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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을 때 충분히 사랑하라!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그리고 암투병하는 나의 큰아버지

by 권사부

"살아있을 때 충분히 사랑하라!"


최근에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다시 읽었다. 큰아버지께 선물로 드리려고 샀다가 오랜만에 펼쳐봤는데, 모리 교수가 사전 장례식을 여는 장면이 새삼 와닿았다. 죽은 후에야 찾아와서 눈물 흘리고 후회하는 대신, 살아있을 때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고, 서로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 이런 문화가 우리나라에서도 조금씩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다시 읽게 된 건, 얼마 전 설 연휴 때 암 투병으로 힘들어하시는 큰아버지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던 중, 모리 교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늘 스마트하고 점잖으시던 큰아버지께서 식사를 잘 못하시고, 힘들어하시며 불안과 절망에 휩싸인 모습을 보며 마음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늘 강하고 멋있던 큰아버지가 점점 약해지시는 걸 보면서, 무언가를 해드리고 싶은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책과 편지를 전해드리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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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버지의 투병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 우리는 보통 장례식을 애도의 자리로만 생각하지만, 정작 고인을 향한 진심 어린 말들은 생전에 충분히 나누지 못한 채, 떠나간 후에야 아쉬워하며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죽음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우리 모두가 맞이해야 하는 과정이라는 걸 실감하게 됐다. 그렇다면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요즘 웰다잉이나 존엄사, 호스피스 문화가 점점 확산되는 걸 보면, 죽음을 대하는 태도도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생전 장례식 같은 문화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형식적인 조문보다, 살아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들과 충분히 시간을 보내고, 감사를 나누는 자리. 아마 한국 사회에서도 중산층 이상을 중심으로 이런 시도들이 조금씩 늘어나지 않을까?


짧지만 큰아버지와 함께했던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늘 매너 있게 나를 대해주시던 모습, 함께 골프를 치고, 식사하며 웃고 떠들었던 순간들. 그리고 투병 중인 큰아버지의 모습은 아버지와의 시간을 더 소중하게 여겨야겠다는 생각을 깊이 새겨주었다.


삶이 끝난 후가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충분히 사랑하고, 미안함과 고마움을 주고받는 것.

살아있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다. 지금, 살아있는 동안 더 많이 사랑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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