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많은 것이 올바르게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첫째, 습관의 확립
나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자고, 조금 일찍 시작하는 편이다.
밤 9시에서 10시 사이에 자고 새벽 3시 전후에 깬다.
새벽 3시 전후에 깨면 그때부터 회사 일을 했다.
스타트업 대표로써 사실 밤낮이 어디있겠고 사무실구분이 어디 있었겠는가?
눈 뜨면 새벽부터 바로 회사 일을 붙잡고 무엇이라도 했었다. 내가 회사 구성원에게 새벽에 슬랙으로 업무지시를 꽤 오랫동안 한 것은 그래서 우리회사를 경험하신 분들은 다 안다.
그런데 사업한지 6년만에 올 해 처음으로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회사와 나를 동일시하지 않게 되었다.
스티브 잡스가 본인이 창업한 애플에서 쫓겨나고 픽사와 넥스트를 창업한 일화는 그저 전설같은 이야기 인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 회사의 주주구성이 바뀌면서 나도 내가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2025년은 그렇게 나 권상민을 어떻게 셀프브랜딩을 해야하느냐? 그리고 분명한 것은 나는 현재도 마이크로프로텍트의 대표이사로써 나의 셀프브랜딩이 보험 전문 스타트업 이라는 회사의 본질적인 목표에 부합하는 길을 찾아야 했다.
절벽위의 심정에서 이런 저런 노력을 시도했었다, 그러나 큰 성과는 못 냈다.
Kwonsangmin.com 개인 홈페이지도 활성화 시켜야 겠고, 유튜브도 해야 하고, 인스타그램은 어떻게 시도는 해야 겠고 등등 머리만 점점 복잡해졌다.
그런 와중에 그냥 일단 글이라도 써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오늘 열세번째 글을 쓰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내가 언제 글을 쓰는것이 가장 편안하며 가장 집중력있게 쓸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지금 현재 시간 AM4:16
나는 새벽에 아직은 밖은 어둡고, 살짝 열어놓은 창을 통해서 도로의 백색소음이 들어오고,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벌레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이런 환경에서 글을 쓰는게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알았다.
눈을 뜨면 정신을 차리고 컴퓨터 앞에앉는다.
메모했던 글감들도 살펴보면서, 깨끗한 원고지에 생각을 적기 시작한다.
새벽에 한 시간 가량 글을 쓴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는게 정말 행복하고 가장 생산적인 하루라는 것을 드디어 찾았다.
요즘은 비가 자주와서 들쭉날쭉하기는 하지만, 글을 쓰고 나면 달리기를 하러 나간다. 글 한편을 쓰고 나서 달리기를 할 때 더 많은 생각도 정리가 되고, 그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새벽부터 글을 쓰고 싶으니까 전 날 무리도 안하려고 한다. 술자리가 있어도 1차만 하고 빨리 마치고 와서 자야지 싶고.
약 보름동안의 경험만으로도 이렇게 좋은 습관이 시작되었다고 스스로 대견해 하고 있다.
둘째, 초조함, 다급함이 사라졌다.
가장 느리지만 가장 확실한 마케팅이 무엇인지 알았다.
앞에서 말했듯이 환경의 변화가 나를 코너로 내밀었고 무엇이라도 빨리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그런데 매일 글을 쓰고 이 글을 매일 올리게 되면서 서서히 글을 읽어주는 감사한 독자들의 반응을 깨닫게 되었다.
초기 창업자들에게 내가 자주 해 준 이야기가 있었다.
첫 고객이 가장 중요하다.
내 서비스를 이용해 주는 고객.
그리고 그런 고객 1000명을 만들면 반드시 성공한다.
그렇게 우리 회사 제품에 대한 팬을 1명, 10명, 100명, 1000명으로 늘리는 이 과정을 꼭 경험하시라고 말씀드렸다.
근데 내가 했던 말을 내가 까먹고 있었다.
유튜브, 인스타에서 구독자 몇 만, 몇 십만인 사람들에 현혹되다 보니 빨리 무엇을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만 가득했었던 것이다.
요즘 꾸준히 매일같이 글을 쓰기 시작하니 내 글을 관심있게 봐주시는 분들이 벌써 50~100명은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작 열흘 남짓 썼는데도, 내가 진심을 가지고 글을 쓰고 그것을 기반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니 점차 알아봐주시는 것 같다.
내가 매일같이 쓰는 글을 100일 연속, 365일 연속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 지 몹시 기대도 된다.
이번주는 셀프브랜딩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깊게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천천히 정성스럽게 한 편 한 편 글을 쓰고 소통하는것이 셀프브랜딩 아닌가? 하는 약간의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나는 글 쓰는 것이야 말로 가장 느리지만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이라고 깨닫게 된 것이다.
