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도덕적 덕

by 권사부

미식축구에서 라인맨의 좋은 특성은 큰 덩치, 빵빵한 근육, 빠른 순간 스피드와 강한 힘이다. 69kg에 가녀린 팔뚝, 빈약한 가슴 근육을 가진 내가 이들과 함께 게임을 뛴다면, 몸이 두 동강 나버릴 것이다.

반면 마라톤 선수에겐 라인맨의 특성이 전혀 필요 없다. 오랜 시간 달려야 하는 마라토너에겐 큰 덩치, 순간적인 스피드와 폭발적인 힘은 오히려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지속적인 근력과 지구력이다.

하지만 도덕적 덕은 다르다. 그가 미식축구 선수든, 마라토너든, 누구든 간에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가치 있는 성격적 자질이다. 덕을 지니고, 덕에 따라 행동하는 것. 그것이 인간으로서 도덕적으로 가치 있고 풍요로운 삶으로 이끄는 길이다. (스티브 D. 헤일스, 이것이 철학이다, p.104)

도덕적 덕이 있다고 해서 불운을 피하거나, 실수를 막거나, 성공을 보장받는 건 아니다. 덕이 있는 인간이 된다는 건, 어떤 상황에 놓이든 최선을 다하고, 될 수 있는 한 최선의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

청렴, 정직, 공정, 친절, 용기, 정중함, 배려, 자립, 관대함, 신뢰… 이런 단어들이 품고 있는 의미는 거창한 이념이 아니다. 그저 우리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태도다. 그래서 덕의 반대말은 악(vice)이다. 기본적인 도덕적 덕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는 악인이라 불릴 수 있다.

하지만 덕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자기 안에서 흘러나오는 악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직면할 줄 아는 성찰력. 그 누구도 언제나 올곧은 길만 걸을 수는 없다.

하지만 비틀어진 삶을 다시 곧게 세우는 힘, 그건 우리가 스스로 키울 수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