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큰 아이에게 어제 훈계를 할 일이 있었다.
조금 더 마음이 단단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에게 내가 이렇게 표현해도 되나 싶었는데?
좀 더 자주적이 되어라!
주위에 휘둘리지 말아라!
네 주관을 가져라!
이런 직접적인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아이가 잠시라도 그 말뜻을 생각해 보길 바라면서.
나 같은 경우에는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지 대학교 입학 이후에 성인이 되어가면서 주관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고등학교때까지의 나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말 잘듣는 아이 그 정도 수준이었는데 대학 이후부터는 좀 변한 것이 느껴졌다.
남들이 말하는 대로, 순리대로, 따라 가는 것이 좋은 것인가? 자꾸 생각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 결과물 중에 하나가 잘 다니고 있던 삼성화재 그만 두고 창업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무언가 대세에 따르면 안된다. 내 시간을 회사에 매몰되도록 두어서는 안된다. 지금 젊었을 때 시간의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 당장의 연봉보다는 이 시간에 무언인가를 이뤄야 한다.’
따뜻한 삼성의 보금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길이 쉽지는 않았지만 저런 생각이 기저에 있었기 때문에 결정할 수 있었다.
이런 생각의 나를 늘 지지하고 믿어주는 아내이지만, 아내는 성향이 나와는 반대이다.
튀고 싶어하지 않고, 무던하게 어울리면서 살아가고 싶어하고, 남에게 피해 절대 주지 않으려고 한다.
아내는 지금 내가 봐도 완벽한 모범생이었고, 현재까지의 삶도 흠 잡을데 하나 없는 그런 사람이다.
MBTI를 완벽히 믿지는 않지만, 몇 년 전 재미삼아서 해보니 나는 ENTJ, 아내는 ISFP가 나왔다.
부부 둘이서 한 개도 안 맞다니 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완전히 다른 두 성격의 부부이고, 어찌보면 완전히 다르지만, 모 난 곳은 반대의 사람이 채워주고, 반대로 모 난 부분은 또 다른 사람이 채워주어서 우리는 더 좋은 부분사이라고 믿고 있다.
서로를 존중하면서 잘 살고 있었지만 자녀 교육에 대한 기대감은 차이가 있다.
나는 11살 초등학교 4학년 아이에게 지금의 내 모습을 자꾸 기대한다.
주위에 휘둘리지 말고, 주관대로 살고, 친구들이 전부 저기를 가더라도 왜 가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길 바라고.
다만 아이가 너무 어리니 이걸 어떻게 잘 조화롭게 아이에게 알려주고 교육하는 법은 내가 모른다.
그리고 회사 창업 후 바쁘다 바빠 하면서 더더욱 교육은 아내에게 맡겼기 때문에 아이와 관계 형성은 아내만큼도 안되기도 한다.
내가 위의 모습을 좀 보이려고 하면, 아내가 종종 제지를 한다.
좀 두라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지켜보라고.
좀 휘둘릴 수도 있지, 매번 어떻게 그렇게 목소리만 높여서 살 수 있냐고 한다.
이 얘기를 최근 몇 년째 아내로부터 주기적으로 들었다.
그러다 보니, 어제 마침 아이에게 조용히 훈계를 할 상황이 있었고 고민을 하다가 마음이 단단한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표현을 한 것이다.
최진석 교수님 책에서 종종 보는 표현이 “오직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우리’에 너무 갇혀서 살아왔는데 이제야 말로 ‘나’를 찾으라는 것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부터 어찌보면 지금 40대 중반인 내 세대까지는 참으로 한 방향으로 살아왔다.
튀면 안되고, 다 같이 저기 간다고 하면 다 같이 따라가고.
그것이 미덕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지금의 변화하는 세계가 이제 더 이상 그렇게 두지 않는다.
농경시대, 산업혁명시대, 아날로그기술발전시대, 디지털혁명시대까지
이렇게 네 단계에서는 대단위의 노동력을 더 작은 시간과 공간에 압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느냐의 싸움이었다.
그렇게 몇 백년간 기술과 시대가 바뀌어 왔다.
농경시대부터 디지털화된 최근의 시대까지 획일화된, 몰개성화된 개인이어도 충분했다.
반면, 지금의 미래는 정말 아무도 예측을 못한다.
도대체 AI가 어디까지, 얼만큼 지배를 할 지 이것이 어떤 영향을 줄 지 석학들조차 갑론을박을 하고 있다.
AI가 인간의 두뇌만 대체하느냐?
일론 머스크가 만든 옵티머스, 그리고 다른 무수히 많은 업체가 만든 AI로봇을 보고 있으면 노동력도 대체한다.
두뇌, 노동력 이 두 가지가 대체되면 우리 평범한 개인, 인간들은 뭐지?
지금 한창 경제활동을 하는 내 세대는 어떻게 되는거지?
지금같은 삶을 표준이라고 알고 살아왔던 우리세대가 다음세대에게 어떻게 안내를 하고 교육을 해야하지?
항상 이런 고민이 드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직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라는 최진석 교수님의 외침은 되짚어봐야 하는 것이다.
나는 보험과 관련된 업을 25년째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보험회사 상품개발팀에서 총 10년을 보냈다.
상품개발을 하면서 더 강하게 느꼈다.
똑같으면 안된다.
똑같으면 죽는다.
하나라도 달라야 한다.
무언가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
분명히 다른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상품개발을 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대세에 휩쓸리면 안된다.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볼 때, 반대의 시선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시선에서 벗어나서, ‘나’를 중심으로 상품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진짜 어떻게 될 지, 세상이 어떻게 뒤집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AI가 어떻게 인간에게 작용, 반작용을 하던 간에 우리 인간의 흐름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 인간은 수천년간 살아온 거대한 흐름이 있고, 그것을 인문학을 통해서 배우고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흐름을 읽어내고 거기서 우뚝 설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나’를 찾고 오직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다고 믿는다.
이 글을 읽은 당신도 마음이 단단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