이라는 점은 우리에게 절망감을 안겨 준다.
아나키스트, 국가 주권주의자, 민주주의자, 엘리트주의자, 자유주의자, 권위 주의자, 사회주의자, 세계주의자 등 이러한 각각의 이념이 다른 존재들이 세상을 시기마다 이끌었고, 그들을 추종하는 사람들과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전쟁으로 세상은 지속적으로 전복되었다. 역사에서 증명하는 이념 전쟁의 말로는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가장 알아야 하는 지적 탐구영역은 다름 아닌 정치철학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최근 많은 연예인들이 마치 커밍아웃이라도 하듯이 윤석열 정부를 응원한다. 기회주의자 성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극단적으로 편향된 인지를 가진 사람들에게 잘 보여서 팬덤을 만들어 보겠다는 기회주의자 말이다. 최근 최X영 이라는 중년 남자 배우가 태극기 부대를 이끌며, 민주주의를 외치는 자들을 간첩 취급하고, 무지성 아베바라며 극단적인 언어를 사용하면서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 몇 년 전 그를 몇 번 마주한 적이 있었는데, 청담동에서 술을 마시며 흔히 말하는 동네 건달들과 어울리고 육두문자를 남발하며, 저질스러운 농담을 하던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 사람이 민주주의를 논하고 지성을 운운한다니 우스울 뿐이다. 물론 이 사람만으로 태극기 부대를 대표할 수는 없지만, 그들을 동일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매일 술을 마시는 사람이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자가 되었다. 권력자의 뇌는 도파민 폭식으로 전두엽이 손상이 되는데, 거기에 매일 술까지 마셔주니 전두엽은 닳고 닳아 없어질 지경일 것이다. 사유의 기능을 잃고 판단력 기능까지 손상된 뇌를 가진 국가 원수, 그리고 그를 추종하며 암흑의 늪으로 스스로 들어가는 무지성의 사람들을 보며, 정치가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정치철학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 절실하게 느낀다.
이 혼탁한 시국의 본질적인 원인을 탐구하고자 한다면, 데이비드 밀러의 <정치철학>을 추천한다.
암브로조 로렌체티의 좋은 정부의 알레고리(1337~1339):
이 공동체가 여전히 이 주권자를 유지하는 한, 모든 사람이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으며, 각자는 땅을 갈고 씨를 뿌릴 수 있다. 그녀가 악한 자로부터 모든 힘을 빼앗았기 때문이다(데이비드 밀러,이신철 옮김, 정치철학, 2022)
암브로조 로렌체티의 나쁜 정부의 알레고리(1337~1339):
각자가 오직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 도시에 서 정의는 폭정에 억눌려 있다. 그런 까닭에 이 길로는 누구도 자신의 생명에 대한 두려움 없이 지나가지 못한다. 성문 바깥과 안쪽에 강도들이 들끓기 때문이다(데이비드 밀러,이신철 옮김, 정치철학, 2022).
중세 후기 시절에 만든 예술작품이 시사하는 점이 2025년에도 적용된다는 것은 인간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중요한 메시지다. 로렌체티의 나쁜 정부의 독재자의 눈은 마치 술에 취한 듯 보이는데, 누군가과 오버랩 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