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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새벽 3시에 일어나는가? 목표가 시간을 깨웠다

by 권상민

자기계발을 하는 분들에겐 ‘미라클모닝’이 필수적이다.

매일매일 같은 루틴으로 살면서 눈 뜨면 출근준비하고, 하루 종일 지치도록 일하고, 저녁이 되면 식사 후 피로 풀고 다시 잠드는 일상.

이런 일상에 작은 균열을 내고, 조그마한 긍정적인 습관이라도 가지고 가자는 것이 자기계발 예찬론자들이 하는 말이다.

그래서 뭔가 자기 자신을 혁신하고 싶은 분들은 일단 기상시간부터 앞당긴다.

보통 5시에 일어나는 새벽기상 도전을 많이 한다.

5시에 일어나면 최소한 1시간 가량은 자기 자신에게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다.

책을 몇 페이지라도 읽을 수 있고, 아침운동도 가능하고, 필사, 명상, 요가 등등 다 가능하다.


오늘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나의 새벽기상 루틴을 이야기하면 좀 특이하지만 공개해보고자 한다.

난 조기교육을 잘 받아서 매우 어릴때부터 새벽기상을 했다.

언제부터 했냐고 누가 물어보면 내 기억이 존재하는 한 처음부터 새벽기상을 했다고 말한다.

유치원시절 그 전부터 이겠지만, 늘 새벽 5시에 일어났다.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저녁 9시 이전에 잤으니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는것도 당연해 보인다.

고등학생 수험생 시절에 밤에 졸려워서 도저히 공부를 못하니 새벽 시간을 많이 이용했다.

그렇게 서른 살 될 무렵까지는 새벽5시에 일어났다.

사실 이때까지는 자기계발 이런 것을 몰랐다.

늘 새벽에 일어나서 이 일, 저 일 등 관심사를 했다.

그런데 서른이 될 무렵 영국에 보험계리학 석사유학을 가기로 결심했다. 직장인으로서 퇴사 후 가겠다는 큰 결심이었는데 영어점수가 문제였다.

영국은 IELTS라는 시험을 보는데 점수가 잘 나와야 입학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영국유학을 준비하는 29살 후반부, 30살 초반부부터 새벽기상 시간을 당겼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영어공부하고 당시 다니던 회사를 가는 일정으로는 공부 양이 부족했다.

이 무렵부터 새벽3시를 맞추기 시작했다.

새벽3시에 일어나면 대략 세시간 정도 완전히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었다.

30년 가까이 새벽 5시에 일어나던 나도 새벽3시는 무리였다.

알람을 몇 개를 맞춰도 눈이 떠지지 않았다.

초반 한 달 정도는 일어나는 그 자체만으로도 고생 많이 했다.

이제 일어나는 게 적응이 되니, 약 두 세달 이후부터는 낮에 근무시간이 문제였다.

어찌나 하품이 나오는지.

회의가 있으면 회의 하는 내내 하품이 나오고, 앉아서 일하고 있으면 선후배님들이 눈이 시뻘겋다고 놀리셨다.

그렇게 겨우겨우 한 6개월 되니 이제 좀 적응이 되는 것 같았다.

그 기간동안 영어점수도 문제없이 맞추고 영국석사 입학자격도 받아서 드디어 유학을 떠났다.


참고로, 영국은 석사유학기간이 1년이다. 1년간 13과목을 듣는 데, 당시 미국의 유사과정과 비교하면 2년간 듣는 과정을 1년에 몰아서 하는 편이었다.

영국에서 보험계리학 석사유학을 시작해보니 공부할 양이 너무 많았다.

심지어 한 학기에 5~6과목씩 들으니 다시 고등학교 과정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월요일 아침 9시부터 금요일 오후 6시까지 수업이 꽉 찼다.

유학시간에도 공부할 시간이 도저히 안 나왔다.

그렇다고 난 남들처럼 12시, 새벽2시까지 공부할 수가 없었다.

밤 9시만 되면 눈이 빨개지고 졸려움이 가득해 오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새벽 3시에 일어나는 과정을 시작했다.

그렇게 석사과정 1년동안 새벽3시에 일어나서 공부를 하면서 어떻게 잘 졸업을 했다.

이제부터 새벽3시 일어나는 습관을 약 1년 반 정도 했더니 몸에 익어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 1년 반을 해도 다시 그 노력을 이어가지 않으면 금방 사라진다.

나 같은 경우에는 30대 초반에 직장생활을 하면서 미국보험계리사ASA가 되도록 미국보험계리사 시험을 계속 준비했다. 석사 마치고도 대략 6년정도 더 공부한 것 같다.

그렇게 30대를 꾸준히 새벽3시에 일어나는 루틴을 가지고 수험생 생활을 병행하면서 갔더니 어느덧 몸에 잘 붙은 것 같다.

