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를 먼저 채우면 안 된다. 자갈을 먼저 넣은 후 모래를 넣어야 자갈 사이 틈으로 모래가 들어가서 더 많은 양을 넣을 수 있다.
이 시대 인간관계에 이 이야기를 접목해 본다.
요즘 사람과의 관계가 참 빡빡하다.
언론의 소식을 봐도 그렇고, SNS상에 올라오는 글이나 댓글을 봐도 그렇다. 약간의 손해를 보는 것을 참지 못한다. 자신의 의견에 다른 의견이 있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모두 자기 확신이 아주 강하다.
각종 서비스업장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은 실수를 용납하지 못한다. 내가 대가를 지불했기 때문에 모든 것에 그것에 걸맞게 완벽해야 한다. 아니 사실은 대가를 지불했다는 명목으로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한다. 같이 일을 하다 업무 범위를 조금만 벗어나면 딱 잘라 경계를 짓는다. 모두가 자갈같이 단단한 자신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세상의 인간사는 무 자르듯이 그렇게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잘 훈련이 되어도 인간이란 존재는 실수를 한다. 인간공학에서 골치 아픈 어젠다가 휴먼에러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업무 매뉴얼이 있어도 업무 간 경계는 발생한다. 누군가 그 경계선을 채워주지 않으면 그 일은 실패의 길을 간다. 그 경계선을 채워주는 것은 댐퍼이다.
자갈과 자갈은 서로 경계를 유지하지만 모래는 그 경계를 파고들어 공간을 메운다. 관계에서 모래 같은 사람을 댐퍼라고 할 수 있다.
DALL-E 로 생성한 이미지 (24.1.3 by Kwonstalk)
세상은 모래 같은 사람이 있어 그나마 살만하다. 이런 사람이 우리 사회 첨예한 충돌을 흡수해 주기 때문에 세상은 돌아간다. 그런데 자기애가 충만한 사람들은 이 댐퍼의 존재를 보지 못한다.
이 사회가 붕괴되지 않고 숨을 쉬고 살 수 있는 것은 이 모래 같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