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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출간확률 3%VS투자유치확률 2% - 그래도 해본다

by 권상민

이틀 전 나를 전혀 알지 못하는 출판사에 투고메일을 보냈다.

연이 있는 출판사 대표님, 지인들 등에게는 죄송하지만 그 분들께는 알리지 않고 순수하게 ‘나’라는 존재와 ‘내 글’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듣고 싶었다.

매일 글을 쓰고 있지만, 만약 내가 글을 쓰는 방향성이 그 출판사의 방향성과 맞으면 출판사의 기획방향에 맞춰서 컨텐츠도 스토리도 구성하면서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문가를 만나보고 싶었다.

나는 보험업의 25년차 전문가이기에 보험과 관련된 전문지식을 말할 수 있듯이, 출판업계, 책, 글의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싶었다.

22일치 글 쓴 분량을 원고지에 모아보니 200자 원고지 399매가 나왔는데, 현재 썼던 글을 내가 생각한 방향의 목차로 정리해서 송부했다.


원고를 투고하기 위해서 출간 제안서를 쓰고 목차를 정리하는 모습에서 몇 년 전의 몹시 흡사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내가 2019년 7월 창업을 하고 2020년 7월 첫 시드투자 3억원을 유치했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기술기업쪽 스타트업들이 투자유치에 성공하는 비율은 약 2%라고 한다.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기업이 성장하면 투자를 여러 단계로 받게 되는데, 첫 투자인 시드투자부터 시작해서 단계가 높아질수록 시리즈A, B, C… 이렇게 붙여가면서 투자금액이 높아진다. (그와 동시에 창업자의 회사 지분률이 낮아진다)

그런데, 지난 20년간 모든 기술 스타트업들 중에서 단 한번이라도 투자를 받아본 기업의 비율이 약 2% 수준이라고 하는 것이다.


책 출간, 투고 이런 내용 어떻게 진행해야 하나 해서 유튜브 몇 개 검색했더니 이런 알고리즘 내용도 보였다.

‘투고하지 마세요, 투고 원고 대비 출간비율이 3% 이내에요’

3%라는 비율도 스타트업이 투자받을 수 있는 확률과 비슷했다.

요즘은 기획 출간이 대세라고 하면서, 출판사가 작가를 미리 판단하고 제안을 넣어서 이런 방향으로 쓰자고 이야기를 한다고 들었다.

스타트업들 초기 투자씬도 몹시 비슷하다.

현재 가지고 있는 사업 아이템을 여러 VC(벤처 캐피탈)들이 보기 시작한다. 그 중 펀드의 여력이 있고, 해당 VC 회사의 방향성과 이 회사의 사업아이템이 어느정도 일치하면 이 때부터 VC심사역이 본격적으로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당신들 기업의 이런 부분이 좋아 보이고, 이런 저런 부분을 어필을 해서 VC 내부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회사를 좌지우지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방향성을 좀 더 어필하고, 향후 이런 발전방향으로 키울 수 있다고 투자 제안서를 작성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상호간의 조정이 이뤄지기 시작해서 담당하는 심사역을 통과하고, 내부 투자심의위원회를 통과하게 되면 결국 투자를 집행하게 되는 것이다.


앞에서 약2% 비율의 기업만 투자유치한 사례를 보았듯이, 자금이 필요한 무수히 많은 초기 기업들은 VC들의 선택을 바라고 있고 일부의 기업만 그 선택을 받게 된다.

VC가 수 억원, 수십억원을 그냥 넣을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돈을 출자한 출자자들(개인 또는 기업)이 뒤에 또 있고, 그들을 대리해서 수익률을 잘 만드는 것이 VC들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봤을 때 책 출간을 위해서 투고를 하는 것이 VC의 선택을 받으려는 창업자와 거의 유사하다고 말한 것이다.

책 출간이라는 프로세스를 보니, 여기도 투자라는 부분이 들어가는 것이다.

괜찮은 작가 후보자를 만나면 약 3개월 정도의 교열, 디자인 작업을 하기 위해서 내부 리소스를 쏟아붓는다.

그 이후 실제 출간이 되면 제작을 하기 위해서 제작비용이 또 들어가고, 이 책이 팔릴 수 있도록 온라인/오프라인 서점과 협상을 하고 다양한 홍보를 하는 것이다.

이게 다 돈이다.