후에 창업을 준비하던 30대 후반, 실제 창업 후 현재까지 40대 초중반의 시기까지 새벽3시의 기상시간은 나에겐 두 배의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어려운 자격증 시험도 마칠 수 있게 해줬고, 창업의 꿈을 3년간 직장 다니면서 준비하게 해줬다. 실제 창업이후에도 새벽3시에 가장 고요한 시간에 제일 중요한 업무, 고민,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내가 6년간 사업의 등락도 겪고 여러 아픔들도 겪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꾸준히 새벽기상을 하고 매일 새벽에 리프레쉬되는 기분을 가질 수 있었기에 여기까지 몸 건강, 마음 건강 유지하면서 올 수 있지 않나 싶다.


다시, 일반적인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보통의 사람들은 새벽 5시 일어나는 것 너무 힘들어요! 이렇게 말씀하신다.

앞에서 나도 억지로 1년넘게 평소보다 2시간 일찍 일어나는 과정을 설명 드렸듯이 정말 너무 힘들었다.

맞다!

새벽기상은 정말 힘들다!

몸에 익지 않으면 이걸 몸에 붙이는게 정말 힘들다.


그럼 새벽기상 왜 해야 할까?

꼭 새벽에 해야 하나?

나같은 가정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혼자라면 굳이 새벽에 안하고 퇴근 후 해도 되지 않을까?


내 대답은 본인 몸의 리듬과 흐름에 제일 잘 맞는 시간을 택하시라고 말한다.

퇴근해도 혼자 살고, 집이 너무 고요해서 별 차이 없어요 하는 분이면 새벽기상을 굳이 할 필요 없다.

야행성이라 새벽1시에 집중이 잘 되거든요 하는 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새벽기상이 필요하다기 보다는 본인이 얻고자 하는 그것을 위한 집중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나는 영어점수, 석사공부, 미국계리사 시험공부 등 특수목적이 필요해서 새벽기상을 했다.

이후에는 창업준비, 창업 후에는 회사운영을 위해서 했다.

지난 15년넘게 목적이 있으니까 새벽 3시에 일어나졌고, 오늘 같은 경우에도 그냥 눈이 떠 진 것이다.


새벽1시, 2시에 집중이 잘 되는 분이 왜 굳이 새벽기상을 할 필요 있을까.

목적을 찾자.

지금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 것인가.

자기계발을 시작하긴 해야겠는데, 뭐가 좋은지 모르겠는데, 일단 새벽기상을 해서 시간을 만들라고 하는데,

그래서 새벽기상 하기 보다는.

난 집중적으로 책을 읽고 새롭게 태어나고 싶어.

책을 단순히 읽고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실천과제를 만들고 매일 하나씩 이뤄나갈거야.

난 1년 후 창업을 하기 위해서 SNS채널을 만들고 매일 글을 하나씩 올릴거야.

난 창업을 위해서 필요한 어떤 공부를 할거야.

이 목적을 먼저 분명히 하고, 그 목적을 잘게 쪼개서 1년 365일동안 얼만큼 하면 될지 그렇게 접근하자.

그 일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이 하루 30분인지, 하루 1시간인지 계산해 보는 것이다.

나같은 가정이 있는 중년의 대부분은 바로 그 하루 1시간을 내기가 너무 어렵다.

퇴근 이후의 삶은 회식에, 친구에, 회사 모임에 등등 예측이 안된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이 예측 안되는, 통제 안되는 시간에 기대지 말고 새벽시간을 스스로 만들어서 꼭 필요한 그 일을 그 시간에 하라고 권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벽기상을 평생 한 사람으로서 그 예찬론 한 마디만 하자면.

새벽 고요한 시간에 음악도 끄고, 아주 조용하게 있어보길 권한다.

이왕이면 깜깜한 밖이 보이는 창가앞에 앉으면 더 좋다.

새벽에 아무 소리도 없고, 창 밖의 백색소음은 예외로 하자.

이 고요한 시간은 내가 살아 있는 것인지, 죽어 있는 것인지 모를 때가 있다.

때로는 그런 상상이 들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눈을 감고 있으면 이게 무덤 속에 있는 것 같겠지?

고요한 칠흑같은 어둠이 있는 새벽시간은 이렇게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리고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지?

다시 생각할 기회를 준다.

난 그래서 새벽3시에 일어나서 창가 앞 내 책상에 앉아있는 그 시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새벽기상을 생각하기 전에 내가 무엇을 이뤄야하는지 목표를 명확하게 하자.

오늘 30분만 ‘목적 있는 시간’을 확보하자. 새벽이든 밤이든, 목표가 시간을 만드는 것을 꼭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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