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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수지 Oct 28. 2019

사파 판시팡(3,143m)을  걸어서 올라갔다고?

베트남 구석구석 여행_2

고객사 부장님이랑 점심을 먹으면서 취미 얘기를 하다가 하노이에 산악회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는 친구들을 꼬셔서 산악회에 가입했다.

죄다 어른들인데 아무리 산이 좋아도 혼자 가기는 싫으니까... 한국과 같이 2030 청춘 산악회 이런 건 아니니까...


하노이에 산이 있냐는 질문이 가장 많은데, 하노이에는 없고 적어도 1시간에서 3시간 정도는 가야 재밌는 산이 나온다. 그런데 교통도 불편하고 산 입구 또는 길을 잘 모르니까 괜히 깝죽거렸다가 미아가 되면 안 되니까 안전하고 정보 많은 어른들 속에 숟가락 살짝 올리면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번갈아 가며 일정이 있고 보통 아침 7시에 모여 출발을 한다. 가다가 쌀국수를 먹기도 하고 김밥을 주문해서 차에서 먹기도 한다.


그리고 정상에서 먹는 점심이야말로 내가 자랑하고 싶은 것인데


일식집 주방장님은 연어를 100피스 가져와서 그 자리에서 촵촵 초밥을 만들고

대장님은 버너랑 냄비를 차자작 분리해서 삼겹살을 지지직 지지직 구워주신다.


컵라면과 막걸리는 필수 아이템이다. 후훗

(베트남은 산에서 취사가 아직 가능하다)

이러니 주말에 산행이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하노이 산악회는 매년 이벤트가 있다.

11월에 판시팡에 올라가는 것이다.

보통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고산으로 베트남인들도 한 번쯤은 올라가 보고 싶어 하는 산으로 유명하다.


남들은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는 산을 나는 걸어서 올라가 본다는 것은 말하면서도 어깨가 으쓱할 거 같았다.

사파로 가는 밤 기차는 4인 침대칸이다. 아 여자 넷이서 가면 딱이겠다 싶어서 좋아할 만한 사람들을 모았다.


그리고 연습 산행을 시작했다. 8회 정도를 5-6시간 코스로 연습이 필요했고, 친구 중 한 명은 체력이 부족하다 보니 중간에 다리가 풀려 포레스트 검프가 되기도 했다. 이건 산악회 멤버 아주머니가 그 친구를 놀리느라고 흉내 내다가 별명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우리는 11월의 사파로 향했다

금요일 근무를 마치고 하노이 역에 모였고

기차는 밤새 달려 라오까이 지역에 도착했고


토요일 아침 판시팡 입구에서 쌀국수를 먹고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며 산행을 시작했다


[판시팡 등정 일정표]



1박 2일 산행에는 이렇게나 많은 짐들이 필요했다. 산 중턱의 산장에서의 숙박으로 침낭까지 필요하다 보니 포터는 필수였다. 그들의 슬리퍼가 우려되기도 했지만 괜찮아 보이기도 했다.





산행길에서의 뷰는 케이블카에서 보는 뷰와 비교할 수가 없이 아름다웠다


산장에서의 추위는 잠을 들 수가 없을 정도였다.

너무 고통스러웠다


우리 네 명은 깔깔거리며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다리가 아프다며 징징대기도 했다


새벽 2시에 일어나 머리에 얹은 랜턴 빛에 의지하다 보니 정상에 올랐다. 비록 떠오르는 해는 볼 수 없었지만 위대한 자연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일요일 오후 세 시쯤 등반을 마치고 사파 시내에 들어와서 우리는 약초 목욕을 했다



사파 여행 tip 하나


사파는 약초가 매우 유명하다. 현지인들은 꼭 구매를 해가는 듯 하나 우리는 목욕을 경험하기로 하자.

광장을 지나 걷다 보면 마사지하는 샵에서는 거의 목욕도 할 수가 있다.

등산이나 트레킹이 아니어도 싼 가격에 약초 향으로 몸을 데워보길


** Tắm lá thuốc - 간판에 이렇게 적혀있음




저녁 기차를 타고 다시 하노이로 돌아왔고

월요일 새벽 6시에 도착 한 우리는 샤워 후 출근을 했다


이 정도면 이제 어디 가서 산 좀 타봤다고 말해도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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