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먼저 연락하세요, 도와주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

by 권상민

나는 살면서 몇 번의 큰 질문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분에게 이메일을 드리고 ‘한번만 찾아뵙고 여쭤봐도 될까요?’라고 여쭤본 적이 있었다.

언제나 대답은 Yes였다.


대학교 2학년때 미국보험계리사라는 것을 대학교 교수님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시 수학교육과 재학중인던 나에게 금융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이 자격증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나의 전공은 수학교육과이지만, 선생님이 되려고 간 것은 아니었다.

많은 고등학생들이 그랬듯이 딱히 좋아하는, 지망하는 과도 없었고 수학은 조금 잘 한다고 스스로 알 정도였다.

고3때 담임선생님과 옆에 앉은 수학선생님이 ‘네 점수면 수학과는 조금 아깝다. 점수가 남네. 그 학교는 수학교육과가 점수 더 높으니까 거기로 쓰자. 졸업하면 교사자격증도 생겨. 얼마나 좋냐.’

이 얘기 듣고 수학교육과를 간 것이었다. 당시는 이런 시대였다.


이런 나였기에 수학을 이용해서 뭔가 취업은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던 터였다.

그러던 중, 앞에서 말한 교수님이 미국에서 공부할 때 미국보험계리사를 공부하는 친구들을 옆에서 보니 결국 미국 보험회사에서 취업을 잘 한다고 하더라면서 설명을 해 주신 거였다.


시험에 대한 기본정보는 미국의 웹사이트를 통해서 잘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보험계리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극악의 난이도로 유명했다. 나도 결론적으로 시험공부하는 기간만 총 8년 이상을 썼으니까. 직장을 다니면서 경험을 쌓고 꾸준히 시험을 보도록 커리큘럼럼이 짜여져 있다.

이 자격증과 이것을 통해서 진출하는 직업에 대해서는 웹사이트를 통해서 어느정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웹사이트를 통해서 얻는 정보로는 갈증이 해결되지 않았다.

내 기억으로는 1999년 미국보험계리사 시험 1차코스를 막 마친 때였다. (당시 나는 21세였다.)

이제 시험에 대한 맛도 봤고, 더욱 더 미국보험계리사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그때 마침 미국에서 일 하시다가 한국의 삼성생명 본사로 스카웃 되어서 오신 미국보험계리사 한 분의 글을 우연히 웹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었다.

어딘가 포럼 같은 곳에 글을 기고한 것이었다.

관련 글을 찾고 또 찾아서 결국 이분의 이메일 주소를 알아냈다.


‘ooo님, 미국보험계리사를 공부하는 한국의 청년입니다.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런 제목과 내용의 이메일을 정성스럽게 작성해서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용 잘 봤습니다. 제가 일산 대화역 근처에 사는데 주말 언제 저희 집에 한 번 오시죠. 같이 이야기 나눕시다’

이런 놀라운 답변을 받은 것이다.


요즘은 세상이 좀 많이 각박해져서 집으로 와서 이야기 나누자고 하는 것이 그래도 되나 싶은데, 1999년은 아직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던 것 같다.

찾아 뵙고, 몇 시간에 걸쳐서 이 업에 진출한 선배님의 따뜻한 조언을 들었다.

내 기억에 그 선배님과 내가 15세 정도 차이가 났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36세의 젊은 직장인, 젊은 프로페션이셨던 것이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그 선배님께 감사함을 잊지 못한다.

그렇게 나는 생생하게 앞으로 미국보험계리사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업계에는 어떻게 진출해야 하는지, 커리어는 어떻게 쌓아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이후로도 몇 번의 질문할 일이 있었다.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도 그렇고, 어떤 깊은 내부자들만이 아는 정보를 알아야 할 때면 관련된 분들에게 연락을 드렸다. 그리고 도와달라고 했다.

내가 사전에 술도 마시고, 관계를 쌓던 분이었기에 도와줬는가?

아니다.

누구 통해서 연락드립니다. 정도의 수준이었고 사전에 전혀 본 적 없는 분들이 대다수였다.

그래도 진심으로 나의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고, 나는 이런 저런 이유로 잠시 당신의 시간을 요청합니다.라고 하면 거절을 받은 적이 없었다.


후에 스티브잡스의 회고영상을 보면서 참 놀랍다고 느꼈다.

스티브잡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나고 자라서 12살 때 였다. 우리로 치면 초등학교 후반/중학교 초반 수준 같다.

당시 실리콘밸리의 최첨단 기술을 지배하던 휴렛 팩커드라는 회사가 있었고, 공동 창업자인 빌 휴렛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 당시 전화번호부에 있는 번호로 빌 휴렛에게 전화를 걸어서 ‘주파수 계수기를 만들려고 하는 데 부품을 줄 수 있나요?’ 라고 물었다고 한다.