그러니 출판사 입장에서 3% 이내의 원고만 고르고 골라서 출간을 한다는 것이 납득이 된다.

그렇게 해서 시장에 내더라도 손익분기점을 통과하는 책이 도대체 몇 퍼센트나 될지 궁금하다.

문제는 팔리는 책만 팔리고,사람들이 워낙 책을 또 안 읽는 문화이다 보니 이런 추세까지 감안하면 참 어렵다.

그냥 나보고 출판사 사업할꺼냐고 물으면 난 못한다.

내가 보험을 사랑하고 보험업에 진심이어서 25년차에 이런 보험 전문 기술스타트업을 운영하듯이, 아마도 책과 출판쪽에도 그 쪽에 푹 빠진 분들이 이런 사업을 하고 계실것이라고 본다.

책 출간 쪽을 보고 있으면 작가들이 인세로 10~12%를 받는다고 하는데, 출간된 작가 기준으로는 아무리 봐도 작가가 얻는 득이 더 커보인다.

작가는 출간된 책을 통해서 강연, 강의 등의 2차 컨텐츠까지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출간제안서 초안을 한 번 만들어서 보냈다.

책 출간제안서가 투자요청제안서(사업제안서)와 같은 것이구나라고 느끼고 나니 이것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사실 사업제안서는 지금까지 거짓말 안하고 500번 이상 만들었다.

나는 특히 B2B사업제휴도 족히 100개 이상업체와 미팅/논의등 많이 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작성해 본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책 출간제안서는 사실 매우 담백하게 적어봤다.

처음이기도 했고, 이쪽 업을 전혀 모르다 보니 스타트업씬에서 만드는 방식으로는 하면 안될 것 같았다.

아마도 나의 첫 투고작업이 성과없이 결론이 나면 후에는 좀 사업제안서처럼 출간제안서를 만들려고 한다.


결국, 출간을 하는 출판사도 여기에 투자했을 때 기대수익을 예상해야 하는데 이 부분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할 것 같았다.

내 책은 어떤 내용이고,

어떤 독자에게 어필하고,

어떻게 가지고 있는 팬 층을 확대할 것이며,

어떻게 수익화를 할 것인지 등.


보험회사 근무할 때, 보험계리사로서 보험상품을 만들면서 보험료 구성을 고민한다.

일단 회사가 망하면 안되니까 원가 부분을 정확하게 계산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리스크를 얹는다.

보험을 팔아주는 보험설계사를 위해서 판매수수료도 구성한다.

마지막으로 보험상품을 팔면서 회사가 얻어야 하는 마진을 넣는다.

항상 이런 과정을 거쳐서 제품이 구성되고, 마진이 책정된다.

조금 특이하긴 하지만 다음 번 출간제안서를 쓸 때는 이런 나만의 출간시장에 대한 분석과 시장공략에 대한 포인트를 포함해서 작성해야겠다.

어느날 문득 글이 쓰고 싶어저셔 원고지에 대고 글을 썼듯이, 출간도 갑자기 하고 싶어져서 막 정리해서 보낸 것도 있었다.


앞에서 투자유치비율 2%, 투고 원고대비 출간비율 3% 이런 이야기 했다.

어떻게 보면 무엇인가를 얻기 위한 성공비율은 이렇게 희박하다.

희박한 비율이지만 해보겠다고 마음 먹으면 끝까지 해보는 것이다.

일단 포기만 안 하면 된다는 것을 배웠다.

나도 2000년대 닷컴버블이 있던 시절 이 후 벤처기업들이 막 융성할 때, 내가 IT스타트업을 후에 만들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래도 100억 이상의 상당액 투자를 받고 6년째 사업을 하고 있는 모습보면 아직 갈길은 멀지만 여기까지 왔구나 한 번 되돌아보게 된다.

사업도 사실 매일같이 바빠 죽을 것 같지만, 그래도 새벽의 이 고요함과 글쓰기는 엄청나게 다른 에너지를 나에게 주고 있다.

그렇기에 더 집중하고 삶의 최우선순위로 놓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글쓰기, 출간 준비를 꾸준히 하다보면 결국 책 출간이라는 것도 이뤄지고, 내 글도 하루하루 나아지면서 읽는 독자들에게 작은 울림이라도 줄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희박한 비율은 어디나 존재한다.

목표를 정했으면 한 번 끝까지 해보는 것이다.

포기하지 말자.

그리고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리를 하면 안된다.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계속 도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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