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에 대한 고민
아리스토텔리스의 덕 윤리학은 좋은 삶이란 '모든' 덕을 쌓는 데 있다고 조언한다. 정직과 친절은 모든 덕에 필수조건과 같다. 아래 예시를 살펴보자.
예시 1)
당신의 여자친구가 봄을 맞이하여 헤어샵에 가서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하고 당신 앞에 나타났다. 그녀가 묻는다. "내 헤어 스타일 어때? 봄이 와서 산뜻하게 바꿨어."
사실, 진짜 안어울리고 끔찍하고 헤어지고 싶을 정도다.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까?
1. 오, 진짜 산뜻해. 봄이랑 너무 잘어울려!
2. 와우! 뭐지? 제초기로 머리카락을 자른 건가?
1번은 상대방에 기분을 고려한 친절하고 사려 깊은 반응이다. 하지만 2번이 더 정직하다. 친절함과 정직함, 어느 것이 이길까? 어느 것이 더 좋은 걸까?
예시 2)
당신이 좋아하는 배우가 있다. 아직은 스타가 되지 못했다. 그 배우가 자신이 일해서 버는 수익금의 90%를 불우한 이웃을 위해 기부한다고 한다. 얼마나 도덕적인 일인가? 그녀는 되도록 기부를 많이 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행보와는 다르게, 누드 사진을 찍어서 판매하고, 야한 영화를 찍고, 밤 무대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녀가 지금까지 스타는 되지 못했지만, 연기력으로 승부하려 했던 모습을 응원하던 당신은 그녀의 행보에 실망해야 할까? 그녀가 배우로서 신념을 저버린 것은 덕 윤리 입장에서는 악(vice)일지 몰라도, 그녀는 불우한 이웃에게 더 많은 돈다발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도 당신은 실망하고 미워할 것인가?
예시3)
당신은 일중독자다. 덕의 윤리학에서 말하는 중용을 지키지 못하고 매일 일에 매달려 있다. 일을 많이 할수록 돈을 많이 번다. 하지만 일중독은 지나침에 대한 악(vice)이다. 하지만 당신은 가난한 집안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일중독이 된 것이다. 가족을 돌보는 것은 덕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옳은 일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잘못된 일을 하는 것인가?
위 예시들처럼 덕은 서로 충돌한다면, 덕 이론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런 안내도 제시해주지 못한다.
정직한 사람 vs 친절한 사람, 배우의 신념 vs 당신의 뮤즈로서의 충실, 지난친 일중독의 악 vs 가족을 돌보는 덕 .. 이렇게 충돌하는 현실 문제들에서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덕'은 우리에게 어떤 길을 안내해줄 수 있을까?
옳은 일이 무엇인지 잘못된 일이 무엇인지, 도덕적 딜레마가 어떤 상황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단지 옳은 일을 하라고 떠드는 소 귀에 경 읽기 밖에 안되는 것이 아닌가?
이렇듯 인간의 삶의 기본적인 요소 하나하나가 명확하게 말할수 있는것이 없다. 대단한 철학자, 사상가, 기업인, 종교인 등이 말하는 이론은 언제나 반박에 여지가 있으며, 우리는 무조건적인 추종을 버리고 양면성을 늘 생각해야 한다.
아리스토텔리스건, 니체건, 쇼펜하우어건, 윤석열이건 다 모순이 있다는 거다.
사진 출처: 노해섭 기자, 아시아경제 기사, "해남군, 논두렁 제초기 빌려드립니다." 2013. 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