12살 아이의 전화를 받은 빌 휴렛은 너무나 기특하여서 찾아 오라고 하고 원하는 부품을 다 줬다고 한다.

여름에 여기서 일도 하면서 경험해도 된다는 말과 함께.


나는 좀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말한다. 특히 현재 직장을 다니면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더 적극적이 되시라고 한다.


‘일단 이메일부터 보내세요, 충분히 준비가 안되어도 좋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준비를 했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알려주실 수 있나요? 기꺼이 시간만 내주시면, 찾아 뵙고 이야기 듣겠습니다.’

나는 이렇게 이야기를 하시면 좋겠다고 많이 권한다.


요즘같은 비대면 시대에 찾아가는 것이 올바른 문화일까?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위에서 도움을 요청한 전문가들이라면 사실 굉장히 바쁘다.

이런 분들은 지금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상황과 준비과정을 잠깐 듣기만 해도 어느 단계인지 바로 파악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비대면으로 이메일이 왔으니 나의 상황을 도와주세요에 대한 대답으로 이메일 답변까지 요구하는 것은 그 분들의 시간을 너무 많이 뺏는 것이 된다.

잠깐 이야기를 나누면 상황 파악이 금방 다 되는 것이고, 바로 즉석에서 솔루션 및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극히 들어주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가장 최소의 시간으로 답변을 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찾아가도 될까요? 라고 이야기 하시라는 것이었다.

30분 커피 챗, 얼굴을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정말 대화의 밀도가 다르고 향후 이 전문가와 관계를 맺는 과정이 급이 달라진다.


창업을 하기 전, 직장생활 당시에 나도 미국보험계리사 포럼에 글을 많이 썼다. 그리고 마침 영국에서 보험계리사 석사까지 했다.

그리고 늘 질문을 많이 하셔도 된다고 썼다.

많은 후배 계리사분들이 이메일로 연락을 길게 정성스럽게 보내주시면 내가 항상 답변으로 이렇게 이야기 했다.

제 전화번호 000 입니다. 여기로 시간날때 문자 주시면 제가 전화 드릴게요.

사실 내 입장에서도 이메일로 답변 길게 쓰려면 한 시간이상 걸리니까 전화로 목소리도 듣고 더 빠르게 답변을 드리고 싶었던 것이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Pay it forward라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당신이 선배들로부터 배우고, 받은 내용을 미래를 향해 보상하라고 한다.

그리고 그 문화가 자연스러워서 거대한 창업자들조차도 스타트업들 관련 모임에 참석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는 것이다.


나는 창업 후 6년간 어떤 스타트업 관련 포럼이나 모임같은 곳에 가 본 적이 없다.

어떤 모임을 통해서 명함을 교류하고 연락을 주고 받은 스타트업 대표는 거의 없다. 내가 관련 솔루션을 영업하고 사업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이 거의 다 였다.

사실 많이 바쁜것도 있었고, 항상 늘 절박하게 살아서 그런것도 있었다.

어디 모임가서 이야기하고 교류할 만큼 한가하다고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이랬던 나였지만, 몇 번 강연을 할 일은 있었다.

대체로 나를 찾는 곳은 막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의 모임 같은 곳이 가장 많았다.

이제 막 비즈니스모델을 만들기 시작하고, 본인 웹사이트, SNS를 통해서 고객을 막 경험하시기 시작하고 어떻게 유료화 해야 하나? 이런 고민들을 하는 분들이 많았다.

나는 그런 모임에서는 주저없이 내 이메일, 연락처를 다 나눠드렸다.

언제든지 문자 주세요.

혼자 고민하다가 잘 안되면 연락주세요,미력하나마 제가 아는데까지 같이 고민하고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린다.


그리고 6년 사업하면서 대략 30명 정도?는 만나 뵌 것 같다.

나 역시 항상 연락을 받으면, 우리 회사로 초대한다. 만나서 이야기 듣고 설명드린다고 한다.

그냥 내가 시간이 많지 않기도 하지만, 만나서 이야기 들으면 그게 가장 빠른 해결책이다.

이야기 듣고, 질문하고, 답변하고 이렇게 몇십번 티키타카하면 어느새 무언가 실마리가 풀려있었기 때문이다.


창업을 시작할 때의 막막함,

무엇을 해야하지?

어떻게 그리지?

무슨 책을 읽어야 도움이 되지?

사업을 시작해도 막막한거는 여전하다. 오히려 더 크지 않으면 그게 이상하다.


내가 눈여겨본 전문가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시기 바랍니다.

이메일보내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그리고 아무래도 전문적으로 유료 강의를 하는 분들은 강사분들은 이미 시간이 돈으로 계량화 되어서 조금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런 점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이 글을 읽는,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언제든지 연락하셔도 좋다고 이메일을 공개합니다.

ksm@kwonsangmin.com

먼저 연락하세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연락을 받은 사람은 반드시 도와줍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가장 느리지만 가장 효과적인 브랜딩, 매일 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