셋째, 책을 읽게 되었다. 특히 문학책을.
사업에 너무 몰입하는 기간에는 솔직히 거의 책을 못 읽었다.
매일 매일이 현안이고, 전쟁같은 하루이니 내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손에 책을 잡아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난 책을 통해서 훈련도 많이 했고, 특히 창업의 과정에서는 3년동안 약 300권의 책을 집중적으로 읽으면서 창업을 준비한 경험이 있었기에 책을 못 읽는 허전함은 더 컸다.
그랬던 내가 요즘 다시 책을 읽게 된 것이다.
특히 내가 평생에 걸쳐서 피해 다녔던 문학책에 더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나는 학창시절부터 지독히도 문학책을 싫어했다. 청소년 필독서라고 하는 책을 거의 읽은 것이 없다.
역사관련 책들, 삼국지 정도만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은 것이 다였다.
대학교 와서야 조정래 작가님의 아리랑, 태백산맥 대하소설을 읽어 본 경험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다시 문학책은 또 안 읽었다.
그런데 내가 매일 글을 쓰기 시작하다 보니 훌륭한 작가들, 훌륭한 글들, 훌륭한 책들이 서서히 관심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인문고전에서 꼭 읽어야 한다고 하는 유명한 책들은 특히 문학책이 많았는데 내가 거의 읽은 적이 없었던 것이었다.
요즘 책 유튜버들도 종종 ‘자기계발서 읽을 바에 문학책 한 권 더 읽어라.’ 그 안에 세상만사 인간사가 다 들어있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저런 영향들이 작용해서 어제 그제는 집중해서 데미안을 읽었다.
청소년 필독서라고 들었던 것 같은 데미안.
그런데 나는 읽으면서 이 책이 중고등학생들이 이해가 될까? 40대 중반이 되고 인생의 쓴맛 단맛을 보고 나니 이제야 나는 이해가 될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무엇보다 헤르만헤세라는 큰 작가의 글쓰기를 유심히 보면서 읽게 되었다.
내가 문학책에서 얼마나 책을 안읽었냐면 다음 읽을 책이 ‘노인과 바다’인 것만 봐도 느껴지실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문학책을 집중해서 읽고 싶다, 나도 조금씩이라도 저런 대 작가들의 이야기 구사력, 표현등을 배우고 싶다, 적용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넷째, 작가라는 꿈을 꾸게 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29살의 어느 날 야구경기를 관람하다가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여기서도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작품은 한 권도 안 읽은 것을 고백한다. 소설가로서, 달리기 러너로서 쓴 에세이만 봤다.)
매일 아침 깨끗한 원고지를 펼친다.
어디서 본 이야기는 있어서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하루에 200자 원고지 20매는 써보자고 다짐한다.
나는 아직은 장편의 소설형태로 이야기를 구성할 능력은 없으니 매일 매일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써본다.
그렇게 내가 100일, 1년, 그 이상 쓰면 되지 않을까? 작가라는 것이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감사하게도 어느 출판사에서 아직 글쓰기 초반인데도 내 여러가지 특성을 고려해서 제안을 주시기도 했다.
내가 워낙 특이한 이력이 많다 보니 그렇게 봐주신 것 같다.
아직은 그럴때가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거절했다. 나도 글 100개 정도 쓰고 생각이 정리되면 첫 책에 대한 투고를 해봐야겠다라고 작은 결심 정도 생각했다.
왜 작가가 되고 싶으냐?
이것 역시 하나씩 나를 쌓아가는 셀프브랜딩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쌓은 원고지가 매일 20매, 100일 후 2000매가 되는 복리의 마법같은 상상을 하면 매우 즐겁다.
나는 글을 쓸 때 항상 읽는 독자분의 시간을 생각한다.
그 분들이 내 글을 읽기 위해서 시간을 투자하신만큼 무엇을 남겨드려야 한다는 강한 목적성에 기반해서 글을 쓴다.
그래서 초심을 잃지 않는 그런 작가가 되고자 한다. 자기 만족의 글이 아닌, 유익하고 잔잔하게 여운이 남는 글을 쓰자고.
마지막으로, 다섯째, 마음의 평화가 왔다.
나는 올 해 유독 어려운 시간을 많이 겪었다.
회사는 쭉쭉 잘 성장하고 있었지만, 회사내에서 구조적으로 내가 대표이사 직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래서 초조했고 마음이 급했다.
그런데, 요즘 가만히 마음의 상태를 살펴보면 조금 평온함을 되찾은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무언가를 얻으려고 기를 쓰고 다닌다기 보다는 다 내려놓고 하나씩 하나씩 다시 만들자의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바로 그것을 대변하는 것이고.
글을 씀으로써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이 하나만으로도 매일 글을 써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